‘은행 대출 뒷문’에 저축은행 있네
상태바
‘은행 대출 뒷문’에 저축은행 있네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09.01 13: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위 5개 저축은행 상반기 역대급 순이익 기록… “대출 잔액 급증 덕”
가계부채 증가 막기 위해 은행 문 좁히자 저축은행으로 풍선효과 번져
은행 대출 문을 좁히자 저축은행으로 몰리면서 대출은행이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사진=펙셀즈
은행 대출 문을 좁히자 저축은행으로 몰리면서 대출은행이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사진=펙셀즈

저축은행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중소 상인들이 저축은행의 문을 두드리면서 대출 잔액이 급증한 덕분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은행 대출을 조이면서 저축은행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1일 각 사의 경영공시에 따르면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페퍼·웰컴·한국투자)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488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7.5% 증가했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93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336억원과 비교해 44.9%나 뛰어오른 수치다. 특히 2분기에만 1071억원을 기록해 업계 최초로 분기 순익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214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5.4% 증가했다. 전체 대출잔액은 9조7631억원으로 지난해 말(9조975억원)보다 7% 늘었다. 총자산도 11조8539억원으로 집계돼 업계 첫 12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 및 중소기업 대출 확대, 유가증권 투자 이익이 상반기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라고 분석했다.

OK저축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1483억원으로 전년 동기(964억원)보다 53.8%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84억원으로 집계돼 50.2% 증가했다. 총 대출잔액은 7조8973억원으로 지난해 말(7조3645억원)보다 7% 확대됐다. 총 자산은 9조8351억원으로, 지난해 말(9조162억원)보다 9% 성장했다.

웰컴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7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98억원)보다 18.2% 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체 대출잔액은 4조1912억원으로 지난해 말(3조2282억원)보다 29.8% 늘었다. 총 자산은 5조2225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

페퍼저축은행은 상반기에 당기순이익 37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89억원에 비해 4배 이상 급증했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 확대로 자산규모가 늘어나면서 이자수익이 늘어나는 이른바 ‘규모의 경제’가 이익 확대의 요인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 38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319억원) 대비 20.1% 증가했다.

저축은행들의 이같은 실적 개선은 코로나19 확산 국면 속 대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서 생계가 어려워지거나 대출이 필요한 고객이 늘어나면서 대출 수익이 증가한 게 실적 확대에 주효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에 대한 대출 규제도 한몫했다. 금융당국이 연체율 관리를 위해 1금융을 타깃으로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일부 수요가 2금융으로 넘어오면서 자연스레 저축은행들의 대출 수익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한도 제한 조치로 실적이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 상한이 24%에서 20%로 인하되면서 고금리 대출 판매가 어려워진 데다 당국의 대출 규제 사정권에 2금융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최근 1금융 규제 강화로 2금융이 반사이익을 얻자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수준인 21% 이내로 관리할 것을 요청하는 등 규제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총량규제로 가계대출 증가율 21.1%를 맞춰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과 비교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20%를 상회하고 있어 하반기 영업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3분기 이후부터는 가계대출 규제가 금융권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시점에서 대출 영업을 공격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상반기만큼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