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반발 누르고… 거래소 이사장에 ‘손병두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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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반발 누르고… 거래소 이사장에 ‘손병두 카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2.0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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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노조, 후보 선임 이전부터 “보이지 않는 ‘손’ 반대”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내정자. /사진=금융위원회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내정자. /사진=금융위원회

#1.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불공정한 개입을 중단하라”. 2013년을 이틀 남겨둔 날.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엽니다. “경남은행 인수 컨소시엄에 DGB금융지주가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공자위 관계자가 DGB금융에 전화를 걸어 컨소시엄의 법적인 문제점을 거론했다”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손병두 공자위 사무국장을 가리킵니다.

#2. “이번만큼은 지역의 요구와 여건을 잘 아는 인물이 돼야 한다”. 지난 9월 말. 새로운 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임을 한달여 앞두고 노조는 물론, 부산 시민단체까지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인물’은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서울 금융중심지로의 복귀를 주장하는 인사가 거론되고 있어 개탄스럽다”.

지난 4월 2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손병두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지난 4월 2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손병두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새 한국거래소 이사장 단독 후보로 결정됐습니다. 어제(30일) 한국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최종 면접을 진행하고 손 전 부위원장을 단독 후보로 뽑았습니다. 이달 18일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 후보를 놓고 노조의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거래소 지부는 앞서 지난달 26일 손 전 부위원장의 이사장 추천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지난 1년 5개월 동안 금융위 부위원장으로서 모험자본 육성에만 몰입하느라 시장의 신뢰와 건전성을 저해한 직접적 책임이 있다”라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보이지 않는 손의 추천을 반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9월 10일 제1차 디지털금융 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9월 10일 제1차 디지털금융 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1956년 3월 문을 연 한국거래소는 기업에 성장자금을, 국민에게 재산 증식 기회를 제공하며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해온 준공공기관입니다. 유가증권과 코스닥·선물시장 등을 공정하게 운영하는 관리자 역할뿐만 아니라, 시장 감시를 통해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차단하고 예방하는 자율규제기관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2009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되기 직전에 공개된 이사장 연봉은 6억4800만원(기본급 3억원+성과급 3억4800만원)으로 공공기관장 가운데 1위였습니다. 하지만 2015년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되고 현재 이사장의 연봉은 3억원대입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자본시장을 위해 공익근무하겠다는 마음으로 오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기피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행시 33회로 관가에 입문한 손 후보는 2010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 시절 ▲선물환 포지션 규제와 ▲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 ▲은행세 도입으로 금융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발판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제 그는 대체거래소 도입 요구 등 현안에 맞서 강력한 추진력을 주문하는 기관과 지역민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내느냐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합니다.

부산국제금융센터 한국거래소 황소상. /사진=한국거래소
부산국제금융센터 한국거래소 황소상. /사진=한국거래소

“오늘은 30년6개월의 공직 생활을 마감하는 날이다”. 딱 한달 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기하학 무늬의 마스크를 쓴 사내는 잠시 울먹입니다. 베이비부머 끝자락인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난 손병두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자리에서 내려오는 날입니다. 그는 이임사에서 “실수하면 안 된다는 사명감과 책임 의식에서 하루도 벗어난 적 없다”라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손병두는 관선 시장이었던 부친을 따라 부산에서 잠시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이제 그가 40년 만에 다시 부산 땅을 밟게 됩니다. 그의 부산 시절은 학교와 집을 그리 벗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부산을 아는 이사장이 와야 한다”라는 거래소 사람들의 기대에 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금융위 이임식 뒤 약속했던 ‘봉사의 자세’는 지켜져야 합니다.

“공적 분야에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감사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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