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당하고 돈줄 막히면… SK E&S ‘호주 가스전’ 중단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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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당하고 돈줄 막히면… SK E&S ‘호주 가스전’ 중단 위기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2.04.2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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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환경단체 ‘그린워싱’ 제소 이어 원주민들로부터 공적자금 중단 소송 당해
수출입은행 3억달러 규모 금융지원 보류… ‘지원 철회’ 결정 나면 막대한 차질
SK E&S의 호주 가스전 개발 사업이 원주민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데 이어 공적자금 지원마저 보류되면서 난관에 직면했다. 사진=SK E&S
SK E&S의 호주 가스전 개발 사업이 원주민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데 이어 공적자금 지원마저 보류되면서 난관에 직면했다. 사진=SK E&S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논란을 빚고 있는 SK E&S의 호주 바로사-칼디다 가스전 개발 사업이 난관에 직면했습니다. 국내 환경단체에 이어 호주 원주민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데다가 가스전 개발에 필수적인 공적자금 지원마저 보류됐기 때문인데요.

최근 로이터통신은 호주 북부 티위섬 주민들과 라라키아족이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두 공적 금융기관의 투자가 예상된 36억달러(약 4조4000억원) 규모의 호주 바로사 프로젝트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라는 내용입니다.

원주민들은 바로사 가스전 개발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 유출과 환경 피해가 예상됨에도 SK E&S는 직접 이해당사자인 현지민들의 의견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바로사 프로젝트 가스관은 원주민들이 거주하는 티위제도와 불과 5~6km 떨어져 지나도록 설계돼 있어 호주법에 따라 해상 가스유전 개발사업 협의대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호주 원주민들은 7억달러(약 8500억원)에 이르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대출과 대출 보증이 차단되면 바로사 프로젝트를 늦출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호주 원주민들의 대출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이 있은 뒤 공적 금융기관에서도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두 공적 금융기관 중 수출입은행이 SK E&S의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보류키로 결정한 것입니다. 수출입은행은 해당 사업에 현지법인사업자금대출(1억700만달러)과 해외사업금융보증(1억600만달러) 등 총 3억1300만달러(약 38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전격 보류한 것입니다. 수출입은행의 이같은 결정은 호주 원주민들의 소송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SK E&S는 지난 3월 최종투자결정(FID) 후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공적 금융기관에 금융지원을 신청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144개 국내 기후환경단체들은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에 서한을 발송해 SK E&S의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투자하지 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호주 환경단체 역시 SK E&S의 가스전 사업과 한국 공적 금융기관에 투자 중단을 촉구하는 서신을 송부했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무역보험공사는 공적자금 지원에 대한 이사회 승인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 없이는 바로사 가스전 개발에 충분한 자금조달이 되지 않아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관측입니다. 만약 수출입은행이 보류를 넘어 지원 철회를 결정하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이 공정거래위원회에 SK E&S에 대해 ‘그린워싱’으로 제소했습니다. SK E&S를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제소한 것인데요. 가스전 개발로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이 예상됨에도 이를 ‘CO2-free LNG’로 홍보하는 등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과장 광고를 했다는 것입니다.

SK E&S 측은 “2025년부터 20년간 매년 350만톤의 LNG를 생산하고, 이 중 130만톤을 국내에 도입할 계획”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CO2는 탄소포집·저장기술을 사용해 제거하고 인근 해양 폐가스장으로 주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CCS(탄소포집·저장기술)로 제거되는 CO2는 연간 약 240만톤에 달할 것으로 SK E&S는 보고 있습니다. 탄소포집·저장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므로 친환경 사업에 해당한다는 게 SK E&S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SK E&S의 주장은 그린워싱이란 게 환경단체들의 지적입니다.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LNG가 연소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모두 포함한다면 가스전 사업 추진으로 연간 1350만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탄소포집과 저장입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바로사 가스전 사업을 통해 생산‧액화‧수송‧기화‧소비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연간 총 온실가스 배출량이 1350만톤 중 CCS를 통해 포집할 수 있는 양은 210만톤(16%)에 불과합니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소속 변호사는 “현재 SK E&S의 계획에 따르더라도 포집·저장되는 양은 전체의 16%에 불과하다”면서 “CCS가 적용된다고 해도 신규 가스전 개발 사업은 막대한 온실가스의 추가 배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현 기후솔루션 소속 변호사는 “LNG 생산은 필수적으로 운송과 최종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수반함에도 SK E&S의 광고는 이 부분을 누락하고 마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LNG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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