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꽁꽁’… 사금융 피해 커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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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꽁꽁’… 사금융 피해 커질까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0.12.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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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4일)부터 1억 넘는 신용대출 중단… 대형 대부업체 5곳 중 1곳 ‘개점휴업’
신용대출 규제 등 돈줄을 조이고 대형 대부업체도 개점휴업 상태다. 이에 따라 불법 사금융 피해가 걱정된다. /사진=픽사베이
신용대출 규제 등 돈줄을 조이고 대형 대부업체도 개점휴업 상태다. 이에 따라 불법 사금융 피해가 걱정된다. /사진=픽사베이

오늘(14일)부터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데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여파로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것이란 걱정이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1억원이 넘는 가계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한다. 새로 신청하거나 한도를 높여달라고 요청한 대출이 대상이다. 집단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도 포함된다. KB국민은행은 다른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타행 대환 주택담보대출’도 연말까지 중단한다.

신한은행도 이날부터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일제히 2억원으로 낮췄다. 기존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는 각 직군별로 2억5000만~3억원인데, 이를 2억원으로 일괄 조정했다. 신한은행은 다음 주 일반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제한 방침도 내놓을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1일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인 ‘우리WON하는 직장인 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농협은행도 이달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올원직장인대출’ 한도를 기존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는 동시에 해당 상품 우대금리를 없앴다. 하나은행은 조만간 전문직 대출 한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은 뒤 규제 지역의 주택을 사면 대출을 회수하는 대책을 내놨다. 또 연봉 8000만원 이상 직장인이 1억원 넘는 신용대출을 받을 경우, 개별 차주 단위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지난 10월 29일 온라인을 통해 개최한 '제11회 소비자금융 온라인 컨퍼런스'. /사진=대부금융협회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지난 10월 29일 온라인을 통해 개최한 '제11회 소비자금융 온라인 컨퍼런스'. /사진=대부금융협회

이처럼 신용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대형 대부업체 5곳 중 1곳은 신용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나타나 불법 사금융 피해가 걱정된다. 이날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협회에 신용대출금리를 공시하는 대형 대부업체 20곳 중 3곳의 지난 3분기(7~9월) 중개업자를 통한 추가·재대출 건수가 10건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업체의 대출 취급 부진은 잇단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꼽힌다. 2011년 39.0%에 달했던 법정 최고금리는 내년 하반기 20.0%까지 내리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대부업체들은 이미 대출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대부업체의 대출 승인율은 지난해 말 11.8%를 기록해 2015년 21.2%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10건의 대출을 신청하면 1건만 승인을 내주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는 이 비율이 10%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특히 저소득층의 금융 소외현상이 깊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0월 열린 <소비자금융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법정 최고 금리 인하로 대부업계의 대출 중단이 속출할 경우 대출을 받고자 해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수요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최 교수는 그러면서 “자금 수요가 절박한 금융소비자가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게 되는 추가 피해와 더불어 중장기적으로 대부금융시장의 위축은 더욱 심각한 금융 소외 상황을 초래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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