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고 빼고 넣고… ‘누더기’로 전락한 공정경제 3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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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고 빼고 넣고… ‘누더기’로 전락한 공정경제 3법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2.09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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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하는’ 재계, ‘무소불위’ 검찰 우려에 일부 조항 수정·삭제

이른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그 내용이 눈길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상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삭제 또는 바뀌면서 기업들도 어떤 영향이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공정경제 3법’이 국회 상임위원회 의결을 거쳐 본회의 처리만을 남겨두고 있다.
‘공정경제 3법’이 국회 상임위원회 의결을 거쳐 본회의 처리만을 남겨두고 있다.

◆ 정부안에서 뒷걸음친 ‘3%룰’

먼저 상법 일부 개정안은 상장회사가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도록 하고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쳐 3%로 제한하는 내용입니다. 재계에서는 주주권 침해와 투기세력 악용 가능성을 들어 반대해 왔는데,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를 일부 수용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하지 않고 각각 3%의 의결권을 인정하도록 완화했습니다.

이를테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등 5명이 5%씩 모두 25%의 지분을 가진 기업의 경우, 당초 정부안에 따르면 감사위원을 분리해 뽑을 경우 5명은 의결권이 최대 3%로 제한되지만, 사외 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출할 경우 각각 3%까지 인정하기 때문에 이들은 의결권을 15%까지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모회사 주주가 불법 행위를 저지른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제’도 신설되었습니다. 상장을 하지 않은 회사의 경우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주주에게, 상장회사는 0.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한 것입니다.

◆ 검찰권한 확대 우려에 ‘전속고발권’ 유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핵심 쟁점이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조항을 더불어민주당이 의결 과정에서 삭제한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앞서 정무위원회 안건조정위에서 전속고발권 폐지를 담은 정부안대로 처리했지만, 검찰에 기업수사 권한을 확대해주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진 여당 의원들 중심으로 폐지 조항을 없애기로 결정했습니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인데, 그동안 야당과 재계는 무분별한 고소·고발로 기업 경영이 위축될 것이라며 반대해왔습니다. 검찰의 담합 조사 때 기업 경영 관련 다른 사항에 대한 별건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기업보다는 법무팀이 미비한 중소·중견기업 피해가 클 것이란 걱정이 많았습니다.

반면 여당에서도 일부 반대가 있었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허용’도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겼습니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를 위해 일반 지주회사가 CVC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안전장치를 마련해 경제력 집중 및 편법승계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도록 한 것입니다.

상법 개정안 일부 내용. /자료=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법 개정안 일부 내용. /자료=국회 법제사법위원회

◆ ‘이름 바뀐’ 금융그룹 감독법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배진교 정의당 의원 발의안을 반영한 대안으로 국회 본회의에 올렸습니다. 법안 이름도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으로 고쳤습니다. 여·수신과 금융투자, 보험 가운데 2개 이상의 금융사를 운영하는 자산 5조원 이상의 금융그룹을 당국이 관리·감독하는 내용입니다. 삼성·현대차·한화·교보·미래에셋·DB 등 6개 그룹이 법안의 대상이 됩니다.

법안에 따르면 금융복합기업집단에 속하는 금융사들은 금융그룹 수준의 내부 통제 정책과 위험 관리 정책을 공동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또 내부통제와 위험관리를 위한 협의회와 기구를 설치해 운영해야 합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부실화 예방 등을 위해 대표 금융회사에 그룹 차원의 경영개선 계획을 제출할 것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 제정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특정 기업에 대한 옥죄기이자 이중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법과 함께 보험·증권·자산운용 등 각 분야의 개별 법률을 통해 강력한 사전규제를 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입법은 이중·삼중의 지나친 규제라는 게 이유입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8일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8일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수정 또는 폐지한 법조항을 가리키며 ‘누더기법’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유지에는 후퇴한 개혁이라면서도 ‘검찰개혁’ 당위성을 언급합니다.

“누더기법안 통과시켰네. 공정위 전속고발권도 폐지 안 하고, 3%룰도 완화하고..ㅠㅠ. 민주당의 실체를 여실히 드러내는 법안통과이다” “임대차거래3법이나 공정거래3법이나 3개의 누더기법” “재계가 근로자를 위한 법이나 공정에 관한 법이나 상속관련 법안에 대해 찬성하며 반겼던 사례는 없었다. 그들의 반대 사유였다면 기업은 이미 다 망했고 국가는 도산해서 사라졌을 것이다” “제발 착취하고 악한 짓해서 기업을 유지하지 말고 정당하게 좀 모두가 상생하면서 모두가 웃을 수 있게 기업을 운영하세요”.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조항도 결국 빠짐.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담합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은 큰 문제임. 공정위가 임의로 고발 여부를 결정하면 정말 억울한 가맹점이나 소비자는 하소연할 곳이 없음. 후퇴한 개혁이다” “전속고발권 같은 특정 집단이 독점적으로 가진 권한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검찰을 보면서 깨달았음. 근데, 참 아이러니한 게 전속고발권을 깬다고 해도 줄 수 있는 데가 검찰 말고 마땅한가임”.

“대한민국 개혁 대전제는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기소관이 하면 된다..기소관은 법무부 기소국장 휘하에 근무하며 지방에 기소사무소를 둔다...경찰과 기소관은 서로 기소요구권과 재수사 요구권을 가지며 상대방은 그에 따라야 한다.. 검사 2천명 너무 많다...기소관은 1천명이면 충분하다..검찰수사관도 95%는 경찰로 보내라..검찰청은 해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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