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눈 사들일 때… 동학개미 vs 서학개미,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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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눈 사들일 때… 동학개미 vs 서학개미, 승자는?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2.07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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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사자” vs 개인투자자 “팔자”, 성적표 보니 ‘15.9% vs 2.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증시 랠리를 이끌고 있는 개인투자자, 이른바 '동학개미'의 역할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증시 랠리를 이끌고 있는 개인투자자, 이른바 '동학개미'의 역할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사진=청와대

“우리 증시를 지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 1일 국무회의,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예산안 처리에 대한 국회 협조를 구하면서 ‘동학개미운동’을 언급했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을 팔고 나갈 때 개인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증시의 지킴이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논란이 컸던 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유지하는 등 정부의 노력도 보탬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6조1250억원 ‘밀물’ vs 1조88억원 ‘썰물’. 외국인들이 7년여 만에 우리나라 상장 주식을 가장 많이 사들인 가운데,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7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11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에서 6조1250억원어치를 사들였습니다.

◆ 외국인 두 달째 “Buy Korea”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857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2680억원을 순매수한 것인데, 이는 2013년 9월(8조3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7월을 빼고 매월 팔아치우던 흐름이 10월부터 순매수(1조3580억원어치)로 바뀌더니, 지난달에도 매수 우위를 유지한 것입니다.

이처럼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선 데는 달러 약세와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에 따른 투자 심리 개선 등이 꼽힙니다. 국내 주식 순매수 규모를 지역별로 보면 ▲유럽 4조5000억(영국 2조200억원 포함) ▲미주 1조4000억(미국 1조원 포함) ▲중동 800억 ▲아시아 5억원 순입니다. 이에 따라 외국인 보유 주식의 시가총액도 11월 말 675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금융투자업계는 이 같은 외국인 투자 열풍은 이어질 거라고 내다봅니다. 이달 들어 우리 증시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폭발적인 자금 유입이 집계되고 있습니다. ETF닷컴에 따르면 iShares MSCI Korea ETF(EWY)에 지난 1일 하루에만 1조6677만달러가 들어와 11월 일별 평균 유입액인 4595만달러를 3배 이상 웃돌았습니다.

김수정 SK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만 보유하는 ETF로 향하는 자금이 다른 신흥 국가들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라며 “11월 중순 이후 들어온 자금은 올해 최고치이고 자금 흐름이 지속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유입 가능성이 높다”라고 풀이했습니다.

◆ 동학개미의 변심 “Bye Korea”

외국인들이 “Buy Korea”를 외칠 때, 국내 주식시장을 떠받쳤던 개인투자자인 ‘동학개미’들은 자금을 대거 빼내 해외 원정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 금융투자협회의 펀드자금 유출입 통계를 보면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상장지수펀드 제외)은 지난 한달 동안 모두 1조88억원이 빠져나갔습니다. 2017년 5월(-1조826억원) 이후 가장 큰 순유출 규모입니다.

동학개미들의 이러한 ‘변심’은 국내주식 자산에서도 드러납니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모두 2조7836억원어치를 순매도했습니다. 동학개미가 ‘서학’개미로 탈태한 것입니다. ‘사자’로 돌아선 외국인과 ‘팔고’ 태평양을 건넌 서학개미, 성적표는 어떨까요.

최근 한 달 사이 투자 성과는 코스피 급등과 원화 강세가 맞물려 국내 증시가 주요 선진국 증시를 앞질렀습니다. 코스피는 외국인의 순매수 추세에 힘입어 지난달 4일부터 이달 4일까지 15.9%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 지수는 7.4%(달러화 기준) 올랐습니다. 여기에 달러화 약세를 감안해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수익률은 2.3%로 쪼그라듭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증시에서 주식을 사들일 때 개인투자자들은 자금을 빼내 해외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증시에서 주식을 사들일 때 개인투자자들은 자금을 빼내 해외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외국인 순매수 7년여 만에 최대’ 소식에 누리꾼들은 서로를 응원합니다. ‘기승전 공매도폐지’도 잊지 않습니다.

“코스피 4000 가즈아~~~!! 개미들 화이팅!!!” “연말 따뜻하게 보냅시다. 개미 여러분 힘내세요.~” “이제 파세요~ 주식하는 사람들 다 알던 거 이제서야 기사로 나오네 팔 타이밍인가보다~” “안산다 안사! 잡상인 출입금지!” “저 돈이 계속 머물 것도 아니고 이제 리스크관리 좀 하세요” “대한민국정부가 잘하고 있다는 반증?”.

“공매도 폐지해라” “공매도 제한 때문이다!!!!! 공매도 폐지하라” “ㅋ근데 공매도가 없는데도 이정도면 공매도제도 폐지해랏. 공매도 없어지면 외국자본 빠져나간다고 하는 그런 X언론 XXX는 얼마 처 받고 기사 썼냐?!”.

‘서학개미가 된 동학개미’에는 충고와 함께 해외투자 찬양론이 이어집니다. 물론 배경에는 정책당국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습니다.

“바보 동학개미들...국내 주식이 더 좋은데...미친짓..” “나라가 어지러운데, 위험 무릅쓰고 열심히 주식하네. 큰손들이 주식 가지고 장난친다는 것 명심하시오. 나중 울지 말고” “개미들 반대로 하네..지금 환율로 보나 뭐로 보나... 미국장보단 국내장이지..” “나는 팔아서 통장에”.

“와.. 개미들 .. 스마트함 이제” “현명하네” “국내에 금융위나 기관 X들 아주 여우같이 개인들 돈 빼먹으려는 도둑들이야 공매도도 빨리 부활시키라고 난리고~해외로 가는 게 답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 '공포와 탐욕지수'는 89를 가리키고 있다. /이미지=CNN비즈니스 갈무리
가장 최근인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 '공포와 탐욕지수'는 89를 가리키고 있다. /이미지=CNN비즈니스 갈무리

“시장의 탐욕이 극에 달했다”. CNN머니에서 만들고 사용하는 ‘공포와 탐욕 지수’가 지난달 27일 ‘92’까지 치솟았습니다. 지수가 91이상이면 ‘극도의 탐욕’ 상태, 0은 극단적 공포를 나타냅니다. 시장이 지나치게 뜨거워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워런 버핏이 당신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있다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남들이 욕심 낼 때 두려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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