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인 듯, 아닌 듯… ‘황금의자’ 주인 찾은 은행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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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인 듯, 아닌 듯… ‘황금의자’ 주인 찾은 은행련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1.2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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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센 전관과 민간 전문가’ 김광수, 새 회장 내정… 차기 농협금융 회장도 모피아?
새 은행연합회장 단독 후보로 추대된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NH농협금융지주
새 은행연합회장 단독 후보로 추대된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NH농협금융지주

이변은 없었다. 행시 27회로 옛 재경부 과장을 거쳐 금융위원회 국장까지 올랐다. 관료 시절 1997년 외환위기, 1999년 대우사태,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겪었다. 그의 프로필을 소개하는 기사에는 늘 ‘유력’이라는 제목이 따라 붙는다. ‘NH농협지주 회장 유력, 회장 연임 유력, 차기 은행연합회장 유력’ 따위다. 그리고 속보가 이어진다. ‘확정’이라는 제목과 함께.

지난 4월 10일 NH농협금융지주 회장직 연임을 확정한 김광수 회장이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에 단독으로 뽑혔다. 어제(23일) 연합회 회장추천위원회 세차례 회의 끝에 제14대 회장으로 내정됐다. 그것도 만장일치다. 이제 금융권 최대 유관기관의 우두머리를 상징하는 연봉 7억짜리 황금의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
전국은행연합회.

김 회장이 황금의자에 앉는 순간, ‘모피아’(옛 재무부 영문 약칭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 회장은 부활한다. 2014년 황금의자에서 내려온 박병원 회장 이후 6년 만이다. 하지만 이번 연합회 회장추천위원회의 선택은 ‘절묘’라는 낱말로 귀결한다. 모피아인 듯한 ‘힘센 전관’과 모피아 아닌 듯한 ‘민간 전문가’라는 두 토끼를 한 자리에 앉힌 것이다.

회장추천위원회 ‘마지막’ 회의가 끝난 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의 말이다. “기본적으로 업계를 대표하는 자리인데 업계 출신이 맡는 게 상식적으로 맞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관료 출신이란 점을 고려했느냐는 질문의 답변에서는 왠지 멋쩍음이 숨어있다. “행장들이 그런 고려는 전혀 안 했다고 본다”.

지난 3월 19일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이 본사 회의실에서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NH농협금융
지난 3월 19일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이 본사 회의실에서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NH농협금융

그렇다면 누리꾼들은 이번 인선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걍 낙하산이잖아” “뭐야... 관료들이 금융산업 갈구고... 자기들이 윗대가리로 내려가서 조율하고” “솔직히 은행연합회 회장 자리...그거 주기만 하면 은행 대리들도 할 수 있는 자리인데...연봉 7억에 대우는 엄청 받고 책임은 별로 없는 그런 보직” “국회는 모피아 출신의 유관 기업 취업 금지법을 만들어라” “이 관행은 대체 왜 못 없애고 못 바꾸는 거냐???” “관료직 근무자는 관련직종 사기업 취업 10년 제한해라!!!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니야??” “이러니 은행이 사기펀드 팔고 부동산 투기하고 개인정보 팔아먹어도 처벌을 안하지” “금융당국의 규제를 막아주니까 은행이 정권의 하수인 노릇이나 하는 거야”.

7억짜리 황금의자에 앉을 주인에게 열심히 일하라고 당부도 올린다. 공무직도 아닌데 번짓수 잘못 찾았다고 뭐라 하지는 말자. 설령 아래 누리꾼이 공무원이 아니라고 뭐라고 하지도 말자. 맞는 말 한 거니까.

“공직에 있지만 같은 공직에 있는 직원 보면 양심에 찔리는 경우가 많다. 일을 너무 안하고 도덕적으로 해이해진 경우도 많이 본다. 정시 퇴근 후 초과근무 수당 신청하는 도둑질은 안했으면 한다. 연금도 국민연금과 통합했으면 한다. 매년 수십조원의 적자를 열심히 일하는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건 도덕적 양심을 괴롭게 한다. 코로나 재난으로 국민들이 생계의 위협에 처했다고 한다. 공무원 월급의 절반을 국민들과 공유했으면 좋겠다.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공무원 월급 연금은 힘들게 일한 국민들 돈이지 우리가 무슨 수출해서 번 돈도 아니지 않은가”.

농협의 현직 수장이다 보니 그에 대한 불만도 차고 넘친다. 자리 옮기기 전에 당부도 빠뜨리지 않는다.

“사실 우리나라는 농협의 개혁이 아니라 혁명적인 구조적 개선이 필요한 나라다. 특히 지역조합의 개선이 차마 열거하기 부끄러운 온갖 수수께끼의 집단. 언젠가는 민낯이 드러나겠지” “농협은 농민에겐 거머리였지” “먼저 축하 드립니다^^ 은행연합회장으로 가기 전에 귀하의 농협지주사에 속해 있는 농투증권에서 판매한 옵티머스 사기상품 선보상 문제를 꼭 한번 피눈물을 흘리는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반드시 임기 마치기 전에 해결해 주기를 바랍니다”.

NH농협금융 본사.
NH농협금융 본사.

이제 세간의 시선은 또 다른 ‘자리’로 옮겨진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직이다. 김광수 회장이 다음 달부터 은행연합회로 출근하게 되면 빈자리가 된다. 김 회장의 농협금융 회장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당장 직무대행은 부사장인 김인태 경영기획부문장이 맡는다. 아직 하마평에 오른 인물이 없지만 이번 주 개각이 이뤄지면 후보군이 급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례를 따져보면 차기 농협 회장도 관 출신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농협금융지주는 100% 지분을 가진 중앙회장이 사실상 인사의 전권을 갖는 구조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의 관리를 받는 만큼 회장직은 관료 출신들 차지였다. 경제부처 등 개각이 이뤄지면 공직을 물러난 유력 후보가 등장할 것이다. ‘모피아’라는 낱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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