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반성” 예탁결제원, ‘외화증권 개선’은 뒷전
상태바
“옵티머스 반성” 예탁결제원, ‘외화증권 개선’은 뒷전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0.10.21 13: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중예탁’ 독점, 외화증권 수수료 수입만 올 들어 8월까지 200억 넘어
한국예탁결제원 서울 지사. /사진=한국예탁결제원
한국예탁결제원 서울 지사. /사진=한국예탁결제원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투자자들의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는 한국예탁결제원이 ‘외화증권 집중예탁제’가 독점이라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외화증권은 예탁원이 지정한 현지 기관에서 집중적으로 맡아 관리한다.

어제(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탁원의 수수료와 서비스 경쟁을 위해 이 같은 독점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명호 예탁원 사장은 “장기적으로 생각을 같이 한다”라면서도 다만 “지금이 그 시점인지에 대한 판단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현재 자본시장법은 증권사가 외국시장에 진출할 경우 예탁원이 이미 진출한 시장에서만 외화증권을 사고팔 수 있고 예탁원이 계약을 체결한 보관기관만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집중보관을 통한 규모의 경제 효과를 살려 외화증권 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취지라지만 경쟁을 통한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자료=이용우 의원실(한국예탁결제원 제공)
/자료=이용우 의원실(한국예탁결제원 제공)

예탁원은 현재 국내 증권사들이 유로본드·미국·홍콩·일본·영국·캐나다·중국·브라질(국채) 시장에서 6개 해외보관기관만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계약했다. 이에 따라 예탁원이 거둬들인 외화증권 수수료 수입만 올해 들어 8월까지 200억원을 넘어섰다(200억4700만원). 해외에 지급한 수수료 비용 155억1800만원을 제외하고도 45억2900만원을 챙긴 셈이다.

이와 함께 예탁원이 해외보관기관에 대표계좌로 등록됐기 때문에 증권사가 ‘즉각 공시’ 등의 긴급한 정보를 받지 못하는 불편함도 지적됐다. 실제로 지난해 7월 한 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해외주식을 매도했는데 주문물량의 4배가 팔렸다. 해당 종목은 전날 4대1로 주식을 병합했으나 예탁원과 증권사 간 정보 전달이 곧바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용우 의원은 “예탁원의 독점적 구조는 경쟁을 통해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기회를 없애고 각 증권사의 현지 네트워크를 이용한 신규 비즈니스 개발에 장애가 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제 대형 증권사는 자율에 맡기는 등 선택적으로 집중예탁제를 재검토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주주총회 특별지원반 출범식에 참석한 이명호 예탁원 사장(왼쪽 4번째). /사진=한국예탁결제원
지난 3월 주주총회 특별지원반 출범식에 참석한 이명호 예탁원 사장(왼쪽 4번째). /사진=한국예탁결제원

이날 감사에서는 ‘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펀드의 사무관리사인 예탁원이 옵티머스의 요청에 따라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 등으로 종목 이름을 바꿔 자산명세서에 기재, 투자자들의 혼란을 키웠다는 것이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예탁원이 옵티머스 사모사채를 끊임없이 공공기관 사채로 바꿔주기 위해 오간 이메일이 수두룩하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 의원은 이어 “청와대에 로비했다는데 예탁원에는 안 했겠냐는 의심이 든다”라며 “사기꾼한테 당한 실수가 아니라 공모했다고 본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에 이명호 예탁원 사장은 “뚜렷하게 공모하거나 할 유인은 갖고 있지 않다”라며 “저희 직원이 업계 관행에 따라 나름대로 전화하고 확인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렇게 된 것에 대해 미흡했고 송구하다”라고 말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도 “기준가격 산정 등을 위해 운용사가 사무관리회사에 보낸 이메일에는 ‘사모사채 인수계약서’까지 같이 첨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모사채에 대한 언급은 없이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자산명세서에 기입했다”라고 지적했다. 이 사장은 이에 대해 “업계 관행이 사무관리사의 경우 자산운용사가 보내주는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 사장의 반성을 촉구했다. 민병덕 의원은 “공공기관인 예탁원에서 반성하는 태도가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고 김한정 의원은 “엄청난 사기 사건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 사장은 “많은 반성 중”이라며 “(예탁원이) 조금 더 철저히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자료=한국예탁결제원

한편 예탁결제원은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27일까지 ‘2020년도 휴면 증권투자재산(실기주과실, 미수령주식) 찾아주기 캠페인’을 실시한다. 지난달 말 현재 예탁원에서 보관중인 휴면 증권투자재산은 실기주과실주식 약 107만주(시가 약 12억원), 실기주과실대금 약 375억원, 미수령주식 약 260만주(시가 약 277억원, 주주 1만3028명)이다.

실기주는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실물로 출고한 후 주주 본인 명의로 명의개서를 하지 않은 주식을 말한다. 실기주과실은 이러한 실기주에 대해 발생한 배당 또는 무상주식을 뜻한다. 실기주과실 및 미수령주식 확인은 예탁원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e-서비스’에서 ‘실기주과실조회서비스’ 또는 ‘주식찾기’를 클릭하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