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먹여 살린 금융지주, 이젠 ‘증권·카드’가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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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먹여 살린 금융지주, 이젠 ‘증권·카드’가 살 길?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7.29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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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은행 부문 수익 비중, 신한금융 38.4%로 최고… 순이익도 최대
은행 비중 높은 우리금융은 최악의 순이익… “비은행 비율 높여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국내 4대 금융지주사의 이익 비율의 6할 이상을 차지하면서 금융지주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은행의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분위기입니다. 반면 비은행 부문의 실적은 크게 개선되면서 은행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메우는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는데요. 초저금리 기조에 각종 대출 규제 등으로 은행업의 경영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KB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사의 올해 상반기 전체 당기순이익 중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평균 비중은 30.3%로, 전 분기인 지난해 말(25.4%)보다 4.9%p 늘어났습니다. 2018년 말(21.8%)과 비교하면 8.5%p 상승한 것입니다.

금융지주사별로 보면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순이익 비중은 2018년 말 31%에서 지난해 말 34%, 올해 상반기에는 38.4%로 확대됐습니다. 4대 금융지주 중 최고치입니다.

신한금융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조80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5.7% 줄었는데요. 은행과 금융투자의 실적악화가 컸습니다. 신한금융 측은 “2분기에는 국내외 경기 둔화에 따른 잠재적 부실 대비 필요성에 의해 보수적 충당금 평가 기반으로 신용 손실 충당금을 추가적으로 적립했다“면서 ”비은행 부문인 카드·생명·캐피탈 중심의 비이자 이익 확대를 통해 그룹 경상 이익 성장을 견인했다“고 전했습니다.

신한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11% 줄어든 1조140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신한카드는 11.5% 늘어난 3025억원, 신한캐피탈도 19.6% 증가한 847억원, 신한생명도 17.4% 확대된 916억원, 올해 완전자회사로 편입된 오렌지라이프생명도 57.9% 늘어난 1375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신한은행의 실적부진을 만회했습니다.

KB금융지주의 비은행이 차지하는 순익 비중은 2018년 말 26.2%에서 지난해 말 30.9%, 올해 상반기에는 32.3%로 확대됐습니다. KB금융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한 1조7113억원에 그쳤는데요. KB금융 관계자는 “미래 경기전망 시나리오를 적용하고,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건전성 악화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자 그룹 차원에서 약 2060억원 규모의 추가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며 추가 대손충당금 영향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은행 부문의 실적부진 영향도 한 몫 했습니다.

KB국민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조2467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축소됐습니다. 반면 비은행 부문인 KB국민카드가 12.1% 성장한 1638억원, KB증권도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24.2% 늘어난 1804억원을 기록하며 그룹 성장에 기여했습니다.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문 이익 비중은 2018년 말 21.6%에서 지난해 말 24.0%, 올해 상반기 30.3%로 수직 상승하고 있습니다. 하나금융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이 6876억원을 기록하며 증권사 평균 전망치 대비 18%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하면서 상반기 순익 1조344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11.6% 증가한 수치입니다.

하나금융의 이같은 실적은 은행 부문보다는 비은행 부문의 기여가 컸습니다. 하나은행의 상반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난 1조620억원을 기록했는데요. 비은행 부문인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12.9% 오른 1725억원, 하나카드는 93.9% 증가한 653억원, 하나캐피탈도 78.7% 확대된 841억원, 하나생명 역시 81.6% 늘어난 233억원, 하나자산신탁은 21.4% 증가한 392억원을 각각 시현하며 그룹의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비은행 부문이 올린 올해 상반기 순이익을 금액으로 따지면 전년 동기 대비 1069억원 늘어난 4079억원입니다. 글로벌부문도 전년보다 667억원 증가한 1695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에 기여했습니다.

지난해 초 출범한 우리금융지주의 경우는 4대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하락세를 보였는데요. 그렇지만 비은행 부문의 순익 기여도는 지난해 말 8.46%대에서 지난해 말 13.04%, 올해 상반기에는 20.9%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은행 기여도가 대폭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은행 의존도가 지나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6605억원으로, 전년(1조1797억원) 동기 대비 44%나 줄어들었습니다. 우리금융 측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충당금(2375억원)과 환매 중단된 사모펀드 사태에 대비한 선지급비용(1600억원) 등이 선제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면서 “일회성 비용을 뻬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이라고 설명합니다.

우리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1조2324억원) 보다 81.8% 폭락한 677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우리카드도 전년보다 19.4% 늘어난 796억원, 우리종합금융 역시 40.8% 증가한 314억원을 기록하며 선방했습니다.

우리금융의 순이익 저조는 지난해 초 지주사로 출범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것에 특히 증권사를 보유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3분기부터는 실적이 호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 충당금을 충분히 쌓은 데다 라임펀드의 경우 2018년 11월 이후 판매한 무역금융펀드는 판매액 650억원 전액을 100% 손실 처리했고, 2150억원에 대해서도 회수예상가액을 하회하는 480억원을 전부 비용 처리하는 등 관련 불확실성을 거의 해소했다”며 우리금융지주의 3분기 실적이 크게 호전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반면 비은행권 비율을 높이지 않는다면 이익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2분기 실적에서 확인했듯이 초저금리 상황에서 은행의 경쟁력 높이기 노력만으로는 이익 방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손태승 회장은 2019년 지주사 전환 이후 비은행 비율을 4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한편 코로나19 장기화와 사모펀드 관련 불확실성 등 각 사에서 하반기에 추가적으로 일회성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에 미리 대응하기 위해 충당금을 책정했는데요. 2분기 충당금 규모는 신한금융지주 3054억원, KB금융지주 2060억원, 하나금융지주 2840억원, 우리금융지주 3975억원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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