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에서 재벌 가문으로… 애경그룹의 ‘혼맥’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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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에서 재벌 가문으로… 애경그룹의 ‘혼맥’ 변천사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4.27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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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세대인 2세는 관료집안, 자녀 세대인 3세는 재벌가와 혼인
자녀 결혼 통해 채동석은 세아-현대차, 채은정은 SPC와 사돈 인연
애경 창업주 채몽인과 세아 창업주 이종덕은 일본인 회사 근무 닮은꼴
사진=픽사베이, 각 사
사진=픽사베이, 각 사

애경그룹이 부모세대인 2세와 자녀세대인 3세가 서로 다른 독특한 결혼문화를 형성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본지가 애경그룹의 결혼문화를 조사한 결과 부모세대인 2세는 주로 관료집안과 혼인한 반면 자녀세대인 3세는 전원 재계집안과 혼인한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故 채몽인 애경그룹 창업주부터 잠깐 언급하겠습니다. 채몽인 창업주는 1938년 일본 오사카의 명성상업학교를 졸업한 후 일본 마쓰시다전기산업(전범기업)에 입사했고, 1944년 동국학원 이사장을 지낸 김한기의 딸 김혜숙과 혼인해 1녀를 뒀으나 김혜숙과는 사별합니다. 이후 1959년 이웃으로 알고 지내던 장영신과 재혼합니다. 장영신은 일제강점기 유학을 갔을 정도로 부유했지만 광복 후 실시된 토지개혁으로 가세가 기울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채몽인은 장영신과 사이에 3남 1녀를 둡니다. 채형석(장남), 은정(장녀), 동석(2남), 승석(3남) 등입니다. 2세들인 이들 4남매는 모두 연애결혼을 합니다. 채은정만 빼고 3명은 대학 재학시절 결혼하는 독특한 이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과 막내 채승석 애경개발 사장은 일반인과 결혼했고, 둘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과 셋째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은 관료집안과 혼인을 했는데요.

채형석 부회장은 1982년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 재학 당시 같은 학교 미술교육과에 다니고 있던 홍미경을 소개받아 교제 1년 만에 결혼합니다. 슬하에 1남(정균) 2녀(문선, 수연)를 두고 있습니다. 홍미경은 현재 AK플라자 문화아카데미 고문을 맡고 있습니다. 홍미경의 아버지 고 홍종수는 인천교육대학 음대 교수를 지낸 음악가입니다.

장녀 채은정 부사장은 외숙모의 소개로 안용찬을 만나 대학교 3학년 때 결혼했는데요. 안용찬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과정 재학 당시 잠시 한국에 들렀을 때 만남을 가지면서 결혼에까지 골인한 것입니다. 안용찬은 대학시절 채형석 부회장과 이미 알고 지냈던 사이였다고 합니다. 채은정과 안용찬 사이에 2녀(안리나, 안세미)가 있습니다. 안용찬의 아버지 안상호씨는 통역장교 1기 출신으로 육군 참모총장 수석 보좌관을 역임한 관료집안입니다. 안용찬은 현재 애경그룹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셋째 채동석 부회장은 성균관대 3학년 때 미팅으로 만남 동갑내기 이정은과 결혼해 졸업하기 전까지 1년 동안 학생부부로 지냈습니다. 이들은 2녀(문경, 수경)를 두고 있습니다. 이정은의 아버지 고 이병문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예편한 4성(星) 해병대 사령관 출신으로 관료 집안인데요. 이병문은 이후 아세아시멘트 회장도 지냅니다.

막내 채승석 사장은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한때 SBS 아나운서로도 활동했던 한성주와 1999년 결혼해 화제를 뿌리기도 했는데요. 결혼 10개월 만에 이혼하며 '돌싱'이 됩니다.

이처럼 2세대들은 재계와 직접적인 혼맥이 없습니다. 하지만 자녀세대인 3세에 들어서는 전원 재계와 결혼을 하면서 전통적인 재벌가들의 혼맥을 형성합니다.

애경그룹은 채형석 부회장 두 딸의 결혼을 통해 세아그룹, 현대차그룹과 사돈관계를 맺습니다. 채 부회장의 장녀 채문선은 2013년 세아그룹의 3세 이태성과 혼인합니다. 세아그룹은 창업주 이종덕-이운형-이태성으로 이어지는 3세 경영을 하고 있는데요. 애경그룹 3세 장녀와 세아그룹 3세 장손의 만남이 이뤄진 것입니다. 이 둘은 2012년부터 만남을 가져오다 2013년 이운형 회장이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별세하면서 결혼을 서두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세아그룹 창업주 이종덕은 일본인이 운영하는 금고회사에서 입사하면서 철강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로써 애경그룹 창업주와 세아그룹 창업주가 일제강점기 시절에 일본인 회사에서 일한 독특한 이력도 연을 맺었네요.

채 부회장의 차녀 채수연은 2016년 정몽구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아들인 선동욱과 결혼합니다. 그리고 슬하에 딸을 하나 둡니다.

애경그룹은 채은정 부사장 딸의 결혼을 통해서 SPC그룹과도 사돈을 맺습니다. 채 부사장의 장녀 안리나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 허희수와 백년가약을 맺으면서 연이 이어집니다. 특히 애경그룹이 운영하는 제주항공 기내식에 SPC 계열 브랜드(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협업에 이어 지난 2017년 5월 쉐이크쉑이 AK플라자 분당점에서 개장식을 열면서 애경그룹과 SPC그룹의 ‘사돈경영’ 애기가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 3~4세들은 만나는 인맥의 범위가 한정돼 있다 보니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재벌가 자녀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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