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일감 몰아주는 시누이-올케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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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 일감 몰아주는 시누이-올케가 고맙다?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3.16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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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애경 장영신-‘유통’ 우영운수 김보겸, 내부거래로 ‘상부상조’
공정거래위 규제대상 12곳… 오너일가 회사 일감몰아주기 사정권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부분이 일감몰아주기 규제입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대기업을 떠나 이제 중견기업에까지 서서히 규제의 폭을 넓히는 분위기인데요.

이런 가운데 주목받는 기업이 애경그룹입니다. 애경그룹은 그동안 자산규모 5조원 미만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었는데,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신규 포함되면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자산총액 5조2000억원 규모로 대기업집단 순위 58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애경그룹은 크게 두 갈래로 축을 이루는데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일가와 김보겸 우영운수 회장 일가입니다. 김보겸은 장영신 회장의 셋째 오빠인 고 장위돈 전 서울대학교 교수의 부인, 즉 올케입니다. 장영신의 애경은 제조를, 김보겸의 우영은 유통을 맡는 식입니다.

장영신 회장은 남편이자 애경그룹 창업주인 고 채몽인 회장과 사이에 채영석(부인 홍미경) 애경산업 총괄부회장,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남편 안용찬),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부인 이정은), 채승석 애경개발 사장을 자녀로 두고 있습니다.

김보겸 회장과 고 장위돈 교수 사이에는 장우영 JSA 대표, 장지영 인셋 대표, 장대영 에이알오 대표 등 자녀가 있습니다.

왼쪽부터 장영신, 김보겸/사진=인터넷커뮤니티
왼쪽부터 장영신, 김보겸/사진=인터넷커뮤니티

공정위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 이름을 올린 애경그룹의 계열사는 에이케이홀딩스(AK홀딩스), 애드미션, 에이텍, 비컨로지스틱스, 애경개발, 애경피앤티, 에이엘오, 에이케이아이에스, 우영운수, 인셋, 코스파, 한국특수소재 등 12곳인데요.

이중 한국특수소재는 지난해 11월 27일자로 코스파에 흡수 합병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게 됩니다. 애경 측은 두 회사의 흡수합병이 “경영효율성 증대 및 사업 경쟁력 강화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그동안 내부거래로 일감몰아주기 의혹의 대상이 됐던 곳이라는 점에서 규제 회피를 위한 결정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국특수소재는 2018년 매출액 148억원 모두 코스파로부터 올렸습니다. 문제는 한국특수소재의 지분에 있었는데요. 일본 JPS가 50%, 애경그룹 계열사 등 특수관계자가 50%로 양분하고 있는데, 이중 고 장성돈(장영신 회장의 둘째 오빠) 애경유지 사장의 차남인 장인원씨 등 총수일가가 28.05%를 소유했었습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은 총수일가 지분이 30%(비상장 계열사 20%) 이상일 경우, 계열사의 내부거래 금액이 연간 200억원 또는 국내 매출의 12% 이상일 때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게 됩니다.

한국특수소재는 합병으로 인해 계열사간 내부거래에서 동일기업 내 부문간 거래로 바뀌어 일감몰아주기 규제로부터 벗어난 것입니다. 하지만 국부유출 논란으로부터는 벗어나기 힘들 듯합니다. 지분율에 따라 해마다 배당금 형식으로 일본으로 자금이 빠져나갔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7~2018년에만 총 배당금은 각각 35억원입니다. 지분율에 따라 절반은 일본으로 빠져 나갔습니다.

이 외에도 주목 받고 있는 곳은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AKIS(에이케이아이에스), 우영운수, 비컨로지스틱스, 에이엘오, 인셋 등 5곳입니다.

AKIS는 세제 제조업체였던 옛 애경유지공업으로 설립돼 백화점 영업으로 영역을 넓혔으며 2018년에는 소프트업체인 AKIS와 합병하면서 현재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지분율 100% 오너일가 소유회사입니다. 지분구조를 보면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5.63%), 장남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50.33%), 차남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20.66%), 삼남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10.15%), 장녀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13.23%) 등이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이 회사가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을 채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합병하기 전인 2017년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이 425억원 중 398억원으로 91.5%에 달합니다. 합병 후인 2018년에도 512억원 중 271억원으로 53%에 이릅니다. 당연히 규제대상이죠.

육상운송지원 서비스를 영위하는 우영운수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올케인 김보겸 대표가 이끌고 있는데요. 지분은 장우영 대표(34%), 장대영(30%), 장지영(30%), 김보겸(6%) 등 김보겸 회장 일가가 100%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2018년 매출액(57억9000만원)의 97.13%인 56억2400만원을 애경산업 등 내부거래로 올렸습니다.

우영운수와 마찬가지로 육상 운송지원 서비스를 하는 비컨로지스틱스도 김보겸 회장의 세 아들인 장우영(35%), 장대영(32.5%), 장지영(32.5%)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인데요. 이 또한 2018년 매출액 51억9000만원 모두를 애경산업과의 거래로 발생했습니다.

여기에 포장용기를 만드는 에이텍도 일감몰아주기 사정권에 들어 있는데요. 장영신(0.11%) 회장을 비롯해 장남 채형석(28.66%) 총괄부회장, 차남 채동석(17.91%) 부회장, 삼남 채승석(3.32%) 사장 등 오너 일가 지분율이 50%이면서 내부거래 규모 또한 상당합니다. 2018년 총 매출액 632억원 중 49.8%인 315억원의 매출 애경산업으로부터 나왔습니다. 2017년에도 697억원 중 386억원(55.4%)이 역시 애경산업으로부터 발생했습니다.

광고대행업체인 애드미션도 일감몰아주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지분은 안용찬 전 제주항공 부사장(장영신 사위이자 채은영 남편) 76.92%, 장 회장의 장녀 채은영 6.67% 등이 83.59%를 가지고 있는데요. 2017년 204억원의 매출 중 절반에 가까운 47.6%인 97억원을 제주항공과 애경산업 AK홀딩스 등 계열사로부터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듬해인 2018년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액이 14억원으로 확 줄어들었는데, 매출액도 반토막 난 101억원을 기록했더군요. 그런데 당기순이익도 -4억원으로 적자로 전환합니다. 내부거래가 줄어드니 수익이 엉망이 된 셈입니다.

골판지 등을 제조·판매하는 애경P&T(애경피앤티) 또한 매출액의 대부분을 계열사로부터 거둬들이고 있는데요. 지분은 에이텍(45%), 채형석(40%), 안용찬(10%), 장인원(5%) 등 오너 일가가 100% 가지고 있습니다. 2018년 총 매출액 185억원 중 90.8%인 168억원을 애경산업 등과의 내부거래로 올렸으며, 2017년에도 176억원 중 149억원(84.7%)을 이같은 방법으로 매출을 올렸습니다.

애경그룹의 지분구조와 일감몰아주기를 보면 제조의 장영신과 유통의 김보겸, 두 라인이 서로 밀고 끌면서 그룹을 이끌어온 양상으로 보입니다. 어찌보면 그동안 보아왔던 대기업들의 재산 싸움과 전혀 다른 경영인, 시누이(장영신)와 올케(김보겸) 간에 사이좋은 경영을 이루는 것 같게 보여질 수 있습니다. 오너 일가 간의 나눠먹기식 부 축적이란 의혹에 대해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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