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2의 론스타’는 없다?… 국내 은행 BIS비율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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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2의 론스타’는 없다?… 국내 은행 BIS비율 해부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1.29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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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카카오은행’도 BIS비율 10% 육박… 자기자본 ‘209조’ 나라살림의 4할
사모펀드 ‘론스타’, 외환은행 먹튀하고 5조원대 소송까지 ‘황당’… 올해 말 판결
국제결제은행(BIS)/사진=인터넷커뮤니티
국제결제은행(BIS)/사진=인터넷커뮤니티

‘단군 이래 최대 먹튀’. 미국계 투자전문사모펀드 ‘론스타’의 또 다른 수식어죠.

최근 영화 ‘블랙머니’와 드라마 ‘머니게임’이 론스타 먹튀 사건을 베이스로 다루며 론스타 사태가 다시 대한민국 사회에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론스타 먹튀 사태는 BIS비율 때문에 발생했는데요.

BIS비율이란 국제결제은행(BIS)에서 은행의 위험 자산(부실 채권, 대출 등)에 대해 일정 비율 이상의 자기 자본을 보유하도록 일반은행에게 권고하는 자기자본비율 수치로,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지표입니다. 은행의 신용 위험과 시장 위험에 대비해 최소한 8% 이상이 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론스타 사건이 문제가 되는 것은 론스타가 2003년 당시 금융당국 그리고 관료들과 손잡고 외환은행의 BIS비율을 조작해 헐값에 사들여 고가에 되팔고 우리나라 땅을 떠나 먹튀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인데요.

외환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부실자산이 쌓였고 BIS비율이 1998년 말에는 6.69%로 떨어집니다. 자구노력을 통해 2003년 3월 말에 8.48%까지 올려놓습니다.

하지만 금융감독위원회 등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외환은행의 BIS 비율을 6.16%로 결론짓는 어이없는 짓(?)을 벌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은행법에는 금융회사가 아닌 사모펀드는 국내 은행 인수를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매각 대상 은행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사모펀드도 인수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있습니다. 론스타는 사모펀드입니다.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게 외환은행 인수 자격을 부여한 것이죠.

이에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지분 51%를 총 1조3800억원에 사들이고 2012년 하나은행에 매각대금(4조7000억원)과 배당금(2800억원) 등 약 5조원을 챙기고 한국을 떠납니다. 그런데 론스타는 먹튀도 모자라 우리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을 제기까지 합니다. 어처구니없는 행태죠.

문제제기는 외환은행을 되파는 걸 우리정부가 지연시켜 47억달러(한화 약 5조4000억원)를 손해 봤으니 배상하라는 것인데요. 왜 47억달러가 손해를 봤는지도 의문이지만 우리정부가 왜 국가재산이나 다름 아닌 외환은행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팔았냐라는 것입니다. 이 소송 결과는 올해 말 나올 전망입니다.

론스타 먹튀를 소재로 한 영화 ‘블랙머니’ 스틸컷.
론스타 먹튀를 소재로 한 영화 ‘블랙머니’ 스틸컷.

그렇다면 현재 우리 국내은행들의 BIS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공시된 2019년 9월 기준 19개 은행을 분석했습니다. BIS비율은 최소한 8% 이상이 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10% 이상이면 우량 은행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은행은 BIS비율이 10%를 넘는 우량은행으로 나왔더군요. 하지만 단 한곳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은행’은 9.97%로 가까스로 10%를 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국제결제은행(BIS) 권고 비율(8%)은 거뜬히 넘겼습니다.

19개 은행의 BIS비율 평균은 15.18%로 집계됐습니다. 은행별로 따지면 6개 시중은행이 평균 16.55%로 가장 높았고, 지방은행(6개) 15.70%, 특수은행(5개) 14.62%, 인터넷전문은행(2개) 10.91% 순이었습니다.

그런데 6개 시중은행 중 한국씨티은행은 미국 Citibank 본사의 대한민국 지점 형태이고,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제일은행)은 영국의 글로벌 은행 그룹 스탠다드차타드 계열로, 엄연히 따지면 외국계은행이죠. 따라서 이 둘을 뺀 4개 시중은행의 BIS비율은 15.89%입니다.

각 은행사별로는 한국씨티은행이 19.51%로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그 외 5개 시중은행별로는 신한은행(16.46%), 국민은행(16.42%),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제일은행, 16.23%), 우리은행(15.17%), 하나은행(15.50%) 순이었습니다.

지방은행은 광주은행이 16.71%로 가장 높았고, 부산은행(16.29%), 경남은행(16.05%), 대구은행(15.17%), 전북은행(15.04%), 제주은행(14.96%)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2개 인터넷전문은행은 케이뱅크은행 11.85%, 카카오은행 9.97%였고, 특수은행은 농협은행(15.69%), 중소기업은행(14.78%), 한국수출입은행(14.43%), 한국산업은행(14.25%), 수협은행(13.97%)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자기자본 금액도 따져봤습니다.

총 19개 은행의 자기자본은 209조628억9600만원입니다. 이는 2020년 대한민국 예산 512조3000억원의 무려 41%나 되는 금액입니다.

전체 은행별로는 시중은행이 총 110조2017억8000만원이고,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을 제외하면 99조4997억700만원입니다. 다음으로 특수은행(80조7048억9500만원), 지방은행(16조7589억5500만원), 인터넷전문은행(1조3972억6600만원)이 뒤를 이었습니다.

각 은행사별로는 국민은행이 28조4880억5200만원으로 으뜸이었고, 산업은행(25조8703억1200만원), 신한은행(24조8120억8400만원), 하나은행(24조6805억5200만원), 우리은행(21조5190억8200만원) 순으로 톱5를 형성했습니다.

자기자본이 가장 적은 곳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은행으로 2320억6400만원이었고, 제주은행이 4925억8900만원으로 뒤에서 2번째를 기록했습니다. 또 이 두 은행만이 자기자본이 1조원이 안됐습니다. 그렇지만 이 두 은행의 BIS비율은 각각 11.85%, 14.96%로 우량은행으로 꼽혔습니다.

이제 더 이상 사모펀드 론스타 같은 먹튀는 국내에 발 들여 놓을 틈이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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