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실버’의 꿈 앗아간 DLF ②] 79세 치매환자도 돈으로 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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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실버’의 꿈 앗아간 DLF ②] 79세 치매환자도 돈으로 보였나
  • 이광희 기자
  • 승인 2019.12.12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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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노후를 꿈꾸는 은퇴 이후 투자자들의 장밋빛 미래를 한순간에 앗아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천문학적 원금손실을 초래한 ‘DLF(파생결합펀드) 사태’가 그것인데요. 금융감독원이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배상 권고안을 내놓았지만 후폭풍은 가늠할 수 없습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무엇인지,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골든 실버’의 꿈 앗아간 DLF ②] ‘피눈물’ 흘리는 은퇴자들

투자경험은 전혀 없고 난청인 79세의 치매환자, 적금 11개를 깨고 가입한 60대 주부, 은행직원의 권유 전화에 덜컥 가입한 투자자, 상품설명도 틀리게 들은 투자자….

​아무리 생각해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사례들입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하나은행 DLF 가입자10명 중 6명은 통상 정기예금으로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비중이 높은 65세 고령자였습니다.

지난달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우리은행 DLF(파생결합펀드)에 가입했다 피해를 입은 한 투자자가 참고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그는 가사도우미를 하며 마련한 1억원을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에 투자했다가 6350만원의 손실을 봤다고 했습니다.

피해자는 “부지점장이 독일이 망하지 않으면 1%도 손해 보지 않는다고 했다. 독일은 건재한데 내 1억원은 어디 있나?”라며 발언 도중 끝내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또 “혼자서 큰 아이를 시집보내고 아직도 두 아이가 있다. 12월에 전세 만기가 돌아온다”면서 “차라리 죽고 싶을 만큼 힘이 든다. 피해자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게끔 도와주셔야 한다”라고 울먹였습니다.

금융당국이 DLF 대책에서 20~80%의 배상비율 결정을 내렸지만 피해자들은 아직도 분조위 재개최를 요구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DLF피해자대책위원회 및 금융정의연대 등은 지난 9일 청와대에 DLF 분조위 재개최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대책위 측은 진정서에서 분조위가 최대 80%로 정한 배상비율이 너무 낮고 은행의 책임을 불완전 판매에 한정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공모 규제를 피하기 위해 사모로 쪼갠 상품에 대한 배상과 배상비율에서 ‘부당권유’에 대한 10% 가산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도 문제로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불완전판매에만 한정해 은행에 책임을 묻는 것은 은행을 봐주는 것”이라며 “금감원이 손해배상기준을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은행과 투자자 간 합의를 자율조정에 맡기는 것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도 지적했습니다.

현재 DLF 피해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은행과 합의를 하거나 ▲은행의 합의 제안을 거부하고 금감원에 사실 재조사를 통한 합의권고를 요청하거나 ▲민사소송 등 소송전으로 가는 것입니다. 다만 검찰 등 사법당국의 수사 결과에 따라 DLF 판매가 불완전판매를 넘어 사기판매로 인정될 경우엔 은행이 100% 배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우리은행·KEB하나은행 등은 분조위 조정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하고 피해자들과 조속한 배상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피해자들이 반발하면서 협의에 난항이 예상됩니다. 다만 피해자측이 주장하는 분조위 재개최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낮은데다, 향후 분조위 수용 거부에 따른 소송전으로 갈 경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협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특히, 소송전으로 갈 경우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까지 최소 3~4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10년을 끌어온 키코 사태와 마찬가지로 DLF 사태 역시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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