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 입맛 맞추기?… ‘바람 잘 날 없는’ 홈앤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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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 입맛 맞추기?… ‘바람 잘 날 없는’ 홈앤쇼핑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1.02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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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 등 공적 성격 대주주 구성… ‘외풍 구조’
중소기업 판로지원? 채용비리·뇌물·횡령 의혹… ‘복마전’
사진=홈앤쇼핑 본사
사진=홈앤쇼핑 본사

중소기업 상품 판로지원을 위해 지난 2012년 1월 공식 개국한 홈앤쇼핑이 각종 비리와 로비 의혹 등 복마전으로 흘러가는 양상을 보이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마치 ‘염불보다 잿밥’에 정신 팔린 듯한 모양새입니다.

홈앤쇼핑은 민간기업이지만 주주가 공적 성격을 가진 기관으로 구성돼 있어 사실상 정부로부터 관리감독을 받는 구조죠.

지분구조를 보면 중소기업중앙회가 32.39%로 최대주주이며, 농협중앙회(20%), 중소기업유통센터(15%), 중소기업은행(10%)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주 구조가 이렇다보니 ‘외풍’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내외부의 시선이었죠.

이들 주주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암튼 잡음이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홈쇼핑업계의 최대 이슈 메이커는 홈앤쇼핑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홈앤쇼핑은 출범 초기부터 비리로 시작됐습니다.

2011년과 2013년 공채 1·2기 전형에서 출신학교 등급제를 운영하는 등 학력차별을 둔 것인데요.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공채 1기 서류전형 배점 기준표에 소위 ‘스카이’(SKY)로 불리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에게는 만점인 25점, 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는 23점, 그리고 지방대 등 기타 대학 출신자에게는 10점을 부여했습니다.

출신대학의 배점은 서류전형 전체 110점 만점에 25점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학점 20점, 어학점수 20점입니다. 2기 전형에는 더 심해져 출신대학의 배점 비중이 30점으로 늘어납니다.

이같은 출신학교 차별은 헌법과 고용정책기본법, 인권위법에 위배되는 위법행위입니다.

출신학교 차별행위 금지에 대한 국회에서 법률이 발의됐으나, 당파싸움에 밀려나 소멸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기업의 채용비리와 불합리한 출신학교 차별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감시와 규제를 더욱 철저히 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홈앤쇼핑의 취업비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故 노무현 대통령을 수사했던 대검 중수부장 출신 이인규 변호사가 홈앤쇼핑의 대주주인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인사청탁을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는데요.

2017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강남훈 홈앤쇼핑 대표이사는 “(이인규 변호사가) 소개해서 하나 들어왔다”라고 시인했죠.

이인규 변호사 청탁으로 입사한 직원은 이 변호사의 처조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남훈 대표와 이인규 변호사는 고교동창 사이로, 이 변호사는 홈앤쇼핑 설립 초기 2년간 사외이사를 맡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공채 1·2기 때 지원자 10명의 점수를 조작해 합격하도록 특혜를 주기도 했는데, 중소기업중앙회 임원의 소개가 6명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모두 면죄를 받았습니다. 취업 청탁을 한 중소기업중앙회 임원은 청탁은 맞지만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은 증거 불충분 이유로 입건되지 않았습니다.

2017년에는 청와대 인사와 관련된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죠.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협회장으로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에 거액의 후원금을 내 논란이 일었는데요.

전병헌 수석이 협회장을 맡은 지 1년쯤 되는 시점인 2014년 3월에 2700만원을 후원했습니다. 후원 명목이 이상합니다. ‘홍보비’. 홈앤쇼핑과 특별히 관련이 없는 e스포츠협회에 무슨 홍보를 위해 후원을 했다는 것인지…. 홈쇼핑업계에서는 홈앤쇼핑과 롯데홈쇼핑 두 곳이 후원을 했습니다.

전병헌 수석은 사퇴합니다.

강남훈 대표도 이런 일련의 사건이 퇴진압박으로 이어져 결국 지난해 3월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당시 업계에서는 “김남훈 대표가 전 정권 인사인데도 CEO 자리를 고수해 경찰 수사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이후 취임한 최종삼 대표이사 역시 비리 의혹에 휘말립니다.

매년 30억원 이상을 목표로 책정하는 사회공헌기금이 지난해 2월 진행된 중소기업중앙회 선거에서 특정 후보에게 자금으로 들어간 정확이 포착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이죠.

최종삼 대표 등 일부 고위관계자들이 연루된 것으로 경찰은 의심하고 지난해 10월 압수수색을 했습니다. 경찰은 12월에도 기부 관련 단체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2차에 걸쳐 이번 황령사건에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기부금 횡령 의혹 수사가 진행되자 최종삼 대표는 지난달 사임계를 제출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현재 홈앤쇼핑은 전체 임원 5명을 보직 해임하고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앞선 초대 수장인 이효림 전 대표도 석연찮은 이유로 물러났는데요. 본인은 건강을 이유로 들었지만 홈쇼핑 업계에서는 중소기업중앙회 등 대주주와의 불화설이 끊이지 않았죠.

1대 이효림 ‘대주주와 불화설’→2대 강남훈 ‘채용비리·뇌물 의혹’→3대 최종삼 ‘횡령 의혹’.

‘염불보다 잿밥’이라더니 딱 그 꼴이네요.

한편 홈앤쇼핑은 2017년 기준 시장점유율 8.14%로, 홈쇼핑업계 6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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