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민한국 증시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대혼돈 속으로 더 깊숙이 빠져드는 듯하다.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거침없는 상승일로만 내달리던 증시가 이토록 무섭게 돌변할 수도 있을까 싶다. 전문가들조차 연일 극심하게 출렁거리는 증시를 바라보며 분석은커녕 할 말을 잃어버릴 정도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단순한 해답은 의외로 무척 간단하다.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지나치게 많이 올랐기 때문에 나타나는 급격한 조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투톱의 영업이익이 아무리 폭증하더라도 단기간의 주가 상승이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폭등한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다.
또 한 가지 원인은 주식 소유자들 사이의 손바뀜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매우 빠르게 진행된 점을 꼽을 수 있다. 반도체 투톱(삼전닉스)을 장기간 보유해 온 투자자들은 주로 외국인들이었다. 그들이 엄청난 규모의 주식을 끊임없이 내다 파는 동안 그걸 떠안은 쪽은 주로 개인투자자들이었다. 전설적인 투자자였던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거듭 강조했던 바대로, 소신파 투자자의 손에서 부화뇌동 투자자의 손으로 주식이 옮겨가면 주가는 대체로 상승보다 하락으로 반전하기 쉽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근 1년여 동안의 매매동향만 살펴봐도 투자주체별로 얼마만큼 손바뀜이 극단적으로 진행됐는지를 금세 파악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가파르게 오를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주식을 내다 팔았고, 외국인들이 내던진 막대한 물량의 대부분은 변덕스러운 개인투자자들의 주머니 속으로 빠르게 옮겨진 게 틀림없다.
반도체 투톱(삼전닉스)과 SK스퀘어를 합산한 매매동향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 대부분이 개인투자자들의 손으로 넘어갔음이 뚜렷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로 집계되는 수치의 대부분은 사실상 개인투자자들의 ETF 매매 분으로 추정할 수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이번 달 13일까지 투자주체별로 매매동향을 분석해 보면, 투자 성과 측면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 집중적으로 순매수한 종목들의 수익률은 외국인이 가장 낮은 반면, 집중적으로 순매도한 종목들의 수익률은 외국인들이 가장 높다. 급등한 주식일수록 외국인들은 적극적인 매도로 대응한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상승이 부진한 종목을 적극적으로 처분한 후 급등 종목을 추격 매수하는 경향이 많았기 때문이다.
투자주체별 순매수 톱10 종목을 살펴보면 금융투자를 포함한 기관과 개인들이 반도체 투톱을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매수했는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급등한 주식일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매도하는 경향이 다시금 확인된다.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순매수한 종목들은 방산(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차 전지(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화장품(에이피알), 반도체(두산, 파두) 등으로 매우 다양하게 분산된 모습이다. 종목별 주가 등락률 또한 종목별 편차가 매우 심한 편이다.
투자주체별 순매도 동향을 살펴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얼마만큼 반도체 투톱 주식을 처분하는 데 적극적이었는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순매도한 전체 규모는 147조원에 이르는데, 반도체 투톱에서 순매도한 금액만 138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SK 스퀘어 매도 금액을 더하면 147조원으로 불어난다. 사실상 한국 증시에서 지난 1년여 동안 줄기차게 내다 판 한국 주식의 전체 규모가 '반도체 투톱+SK스퀘어' 순매도 금액과 정확히 일치하는 셈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처분한 종목들일수록 극단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점은 주목해서 살펴볼 만하다. 외국인 투자자들과 정반대의 경향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주로 개인투자자들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저토록 과감하게 반도체 투톱을 처분하는 와중에도 주가는 오래도록 강세 흐름을 이어온 게 사실이지만,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 반전하고 나서야 그들의 판단이 그다지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개인이 집중적으로 매도한 종목들은 몇몇 종목을 제외하면 급등장에서 주가 움직임이 대체로 부진했던 종목들이다. 반도체 투톱의 주가가 상승 강도를 더할수록 이들 종목의 주가가 약세를 보였던 이유도 '극단적인 반도체 쏠림 현상' 때문으로 판단된다.
기관 순매수 종목들의 매매 동향이 개인 투자자들과 판박이로 닮은 건 금융투자로 집계되는 수치가 대부분 ETF 매매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매매는 사실상 개인투자자들의 매매로 간주하더라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강세장이 지속되면 투자자들은 자칫 방심하기 쉽다. 수많은 거장의 가르침을 무시한 채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가 아닌 투기'에 내몰리기 쉽다. 노련한 투자자조차도 군중을 따라가지 않으려면 대단한 의지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투기는 소설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이다. 전 사회구성원이 이성의 고삐를 풀어 헤치고
황금을 뒤쫓아 마구 달려갈 뿐 아니라, 도깨비불에 홀려 곤경에 빠질 때까지 실체를
깨닫지 못하는 사건들이 어찌 재미없고, 지적이지 못하다는 말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