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를 넘어 ‘끝없는 변혁’ [강태운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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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를 넘어 ‘끝없는 변혁’ [강태운의 빛과 그림자]
  • 강태운 미술칼럼니스트
  • 승인 2026.06.2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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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 같지 않은 이상, 사람은 다 이상하다. 완벽하게 나와 맞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말할까. 왜 저 사람은 저런 선택을 할까. 내 기준에서는 불필요해 보이는 것을 붙잡고,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볍게 넘긴다. 그 순간 내가 만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이상함이다. 그 느낌은 즉각적이다.

반대로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해하는 데까지 닿으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새로움의 충격'이라는 표현 역시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상황을 살핀 다음에야 가능한 말이다. 처음 마주한 순간에는 새로움이 아니라 낯섦이다. 당장은 이상하다. 시간이 지나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상하다 못해 발칙하다.

사람은 다 이상하다. 그러니 이상하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이상함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가이다. 자신의 방식이 낯설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안에 일관된 기준을 가진 사람은 시간이 지나 이해받을 수 있다. 처음에는 고집처럼 보이던 것이 시간이 지나 하나의 언어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이유와 방향을 알 수 없는 이상함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새로운 생각과 표현도 처음에는 이상함으로 받아들여진다. 익숙한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기존의 질서를 벗어난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먼저 낯선 것이다. 근대미술이 시작되던 시기, 많은 화가는 자신들이 본 세계를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려 했다. 당시 사람들에게 그것은 규칙을 벗어난 그림, 완성되지 않은 그림처럼 보였다. 시간이 지나 그들의 이상함은 새로운 언어가 되었다.

앙리 마티스, 창문, 1916
앙리 마티스, 창문, 1916

앙리 마티스는 전통적인 원근법을 배제하고 형태를 단순화하여 오직 색채의 힘으로 화면을 구성했다. 앙리 마티스의 원색은 시대를 앞서갔다. 마티스의 화면은 사람들에게 낯섦과 불편함을 주었다. 대표적인 작품인 《모자를 쓴 여인》에서 그는 아내의 얼굴을 실제 피부색과 전혀 다른 녹색으로 칠했다. 아내 아멜리조차 자신의 모습이 이상하게 표현된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조화를 깨뜨리는 파격이었다. 하지만 마티스에게 색은 현실을 그대로 옮기는 도구가 아니었다. 그는 색을 통해 감각과 생명력을 드러내고자 했다.

마티스에게는 분명한 기준이 있었다. '형태와 색으로 삶의 기쁨을 만드는 것.' 그래서 그의 이상함은 변덕이 아니었다. 노년에 건강이 악화되어 더 이상 붓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게 되었을 때도 그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대신 종이를 오려 붙이는 컷아웃 기법으로 나아갔다. 방법은 바뀌었지만, 기준은 바뀌지 않았다. 붓이 가위로 바뀌었을 뿐, 그가 끝까지 추구한 것은 색과 형태를 통해 삶의 생동감을 표현하는 일이었다.

앙리 마티스, 모자를 쓴 여인, 1905
앙리 마티스, 모자를 쓴 여인, 1905

파블로 피카소와 앙리 마티스는 서로를 의식한 라이벌이었다. 피카소는 한 가지 방식에 머물지 않았다. 청색 시대, 장미 시대, 입체주의가 그것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바뀌는 그를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피카소의 변화에는 중심이 있었다. 보이는 것 너머의 본질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형식은 달라져도 질문은 하나였다.

마티스와 피카소의 이상함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그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난다. 반 고흐의 그림은 현실과 달랐다. 《해바라기》의 노란색, 《별이 빛나는 밤》의 소용돌이치는 하늘은 눈앞의 풍경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었다. 그는 보이는 세계보다 자신이 느낀 세계를 그렸다. 당시 사람들에게 그의 색과 붓질은 불안하고 과했다. 반 고흐에게 그 붓 터치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필연적인 방식이었다. 그의 이상함에도 기준이 있었다.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 안락의자에 앉은 여인, 1874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 안락의자에 앉은 여인, 1874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는 조금 다른 결로 그렸다. 그는 특별한 사람보다 평범한 사람을 그렸다. 카페에서 쉬는 사람, 춤추는 사람, 햇빛 속에 앉아 있는 사람. 당시 그림 속 인물은 신화 속 존재처럼 이상화되어야 했다. 그러나 르누아르는 살아 있는 인간의 순간을 화면에 담았다. 여인의 웃음과 휴식, 평범한 일상의 즐거움. 르누아르에게 아름다움은 특별한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에드가 드가는 더 낯선 곳을 들여다본 화가다. 드가는 완벽한 무대 위의 발레리나보다 연습 중인 무용수, 준비하는 순간, 잠시 흐트러진 자세를 그렸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무대 위 아름다운 장면이 아니라, 지나쳐버리는 순간을 붙잡았다. 그의 이상함은 아름다움의 기준을 바꾼 것이었다.

에드가 드가, 녹색 방의 무용수, 1879년경
에드가 드가, 녹색 방의 무용수, 1879년경

클로드 모네의 《인상, 해돋이》는 당시 완성되지 않은 그림처럼 보였다. 한 비평가는 모네의 제목에서 가져온 말로 단순한 '인상'만 남겼다고 조롱했고, 그것이 인상주의라는 이름이 되었다. 하지만 모네는 형태보다 빛을 보았다. 같은 대상도 시간과 날씨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그는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그렸다. 루앙 대성당, 수련, 건초더미. 집착처럼 보였던 반복은 사실 하나의 질문이었다. 변화하는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모네 앞에는 마네가 있었다. 에두아르 마네는 현실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었다. 《풀밭 위의 점심 식사》와 《올랭피아》는 당시 큰 논란이 되었다. 누드는 오랫동안 이상화된 존재였다. 하지만 마네는 현실의 여성을 그렸다. 꾸며진 아름다움이 아니라 지금 존재하는 사람. 사람들은 불편해했다. 하지만 마네가 바꾼 것은 그림의 방식이 아니라, 무엇을 볼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었다.

귀스타브 쿠르베, 시냇가에서 잠든 목욕하는 여인, 1845
귀스타브 쿠르베, 시냇가에서 잠든 목욕하는 여인, 1845

이 이상함의 시작은 구스타브 쿠르베로부터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 쿠르베는 '왜 그림은 꼭 위대한 것만 그려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영웅도, 신도, 역사도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그렸다. 과거 전통과의 결별이었다. 《오르낭의 매장》은 시골 마을의 장례식을 거대한 화면에 담았다. 당시에는 이상한 일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위대한 회화가 될 수 있는가. 쿠르베에게 기준은 이상하지만 분명했다. 보이는 현실을 그리는 것. 기준이 있는 이상함은 결국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그 이상함이 미술사의 흐름을 바꾼 걸작들을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미국을 대표하는 공립 미술관인 디트로이트 미술관(Detroit Institute of Arts, DIA) 소장 명작 52점을 선보이는 <인상주의를 넘어: 르누아르 · 드가 · 고흐 · 마티스 · 피카소>가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오는 8월 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 2관에서 개최된다.

빈센트 반 고흐, 오베르의 우아즈 강가, 1890
빈센트 반 고흐, 오베르의 우아즈 강가, 1890

1관 전시장 끝에 닿으면 파리 근교 우아즈 강변이 내다보이는 쉼터가 등장한다. 그 풍경 속에서 사람들은 낚시와 뱃놀이를 즐기는 중이다. 미술사에서 가장 치열한 시기를 다룬 전시라는 점을 고려해서 관람객에게 잠시 숨을 고르라는 배려일까.

반 고흐는 생애 마지막 70일을 파리 근교 우아즈 강변의 작은 마을 오베르에서 보냈다. 오베르는 아를에서의 처절했던 삶과 정신적 고통을 뒤로하고 잠시나마 찾아든 안식처였다. 눈이 시릴 만큼 밝고 선명한 색채의 강렬한 대비, 화면을 굽이치며 역동적이고 굵은 붓놀림에도 불구하고 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은 여유로워 보인다.

'이렇게, 평화롭게 살 수는 없을까?' 그림 속 남자의 빈 얼굴에서 반 고흐를 떠올렸던 나는 흠칫 놀랐다. 제아무리 반듯한 모습이어도 그 너머로 머리를 붙들고 고뇌하는 반 고흐가 연상된다. 반 고흐에게도 쉼이 있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화가는 오로지 그림을 통해서만 말할 수 있다." 삶도 죽음도, 그것이 쉼일지라도.

※ 본 글은 <서양미술사>(E.H. 곰브리치), 전시 보도자료를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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