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으로 몰고 가는 2가지 힘, ‘AI’가 몰고 올 2단계 위험 [김경훈의 시네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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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전’으로 몰고 가는 2가지 힘, ‘AI’가 몰고 올 2단계 위험 [김경훈의 시네노믹스]
  • 김경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6.04.0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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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미국, 데탕트 이전으로 복고하다
1991년 7월 31일 조지 H.W.부시 미국 대통령(왼쪽)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1991년 7월 31일 조지 H.W.부시 미국 대통령(왼쪽)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스탠리 큐브릭의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고전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미·소 냉전 시대에 공멸 혹은 양패구상(兩敗俱傷, 양쪽이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손해만 입음)이라는 공포에 기반한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 핵무기 보유국) 간의 핵 억지력이 작동하지 않게 되는 경우를 그리고 있다.

영화의 도입부에는 마치 잠자리가 공중에서 교미하듯이 미국의 B52 폭격기가 공중 급유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잠자리가 알을 낳듯이 50메카톤급의 핵폭탄을 적진에 떨어뜨리면 그만이다. 영화 말미에는 폭격기의 기장이 말 위에 올라타듯이 핵폭탄 위에 얹혀서 투하된다. 물론 인간 사회에는 여러 단계의 안전장치가 필수적으로 마련되어 있지만 여기에서의 교란 요인은 인간 자체이다.

냉전과 세계화가 종언을 고하고 다시 도래한 다극화 시대에 벌어지는 최근의 분쟁은 의외로 뉴클리어 파워와 논-뉴클리어 파워(Non-Nuclear Power; 핵무기 비보유국)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다. 어찌 보면 뉴클리어 파워의 종국적인 핵무기 사용으로 승패가 정해져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이란 전쟁은 모두 논-뉴클리어 파워가 일방적으로 침공당한 채 저항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두 가지 억지력이 있다. 러시아나 이스라엘 같은 핵무기 보유국이 결국 승리한다는 것과 우크라이나와 이란 같은 핵무기 비보유국이 지정학적 운명을 지렛대 삼아 전장을 주변국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핵무기가 논-뉴클리어 파워인 상대방의 승리를 인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지정학적 인화성 혹은 관련성이 주변 국가로 하여금 뉴클리어 파워의 핵무기 사용을 자제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 이 두 가지 힘이 전쟁을 장기전으로 만들고 있다.

나토의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다르게 이스라엘의 대리전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게 전쟁에서 빠져나올 수 있겠지만, 쟁점은 이란이 두더지 잡기 게임식의 참수 작전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1990년대처럼 테러리즘을 전 지구적으로 운용할 능력이 있느냐이다. 아마 그러하지 못할 것이다. 이란은 대신 핵무기 보유에 더 집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점점 더 핵무기를 보유하는 국가들은 많아지고 NPT(Nuclear Non Proliferation Treaty, 핵확산금지조약)는 마침내 와해하고 무력해질 것이다. 이 와중에 인공지능(AI)이 인류 역사에 개입하기 시작할 것이고, 이때 우리는 AI로 인한 두 가지 단계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경계성 문제이다.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 인간이 로봇 등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해당 존재와 인간의 유사성이 높을수록 호감도도 높아지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론)에 있는 좀 더 기계적인 AI가 감정 혹은 도덕심이 배제된 비인간적인 결정을 한다는 것이고, 다음으로 이미 특이점(singularity)을 돌파한 AI가 열위의 인류를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란의 한 초등학교에 폭탄이 떨어져 170명이 넘는 어린아이들이 폭사한 비극은 인류가 AI로 인해 겪게 될 참담함의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기계의 효율성이 비가역적인 정책 결정 과정에도 당연히 차용될 것이고 이로 인한 비극은 수도 없이 외면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모순이나 부조리 등의 문제에서 발휘되는 인간의 직관력이나 불굴의 의지 등을 너무 간단히 기계로 대체한다면, 인류는 ‘0’으로 수렴될 것이다.

다른 차원에서 이러한 소외는 기후변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틀을 개방함으로써 비인간계에서 기계 외 자연 친화적인 세계 구성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기후협약에서 탈퇴하는 등 슈퍼 파워로서의 지위를 서서히 상실해 가고 있는 미국은, 고립주의의 고치 속에서 대서양을 중심축으로 동반구인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을 견인하고 관장하기 위해서 데탕트와 회교 혁명 이전으로 복귀하길 바라고 있는 듯하다.

폭격기의 기장이 말 위에 올라타듯이 핵폭탄 위에 얹혀서 투하되고 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한 장면. 
폭격기의 기장이 말 위에 올라타듯이 핵폭탄 위에 얹혀서 투하되고 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한 장면.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시대적 배경인 1960년대 후반 미국은 북극해(그린란드)와 페르시아만(이란)의 미군기지에서 거의 매일 전투기나 폭격기를 발진시켜 소련을 압박했다. 최근 트럼프의 그린란드를 복속시키겠다는 발언이나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대리인으로 참여한 것은 그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역사의 순리대로 태평양을 중심축으로 세계질서가 재편되는 것을 외면할 수 없었던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100년 대계를 세우는데, 이 지역에서 미국을 대신하여 싸울 주자는 일본과 통일 한국이다. 먼저 일본을 핵무기를 포함 재무장시키고(cf. 키신저는 죽기 전 이코노미스트 등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향후 5~7년 안에 핵무장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을 압박하여 동북아를 열전지대로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후 중국을 제압한 일본을 통일 한국으로 하여금 다시 한번 ‘닭 쫓던 개’로 만들게 한다는 것이다. 100년 후에 미국 옆에는 통일 한국만이 남아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미국의 일방적인 환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 미국이 보여주는 무기력감의 근원은 러시아와 이스라엘이 핵보유국이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전쟁 스케줄에 미국이 개입할 지렛대가 사실상 없다는 것인데, 만약 일본에 핵무장을 허용한다면 즉각 거의 동시에 한국이 핵무장에 뛰어들 것이고 이는 동북아에서 중국, 남·북한, 일본 모두가 뉴클리어 파워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역내 지배력 약화를 의미한다.

미국의 환상은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되는데, AI와 산업 로봇의 가동으로 임금수준을 낮추지 않고서도 다른 말로 하면, 불법 이민자를 통한 저임금 노동 없이도 동아시아에 넘어간 제조업 우위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극화로 인한 소비 감소라는 근원적인 문제에는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미국이 보여주는 산업과 군사·외교에서의 환상은 이제 막 내리막길 앞에 선 제국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특히 새롭게 군·산 복합체의 지분을 획득한 빅테크의 수장들이 겪고 있는 강박은 20세기 초반 대공황 직전 혹은 20세기 말 닷컴 버블 때 경험했던, 교통과 정보통신 혁명 등으로 과잉 투자한 산업에서의 파멸적인 기회비용 때문에 더욱 처절해 보인다.

최근 네팔에서는 개혁적인 야당이 압도적인 승리로 의회 다수당이 되었고 이를 기뻐하는 젊은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환호하고 있었다. 우리가 30년 전에 만끽하던 모습이었고 아시아에서는 우리만의 전유물이라고 자부했던 피플 파워에 의한 정권교체가 이제는 히말라야에서도 울려 퍼지고 있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네팔 젊은이들의 열망과 환희에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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