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증시는 사람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온갖 기록들을 쏟아내며 기록적인 강세장으로 마감했다. 실로 오래도록 끈질기게 따라다녔던 박스피라는 오명에서도 완전히 벗어났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해묵은 과제도 상법 개정 등 실질적인 제도적 뒷받침으로 많은 진전을 이뤄냈다. 대외적으로는 AI(인공지능) 혁명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메모리 반도체 핵심 기업들의 폭발적인 주가 상승이 숨 가쁘게 진행됐다. 한국 경제는 여전히 극심한 내수 침체와 경기 양극화, 환율 폭등, 부동산 가격 급등, 서학 개미들의 해외증시 이탈 등으로 여전히 많은 문제점들을 떠안고 있지만, 증시만큼은 온갖 부정적인 이슈들을 뛰어넘어 대망의 오천피를 향해 질주를 계속하는 형국이다.
2025년 한국 증시는 상승률 측면에서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 증시 역사에 남을 기록적인 성과들도 많이 남겼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포함한 합산 시가총액이 어느덧 4000조원에 육박할 만큼 크게 불어났다. 2015년 말 기준으로 1448조원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이 단 10년 만에 2.75배나 커진 셈이다. 2016년 이후 신규상장된 종목들의 시가총액이 약 797조원 포함된 점을 고려하더라도, 10년 동안에 시가총액이 실질적으로 불어난 규모만 하더라도 1742조원에 이르는 셈이다. 비록 외국인 투자자들은 2025년 한 해 동안 6조6567억원을 순매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 합산 또한 어느새 1312조원까지 무섭게 불어났다. 코스피가 75.63% 오르는 동안 외국인들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은 무려 97.0%나 폭증했다.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에 대한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2025년 한국 증시를 빛낸 종목들은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다양한 업종에서 쏟아져 나왔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큼 압도적이면서도 압축적으로 팽창한 종목은 찾기 어렵다. 삼성전자 우선주까지 포함한 '반도체 투톱'의 합산 시가총액은 2025년 말 기준으로 무려 1256조원으로 무섭게 불어났다. 2015년 말 기준으로 233조원에 불과했던 점에 비춰보면 실로 엄청난 성과다. 지난 10년 동안에 신규로 상장된 주식들까지 전부 포함해서 시가총액이 약 2538조 원 불어났는데, 이 가운데 반도체 투톱에서만 1024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어느새 474조원에 이르러 삼성전자를 가시권에서 추격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지난 10년 동안에만 무려 21배나 커졌다. 메모리 반도체 시가총액 증가분의 44%를 SK하이닉스가 떠맡은 셈이다.
반도체 투톱의 시가총액은 불과 7개월 전만 하더라도 519조원에 머물렀다. 이 수치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기록했던 620조 원대에 비해서도 한참이나 낮은 수준이었다. 올해 6월 이후 불과 7개월 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만 시가총액이 737조원 불어났으니, 시가총액 1, 2위 초거대 종목이 쌍두마차 격으로 폭발적인 주가 상승세를 보인 경우는 한국 증시 역사에서도 일찌기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2016년 이후 시가총액이 증가한 종목들의 면면을 살펴보더라도 '반도체 투톱'이 얼마만큼 압도적인 기세로 팽창했는지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시가총액이 가장 크게 불어난 상위 20종목 가운데 삼성전자(우선주 포함)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만 65.1%에 이른다.
이토록 화려한 주가 대폭발 이면에는 주가 하락으로 신음하는 종목들이 깔려 있기 마련이다. 10년 전 대비(신규상장 종목의 경우, 상장된 첫해 연말 시가총액 대비) 시가총액이 감소한 종목들은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인 종목 중에서만 72개사에 이르며, 이들의 시가총액 감소 규모만 246조원에 이른다. 시가총액이 감소한 종목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때나마 수많은 투자자로부터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던 종목들이 상당수 포함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모습들을 보노라면 1949년에 출간된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 속에 담긴 경고문이 얼마만큼 적절했던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파에톤이 태양의 전차를 몰겠다고 고집부렸을 때, 경험 많은 운전자인 그의 아버지는 그 초보자에게 어떤 충고를 주었지만, 그는 따르지 않았고 그 대가를 치렀다.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는 포이보스 아폴론의 조언을 세 단어로 요약했다.
Medius tutissmus ibis
가운데 길이 가장 안전한 길이다.
한편, 2025년에 기록적인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들은 다음과 같다. 2025년 한국 증시를 빛낸 종목들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가총액이 100위 이내인 대형주들 중에서 급등주가 다수 쏟아져 나왔다는 점이다.
2025년의 기록적인 상승장세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한 종목들도 결코 적지는 않다. 2025년 말 기준으로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인 기업만을 대상으로 추리면 다음과 같다. 업황 자체가 부진한 종목들도 있지만, 한때의 투기적인 주가 상승세가 마무리된 이후 기나긴 하락세가 진행 중인 종목들도 더러 엿보인다.
2025년 증시를 결산하면서 마지막으로 살펴볼 대목은 외국인 매매 동향이다. 지난 10년 동안 외국인들은 과연 어떤 종목들을 사고팔았을까. 순매수 상위 20종목들의 면면은 매우 다양하다. 지주회사(삼성물산, 우리금융지주, LG, HD현대), 조선주(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방위산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 전력 인프라(HD현대일렉트릭) 등이 골고루 섞여 있다.
2016년 이후 10년 동안의 매매동향을 살펴보면 LG화학에 대한 매매가 유난히 큰 변동을 보일 뿐 다른 특징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10년 동안 집중적으로 매도한 종목 리스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다. POSCO홀딩스가 순매도 3위에 올라 있는 까닭은 2023년 2차 전지 테마주가 기승을 부릴 때 그 해에만 무려 10조1053억원을 내다 판 영향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2021년부터 2025년 5월 말까지 3년 5개월에 걸쳐 지속적인 순매수를 보이다가 최근 급등을 틈타 매도세를 크게 늘리는 모습이 관찰된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2025년 6월 이후에만 8조3810억원에 이른다.
2025년의 기록적인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몹시 궁금하다. 최근 상장기업들의 실적 추정치가 갈수록 상향 조정되는 점은 여전히 추가 상승 가능성을 강화한다. 2025년 한 해 동안의 주가지수 상승률에 너무 지나치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오랫동안 기업의 본질가치에 비해 터무니없이 저평가된 세월이 지나치게 길었던 점도 고려해야 한다. 기업의 실적이 충분히 뒷받침된다면 다가오는 새해에는 대망의 오천피 달성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