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이후 15.5조 사들이더니 992조원어치 보유… 선진 증시로 도약 위한 개선책 필요
좀처럼 식을 줄 모르던 한국 증시가 다시금 조정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한 형국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이 마무리된 이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실질적인 개선책들이 속도감 있게 진척되면서 한국 증시는 전 세계에서도 가장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왔다. 새로운 정부의 증시 활성화에 대한 의지와 정책적인 노력들이 확인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덕분이다. 지난해 여름 이후로 장기간에 걸쳐 굴욕적인 주가 흐름을 보여왔던 삼성전자마저 상승 흐름에 편승할 정도로 시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이런 와중에 관세를 둘러싼 한·미 간의 갈등이 점점 더 노골화하면서 원화마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또다시 한국 주식에 대한 매수를 멈추고 발 빠르게 매도세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한국 증시는 예전부터 유독 외국인 자본에 쉽게 휘둘리는 경향이 강하다. 취약한 내수 시장에 비해 수출 비중이 유난히 높은 경제 구조 때문에 환율과 외국인의 매매 동향이 수시로 뒤바뀌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에 투자한 금액만 하더라도 어느새 1000조원을 넘나들 만큼 크게 불어나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한국 증시를 지탱해야 할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기반은 몹시 취약하다. 대표적인 간접투자 방식인 펀드 시장이 갈수록 위축된 데다가, 개인투자자들마저 국내 주식을 매도하고 자꾸만 해외투자로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 도표와 차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융위기 등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체로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비중이 30% 전후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유난히 압축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증시가 강하게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외국인들의 주식 보유 규모도 급증하는 모습이 자주 관찰된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구성하는 반도체, 조선, 방산, 금융, 지주사 등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들의 압도적인 지분율만 살펴봐도 이런 사실은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올해 봄까지 그토록 맹렬하게 한국 주식을 내다 팔던 외국인들은 과연 향후 얼마만큼 한국 주식을 추가로 매수할까 몹시 궁금하다. 이 같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한국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주체별 최근의 매매 동향부터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최근 들어 한국 증시를 떠받쳐 온 투자자들이라고 해봐야 금융투자와 외국인을 제외하면 뚜렷한 매수 주체가 거의 없다. 늘 서학 개미로 변신할 기회만 찾고 있는 개인, 끊임없이 쪼그라들기만 하는 사모펀드가 한국 주식을 가장 앞장서서 매도하는 주체들이다. 금융투자와 외국인을 제외하고 나면, 연기금과 기타법인(주로 자사주 매입)이 3년 가까운 기간 각각 5조 원대의 주식을 매수했을 뿐이다. 투자주체별로 2023년 이후 월별 매매 동향을 누적 차트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금융투자는 주로 증권회사에서 주식을 사고팔 때 분류되는 투자주체다. 2023년 이후 올해 9월까지 금융 투자에서 순 매수한 규모는 무려 31조원이 넘는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무려 9개월 연속으로 한국 주식을 내다 팔았다. 해당 기간의 순매도 규모만 39조8718억원에 달한다. 이어 올해 5월 이후 9월 26일까지 사들인 규모는 15조4870억원에 이른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쥐락펴락하는 모습이 이 그림만 보더라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한국 증시가 4000P를 넘어 대망의 5000P 고지 위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추가적인 유입이 필수적이라 판단된다.
기타법인은 주로 상장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할 때 분류되는 투자주체다. 지난해 8월 이후 꾸준히 매수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앞으로도 꾸준히 확대될 필요가 있다.
지난해 8월 이후로 연기금은 침체된 증시에 구원투수로 등장하여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날이 갈수록 거대한 덩치로 불어나고 있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얼마만큼 확대할 수 있는지 또한 중요한 변수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신고가 랠리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주식을 내다 판 투자주체다. 현재의 정부 정책만으로는 기회만 생기면 서학 개미로 변신하려는 끈질긴 욕구를 누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선진 증시로의 도약을 위한 강력한 의지와 실질적인 개선책이 꾸준히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투신은 한때나마 국내 증시를 쥐락펴락했던 '기관투자자의 대명사'와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의 영향력이 너무나도 왜소한 모습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펀드의 투자 성과가 시장수익률에 못 미친 세월이 너무나 길었을 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투자자들이 대거 직접 투자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