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1구역’ 입찰 지침안 불공정 논란, 성동구청 이례적 ‘문구 삭제’ 요구
상태바
‘성수1구역’ 입찰 지침안 불공정 논란, 성동구청 이례적 ‘문구 삭제’ 요구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5.08.12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입찰 지침안 일부 문구, 특정사에 유리하게 작용 가능성 제기
성동구청, 대의원회 전 소명 요구… 유착 의혹에 이례적 개입
업계선 “문구 삭제로 끝낼 일 아냐… 지침 전면 재검토 필요”
성수전략정비구역 조감도. /출처=서울시
성수전략정비구역 조감도. /출처=서울시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구역’(이하 성수1구역) 재개발사업의 시공사 선정이 공정성 논란 속에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성동구청이 조합 집행부가 마련한 입찰 지침안이 편향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침안 수정을 요청한 것이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과 특정 건설사 향응 의혹이 결국 공공관리자의 개입을 불러온 셈이다.

앞서 본지는 성수1구역 조합 집행부가 제시한 입찰 지침 곳곳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조항이 발견됐으며, 특정 건설사에 유리하게 짜였다는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일조권과 조망권 관련 시뮬레이션 자료를 조합이 지정한 외부 업체에 사전 검토받도록 한 조항이 논란의 핵심이 됐다. 수개월 동안 비밀리에 준비한 핵심 설계 자료를 입찰 마감 전에 제3자에게 제출하라는 요구 자체가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몇몇 조건들도 시공사의 설계 전략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어, 공정성 훼손 가능성을 더욱 키운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여기에 특정 건설사의 접대 의혹까지 더해졌다. 조합 집행부 일부가 고급 한우 음식점에서 식사 자리를 가졌다는 구체적 제보가 국민신문고에 접수됐고, 경찰이 정식 수사에 착수해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점이 입찰 절차와 겹친 데다 공정성 훼손 우려가 있는 입찰 지침 논란과 맞물리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은 것이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 기준> 제7조다. 해당 조항은 이사회가 의결한 선정계획안에 대하여 대의원회의의 소집을 통지하기 전에 미리 공공지원자의 검토를 받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조합과 특정 건설사 간의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성동구청이 직접 나서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라는 요구가 확산됐다.

이러한 조합원들의 문제 제기에 결국 성동구청이 움직였다. 구청은 성수1구역 조합 관계자를 불러 소명을 요구했고, ‘사전 지정업체 일조 시뮬레이션’ 문구 삭제를 요청했다. 이 밖에도 관련 법령과 지침 준수 여부를 검토한 뒤, 필요하면 지침 재작성이나 재의결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의원회 소집 전에 조합 소명 및 지침 수정을 요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이번 사안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조합원 제공
/출처=조합원 제공

조합도 대응에 나섰다. 문자를 통해 “언론 보도로 이의가 제기돼 ‘일조 시뮬레이션은 조합 지정 업체를 통해야 한다’는 문구를 삭제할 예정”이라며 긴급 이사회 개최를 소집했다. 그러나 이런 대응을 두고 업계에서는 석연치 않다는 시선이다. 조합 집행부가 떳떳하다면 언론에서 지적된 특정 문구 하나만을 급히 삭제할 이유가 없고, 단순 문구 변경을 위해 긴급 이사회를 열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라는 시각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공공관리자가 특정 문구 삭제를 요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이번 사안이 규정 위반 소지나 절차상 하자를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합이 공공관리자의 지적을 받고도 해당 문구만 지우는 데 그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지침 전반을 다시 검토하고 필요하면 전면 수정하는 것이 맞는데, 긴급 이사회를 통해 문제가 된 문구만 서둘러 처리하려는 방식은 오히려 의혹을 키울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조합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조합원은 “언론 보도가 아니었다면 이런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입찰 지침을 전면 재검토해 진정한 공정 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만약 이번 사안이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구청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정비업계는 이번 사태가 성수1구역을 넘어 다른 대형 정비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한 대형 사업지에서 공정성 논란이 발생할 경우, 공공관리자가 절차를 되돌릴 수 있다는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성동구청의 소명 요청은 조합 집행부의 일방적 운영과 정보 비대칭 문제를 드러낸 사례”라며 “공공관리자가 실질적인 감시자 역할을 하지 않으면 특정 업체에 유리한 수주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성수1구역은 서울시 한강 르네상스 구상의 핵심 사업지로, 최고 65층·3000가구 규모의 초고층 주거단지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공사비만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대형 건설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이번 사태는 조합 내부 문제를 넘어 시장 전반의 공정성과 투명성 논란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성동구청의 이번 조치가 서울 전역 도시정비사업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