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칼럼에서는 지난달 27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대출 관리 방안’의 배경과 의도에 관한 생각을 정리해 봤다. 필자는 대체로 정부 정책의 순수성을 믿지 않는 편이다. 공무원 대부분은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그들의 수장은 정치적으로 임명되고 정권의 의도를 반영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번 달 1일부터는 ‘3단계 스트레스 DSR’을 시행했다. 결국 주택과 관련한 가계부채 위기가 평시 최고 단계까지 올라간 것으로 보고, 금융당국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출 규제를 시행한다고 볼 수 있겠다.
가계대출 관리 방안의 핵심 내용은 자료와 같다.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을 50% 수준으로 감축하면서 하반기에 주택 매입 또는 전세대출 희망자는 대출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될 것이다. 근본적으로 아파트 거래 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끊겠다는 것이다. 또한 간신히 은행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 승인을 받더라도 총 6억원 한도로 대출을 제한해 주택 매입과 관련한 유동성 공급을 금융회사별, 상품별로 모두 직·간접 총량 규제했다.
DSR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ebt Service Ratio)로, 차주가 부담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누어 산출한다. 과거 DSR 도입을 검토하던 초기에는 ‘연간 소득’에 방점을 두고 DSR을 낮추기 위해 소득 지원 정책에 관심을 가졌지만, 이후 가계부채를 문제삼으며 금융당국이 분모인 대출 규모에 방점을 옮겨 대출한도 규제에 도입했다. 즉 현재 DSR 40%가 규제 비율인데 개인 차주의 DSR이 규제 비율을 초과하면 재무 건전성이 불안한 것으로 판단하여 대출을 제한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DSR은 원리금 산출에 사용하는 대출금리에 일정한 가산 금리를 적용하여 강화한 DSR을 산출하는 것으로, 2024년 2월 처음 도입한 뒤 지난 1일 3단계로 가장 강한 규제가 시작됐다. 즉, 강력한 개인별 종합 대출 규제와는 별도로 최대한 강한 가계부채를 옥죄기 위해 스트레스 DSR을 도입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연 소득 1억원인 차주라면 단지 6억원 내외의 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3단계 스트레스 DSR 방안에서 예시했다.
그렇다면 현행 강화된 조건에서 누가 서울의 집을 살 수 있을까? 지난달 23일 기준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약 12억원에 이른다. 연 소득 1억원 이상인 국민이 서울에서 주택을 마련하려면 스트레스 DSR 규제 아래에서 6억원을 대출받아도 현금화할 자기 순자산이 6억원 이상 있어야 한다.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라 어림잡아 추산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순자산은 약 10억원이며, 이들 5분위 가구 소득은 약 1억6000만원에 이른다. 다른 통계에서 이들 5분위 가구는 평균 4억6000만원 상당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 이것을 빼면 약 6억원의 순자산이 남으므로 현재 금융 규제 여건에서 주택을 구매할 여력 가진 계층은 이들 5분위 소득 계층으로 추정할 수 있다. 나머지 국민 80%는 새로운 규제 환경에서 집 산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라 할 수 있겠다.
한편 소득 5분위 가구 76.4%가 주택을 이미 보유하고 있고, 금융위는 가계부채 강화 방안에 따라 2주택 매입 시 대출을 완전히 규제하므로 전체적으로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가구는 소득 상위 5분위 계층의 약 23.6%로 좁혀진다. 특히 거주 주택에 대한 한국인의 정서를 고려할 때 현재 부자라 평가할 사람 대부분은 거주 주택을 보유하지 않았다면 이상할 것이다. 게다가 소득 5분위 가구의 부동산 보유 비중이 89.3%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주택 투기에 쓰려고 현금 전환이 가능한 가구는 극히 일부분일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강화된 주택 유동성 규제 환경에서 부자나 서민이나 주택 매입 수요는 급격히 줄어든다고 볼 수 있고, 주택가격 하락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가계부채 옥죄기로 주택 수요가 줄어 최근의 주택가격 급등세는 일시적으로 묶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하향 안정세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그 이유는 부자의 주택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생각보다 막대하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가계부문의 금융 자산은 5204조원으로 금융산업 소유 금융 자산의 46%에 해당한다. 또한 KB금융의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자산 10억원 이상 부자의 금융 자산은 2023년 2747조원으로 이 규모는 가계 부문 금융 자산의 52.8%를 차지하며, 이 금융 자산을 45만6000명, 전체 국민 인구의 0.89%에 해당하는 극소수 사람만이 가지고 있다. 즉, 극소수 인구가 금융산업의 절반에 가까운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어서 이들 부자의 주택에 대한 투자 심리와 전망은 향후 주택가격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한국 부자는 부동산 자산도 2543조, 이 가운데 주택은 약 788조원을 보유해 2023년 전국 주택 시가총액(6839조원)의 11.4%를 차지했다. 부자의 금융 자산은 주택시장의 수요에, 그들 보유 주택은 주택시장의 공급에 영향을 미치므로 부자의 부동산에 관한 행태는 그 자체 주택시장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즉, 금융위가 던진 부동산 대출에 대한 파문에 부자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향후 부동산 가격의 다이내믹스가 결정될 것이어서 그들의 생각을 가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과연 주택 가격 하락은 부자에 불리할까? 물론 가계부채 규제 강화로 인한 단기적 보유 자산 가치 하락은 부자에게 불쾌하지만, 부자는 통상 부동산 투자에 5~10년을 투자 회임 기간으로 기대하는 경우가 많아서 부동산 투자에서 단기적 변동 요인은 부자는 개의치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KB금융 보고서에서 이러한 부자의 행태를 알 수 있는 단서가 있다. 먼저 부자는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투자 수단으로 부동산을 신뢰한다. 또한 한국 부자의 관심사 1위는 국내 부동산 투자가 지키고 있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즉 매번 새 정권은 부동산 정책에 열을 올리지만 헌법에 정한 것처럼 정권은 5년마다 교체할 수 있으므로 부자가 부동산을 투자 수단으로 신뢰하고 유효수요를 구성하는 한, 서민이 주택을 살 정도로 장기적 주택 가격 하향 안정은 어려울 수 있다.
저성장기에 진입하며 성숙기에 들어간 한국 경제에서 고령화를 맞은 부자들의 관심사는 투자수익보다는 원만한 세대간 부의 이전, 즉 상속·증여를 옮겨간 상황이다. KB 보고서에서 보는 것처럼 이미 한국 부자가 생각하는 부의 원천은 상속·증여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다시 상속·증여는 다른 소득의 원천이기도 한 특성이 있다. 상속·증여 수단으로는 거주용 등 부동산이 압도적이다. 즉 이미 다수 우량 부동산을 확보하고 상속·증여가 절실한 한국 부자에게 항구적 주택 가격 하향 안정이 아닌 5~10년 동안 주택 가격 하락은 상속·증여를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가계부채 옥죄기로 단기적 주택가격 상승 억제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주택가격 하향 안정은 부자의 유효수요가 지지(FLOOR)하는 한 유동성 억제만으로는 도달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자의 기대를 돌리기 위해서는 치밀한 제도적 기획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이 ‘치밀한 제도적 기획과 개선’ 과정에는 부자의 이익에 유착한 공무원·학자를 철저히 걸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