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대표이사가 수사기관의 수사 단계에서 구속된 두 번째 사례다. 지난 6월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를 낸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가 중대재해법으로 전날 먼저 구속된 것이 첫 번째 사례였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박영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9일 박영민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와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부장판사는 영장 발부 사유로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도주 우려가 있으며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석포제련소에서 최근 9개월 사이 3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며 “카카오톡 메신저 내용을 지우는 등 증거 인멸의 우려가 크다”라고 이들의 범죄 혐의를 소명했다.
그동안 법인의 대표이사가 재판 과정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적은 있지만, 수사 단계에서 구속된 경우는 이번 사건을 포함해 두 번째다. 화재로 23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도 화성의 배터리 업체인 아리셀 박순관 대표에 이어 몇시간 차이로 구속된 나온 것이다.
앞서 수원지법 손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8일 오후 11시 40분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순관 대표에 대해 “혐의 사실이 중대하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또 산업안전법 및 파견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을 받는 박 대표의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도 같은 사유로 구속됐다.
한편 지난해 12월 6일 영풍석포제련소 1공장에서는 불순물 탱크 모터 교체작업을 하던 근로자 4명이 복통, 호흡곤란 등 급성 중독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했다. 이 중 60대 노동자 1명이 3일 만에 숨졌는데 이들은 비소가 산과 접촉할때 발생하는 유독성 가스인 삼수소화 아르신에 장시간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 석포제련소에서는 지난 3월에도 냉각탑 청소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1명이 이물질에 맞아 숨졌고, 8월 2일에는 하청 노동자 1명이 옥상에서 작업을 하다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앞서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23일 박 대표와 배 소장에게 영풍석포제련소 내 유해물질 밀폐설비 등 안전보건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안동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8일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안동지원 앞에서 석포제련소 경영진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망사고가 연이어 터지는 것은 이윤만을 위한 경영으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기 때문”이라며 “서류상 대표가 아닌 실질 사주를 처벌해야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동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1997년부터 최근까지 각종 산업재해로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총 15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