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자동차 시장을 시끄럽게 했던 현대차·기아의 도난 사건에 관한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Highway Loss Data Institute, 이하 HLDI)의 최근 조사 결과 보고서가 화제다. 표준적인 자동차 도난 방지 장치(Standard passive immobilizers)를 설치하지 않은 현대차·기아의 중고 자동차는 2021년 이후 도난보험 청구(theft claim) 건수가 급증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현대차·기아는 이들 중고차에 대한 도난 방지 장치를 추가 설치하도록 했는데, 그 결과 도난 방지 건수가 크게 줄었다는 내용을 보고서는 첫 장에 담고 있다.
현대차·기아 그룹은 HLDI 조사에 협조하며 도난 방지 추가 설치(이하 업그레이드) 대상인지 설치 완료했는지를 확인할 차대번호(Vehicle Identification Number, 이하 VIN)를 제공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HLDI 조사에 따르면 업그레이드 차량과 그렇지 않은 차량을 비교하면 도난보험 청구 빈도(Theft Claim Frequency)가 현대차는 55%, 기아는 51% 각각 줄었다. 두 회사 통합으로는 보험 청구가 53% 줄었는데, 눈여겨볼 것은 업그레이드에도 불구하고 47%는 여전히 도난보험 청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HLDI는 2021년 12월에 처음 현대차·기아의 도난 방지 증가를 보고했었다. 현대차·기아가 제공한 업그레이드 대상 차종은 2011년에서 2021년까지 광범위하다. 이 때문에 이러한 도난 문제가 특정 차종에 국한한 실수가 아닌 현대차·기아의 전략적 선택으로 발생한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이번 HLDI의 추가 조사에 따르면 도난 방지 장치를 기본 설비로 2015년 현대차·기아 모델은 26%만 제공했으나 다른 자동차 제조사는 96%까지 제공하고 있다. HLDI는 이러한 배경이 쉽게 도난 대상이 돼, 현대차·기아 모델의 도난 사고 급증을 설명하는 근거로 해석했다.
HLDI는 보고서 서두에 현대차·기아 그룹의 도난 증가 대응과 노력을 칭찬하는 듯하지만, 보고서 후반 내용은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즉 자료 3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에서 2011~2022년 생산한 자동차 모델의 월별 1000대당 도난 청구 건수를 비교할 때 전체 자동차 제조사는 평균 3건인데, 현대차·기아는 2020년 이전에는 미국 평균 수준에 근접했으나 2020년 중반 이후 평균 이상으로 지속 상승하기 시작했고, 2022년 급증하더니 지난해 2월 도난 방지 시스템 업그레이드 이후 7월까지 정점을 보이고 하락 추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10건, 기아는 12건의 도난 청구 건수를 기록 중이다. 이는 미국 전체 평균의 3~4배를 넘는 수준이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차·기아가 제공한 차대번호를 기준으로 측정하면 더욱 심각하다고 HLDI는 지적했다. 자료 4에 따르면 이러한 기준의 현대차 모델은 지난해 중반 무려 1000대당 35건까지 도난 청구 건수가 치솟았다. 이는 전미 평균의 10배가 넘는 수치여서 미국 자동차 소비자에 충격을 줄 것임이 틀림없다.
특이한 것은 자료 1에서처럼 현대차·기아의 업그레이드 조치로 도난보험 청구 건수 추세는 바뀌었지만, 자동차 파괴에 다른 보험 청구 건수(Vandalism Claim)가 도난 방지 시스템 업그레이드 한 차량에서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 원인은 자동차 절도를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해서 도난에 이르지 못하고 자동차 파괴가 발생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이는 전체적으로 도난 방지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도난은 줄였으나 절도 시도 분위기 자체를 줄이지는 못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편 CNN은 현대차·기아 관련 HLDI의 보고서에 관심을 가지고 보도했는데, 여전히 현대차·기아 절도 시도가 줄지 않은 이유에 관해 하나는 사용자의 도난 방지 시스템 작동 미숙이 있을 수 있고, 다른 하나는 현대차·기아 절도가 얼마나 쉬운가를 보여주며 소셜미디어가 확산시킨 중고 현대차·기아 절도 유행은 심각한 절도라기보다는 사람들 사이에 일종의 재미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쩌다 현대차·기아가 이 지경까지 몰리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 유행인 만큼 언젠가는 사그라들 것이라는 HLDI 대변인 설명을 인용하여 CNN은 보도했다. 중고차는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차량이므로 대중적 이미지가 나빠질 우려가 있다. 우수한 신차를 생산하는 이미지에 해가 가지 않도록 현대차·기아가 훔치기 쉬운 차라는 불명예를 조속하게 벗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