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 제보했다고 9개월 집에서 대기’ CJ대한통운 직원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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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 제보했다고 9개월 집에서 대기’ CJ대한통운 직원 승소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09.1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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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속 상사 비위 내부고발 후 전직·전보·권고사직 권유·대기발령 고충
법원 “회사측 처분 불법행위에 해당… 사회 통념상 용인 안 돼”
미지급 임금과 정신적 손해 위자료 5600여만원 지급 명령
CJ대한통운 사옥. 
CJ대한통운 사옥. 

회사 내부고발시스템에 직속 상사들의 비위를 제보했다가 전직·전보·권고사직 권유에 이어 9개월간 자택 대기발령 처분을 받은 CJ대한통운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겼다.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재판장 김도균 부장판사)는 CJ대한통운 인사팀 직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미지급 임금 청구 등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즉 오랜 기간 이뤄진 일련의 사측 처분이 모두 불법행위에 해당된다며 미지급 임금과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A씨는 2018년 12월 사내 내부고발시스템에 자신이 소속돼 있던 인사팀 팀장, 총무파트장 등 상사들의 비위 행위를 제보한다는 내용을 게시했다.

회사는 A씨의 제보 내용을 토대로 2019년 3월 감사를 시행했지만, 내용 중 상당 부분이 허위로 확인됐고 오히려 A씨의 상사 지시 불이행, 업무 프로세스 위반, 임직원 비방, 근태 불량 등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A씨에게 견책처분을 내렸다.

회사는 이후 2019년 3월 말 A씨를 인사팀에서 부동산자산관리팀으로 배치전환 발령했다. 그러다 회사는 2019년 10월 부동산본부의 사업성이 악화됐다며 A씨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지만, A씨가 이를 거부하자 2020년 1월 6일부터 2월 5일까지 자택 대기발령을 통보했다.

회사는 이 후에도 2020년 9월 27일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동일한 사유로 A씨에게 자택 대기 발령했다.

회사는 2020년 9월 28일엔 A씨를 건설본부 내 공사팀 소속으로 배치전환 발령을 하고, 복합시설 신축공사 현장에서 보조업무를 담당하게 했다. 이에 A씨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한 인사발령 구제신청을 했다. 서울노동위는 건설팀에 배치된 A씨에게 근무경력과 관련없는 순찰 업무만 시키면서 기본적인 직무교육조차 실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당한 인사발령을 취소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회사는 이듬해 1월 이번에는 A씨의 직무 적성과 경험을 고려해 유사한 현장관리 업무를 맡기겠다며 A씨가 출퇴근하기 더 멀어진, 다른 건설현장에서 ‘현장관리 업무 중 인사, 총무업무’를 담당하도록 배치전환 발령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 대해 A씨는 “제보와 관련, 어떤 차별·불이익이 없을 것이라고 했음에도 제보행위에 대한 보복을 목적으로 스스로 퇴사하게 하거나 고통을 주기 위해 명목상 사유를 만들어 내린 처분으로 인사권 남용에 해당해 위법·부당하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또 “회사는 근로계약상의 보호 의무를 위반해 위법·부당한 일련의 징계 및 인사처분을 함으로써 인격권을 침해했다”라며 “이로 인해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와 대기발령 기간 받지못한 임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사측은 “원고의 제보가 상당 부분 허위로 드러났고, 감사과정에서 오히려 원고의 비위행위가 발견돼 이를 이유로 징계처분한 것이므로 원고에게 제보를 이유로 불이익을 가한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9개월 대기발령에 대해서도 “2019년 11월부터 부동산 사업 환경이 악화돼 부동산자산관리팀에 대한 구조조정을 결정했다”라며 “A씨가 권고사직을 거절함에 따라 배치할 부서를 찾기 위해 A씨에게 대기발령 처분을 했다”라고 해명했다. A씨의 배치전환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지만, 모든 부서가 A씨의 이동을 거부해 대기발령 기간이 길어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 내용 중 일부.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 내용 중 일부.

그러나 이에 대해 재판부는 “회사가 연속적으로 취한 처분이 A씨를 사업장에서 몰아내거나 고통을 주려는 의도로 명목상의 징계 사유 및 업무상 필요를 내세운 것”이라며 “사측의 일련의 행위들은 A씨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하거나 적어도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상황에 해당한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A씨의 제보 내용은 일부 사실로 확인됐고, 일부 확대해석한 경우가 있기는 하더라도 그 목적이 타인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근로자의 정당한 활동범위에 속해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 내용 중 일부.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 내용 중 일부.

재판부는 “A씨가 ‘주관적인 판단은 가급적 푸른 글씨로 작성한다’ ‘단순히 팀원의 제보를 듣고 쓴 부분도 있으니 참고하라’ 등으로 기재해 고의로 상사들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려는 의도를 갖진 않았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약 9개월이라는 장기간 아무런 직무도 주지 않고 자택 대기발령을 명한 것은 A씨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것임에도 회사는 A씨에게 사직을 권유했을 뿐, 사전에 충분한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회사는 A씨가 근로 제공을 하지 못했더라도, 계속 근로했을 경우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었던 임금과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미지급 임금 620여만원,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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