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먹이도 10억대 주식부자, LS그룹 가풍은 ‘위화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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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먹이도 10억대 주식부자, LS그룹 가풍은 ‘위화감’?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09.0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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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5~6개월에 주요 주주로… “사회적 위화감 조성 우려”
“재벌가, 기업을 오너 일가 재산으로만 인식해선 안 될 것”
LS그룹 용산 사옥. /사진=LS
LS그룹 용산 사옥. /사진=LS

친족경영 체제를 이어오고 있는 LS그룹의 오너 4세들이 첫돌도 지나기 전에 주요 계열사의 10억원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는 등 어린 나이에 주요 주주가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은 엄두도 내기 힘든 거액의 주식을 갓난아기에게까지 안기는 LS그룹의 가풍(?)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LS그룹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동생인 고 구태회 명예회장과 넷째 동생인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 다섯째 동생인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이 창립한 회사로 2003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해 독립한 뒤 2005년 LS그룹으로 이름을 바꿨다.

LS그룹은 특히 초대 창업주 3형제 중 가장 맏이인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 고 구자홍 전 회장을 시작으로, 구자열 전 회장(구평회 장남), 구자은 현 회장(구두회 장남) 등 사촌 형제들이 차례로 회장직을 승계하는 일명 '사촌 경영' 방식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구자은 회장 이후 LS그룹의 2세 경영과 사촌 회장직 승계 원칙은 막을 내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오너 3세 체제로 가면 사촌 경영에서 8촌경영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 경우 회장직 후보 인원이 너무 많아 효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이에 따른 잡음과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대신 오너 3세부터는 순환식이 아닌 성과에 따라 후계 구도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누가 후계자가 되더라도 오너 경영을 유지하기 위해선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를 더 탄탄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10대 이하로 아직 어린 ‘오너 4세’들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자은 LS그룹 회장. /사진=LS
구자은 LS그룹 회장. /사진=LS

실제로 고 구태회 명예회장의 손자인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의 자녀 소영씨(20세)와 다영씨(19세)는 ㈜LS 지분을 각각 2만2000주(0.07%)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12년 전인 7~8세에 할아버지인 고 구자명 회장으로부터 각각 8650주씩 증여를 받아 주주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고, 이후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늘렸다.

고 구자명 회장은 당시 친누나인 구혜정씨의 손자인 이윤결군(수증 당시 1세)에게도 ㈜LS 지분 1만2300주를 물려줬다. 이군은 현재 ㈜LS 지분 1만3100주를 가진 주요 주주로 특수관계인으로 명시돼 있다.

또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은 지난 3월 생후 6개월인 손자 구선모 군에게 예스코홀딩스 주식 1만1000주를 증여했다. 증여 이전 예스코홀딩스 지분 2.32%를 보유했던 구자철 회장은 본인 지분을 0.48%만 남기고 아들인 구본권 LS MnM 전무와 딸인 구원희씨, 구본권 전무의 아들인 손자 구선모군에게 주식을 모두 증여했다.

구선모군은 생후 9개월째가 되는 지난 6월 증여세를 내기 위해 중부세무서에 예스코홀딩스 주식 3220주를 납세 담보로 맡겼다. 또 예스코홀딩스 지분을 각각 3.67%씩 보유한 구소영·다영 자매도 주식 일부를 대신증권에 담보로 맡기고 지난달 각각 22억원을 빌렸다.

구자열 전 회장의 첫 손주인 구건모군도 생후 5개월째인 지난 7월 E1 주식 총 2195주를 사들였다. LS 일가의 외가 쪽에서도 오너 4세 지분 취득이 늘고 있다.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녀인 구근희씨의 손주인 이소현(19세), 이신행(16세), 이주현(10세)도 ㈜LS 주식을 1만8000주씩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성년 친족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것은 불법은 아니지만 재벌들이 경영권을 강화하고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이용하는 통로이기도 하다”며 “친족들이 서로 나눠서 많은 주식을 보유할수록 우호지분을 통한 경영권 확보가 쉽다”는 설명이다.

또 일각에선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어린아이에게까지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규모의 자산을 물려주는 것은 ‘금수저’ 논란은 물론 사회에 위화감을 불러올 수 있다”라며 “기업들이 회사를 사회적 자산이 아닌 오너 일가의 재산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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