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이사 예약한 ‘공정위 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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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이사 예약한 ‘공정위 전관’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03.2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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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다음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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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검찰로 불리며 재계에 칼을 꽂아 왔던 공정거래위원회 고위 인사 출신들이 줄줄이 국내 주요기업집단의 사외이사 자리로 향하면서 대기업의 ‘방패막이’ 역할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의 ‘로비’ 목적으로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장사 29곳이 공정위 출신 전관이다. 특히 장관급인 공정위원장을 비롯해 부위원장(차관급)과 사무처장·상임위원(1급) 등 전직 공정위 고위 관료들이 사외이사로 두고 있거나 이번 주총에서 선임될 계획이다.

HDC현대사업개발과 두산퓨얼셀은 각각 24일과 29일 주총에서 김동수 전 공정위 위원장을 선임한다. 김동수 전 위원장은 2015년부터 두산중공업에서 사외이사직을 맡아왔으나 상법상 임기 제한(6년)이 지나 두산퓨얼셀로 옮기게 됐다. 두산중공업은 대신 배진한 고려대 교수(공정거래학회 부회장)를 선임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31일 주총에서 배진철 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구본준 LG 고문이 중심이 된 신설 지주사 LX홀딩스는 오는 5월 강대형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LG전자는 2017년 백용호 전 위원장을 이미 사외이사로 선임한데 이어 24일 주총에서 강수진 전 공정위 송무담당관(변호사)을 추가로 선임키로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가 8명이나 포진하고 있다. 이 중에는 이명박 정권에서 공정위원장을 지낸 정호열 사외이사가 포함됐다. 정호열 전 위원장은 제이에스코퍼레이션 사외이사로도 재선임될 예정이다. 정 전 위원장은 현대제철 사외이사도 맡고 있다.

정호열 사외이사는 공정위원장 재직 당시 4대강 사업에서 다수 건설사의 담합행위 의혹을 인정하면서도 늑장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 인물이다.

DB는 이동훈 공정위 전 사무처장을, 현대차증권과 한진은 손인옥 공정위 전 부위원장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한진칼은 주순식 전 상임위원을, LG화학은 안영호 전 위원, 롯데케미칼은 정중원 전 위원을 사외이사로 택했다. LS일렉트릭은 최종원 전 공정위 비상임위원을, BGF리테일은 임영철 전 공정위 하도급국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재계 일각에선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 선임에 기업들이 열을 올리는 데는 공정위 제재 등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받거나 로비 활동 등을 고려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 이슈는 기업들이 민감해하는 사안으로, 일부에서는 로비 활동을 기대하며 공정위 출신들을 사외이사로 데려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한편 공정위에 따르면 2019년 5월∼2020년 5월 기준 58개 대기업집단 이사회 안건 중 사외이사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비율은 0.49%에 불과하다. 내부 감시 기능을 해야 하는 사외이사가 사실상 ‘거수기’에 그쳤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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