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눈 판’ 귀뚜라미, ‘한우물 판’ 경동나비엔에 ‘KO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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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눈 판’ 귀뚜라미, ‘한우물 판’ 경동나비엔에 ‘KO패’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7.27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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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방송·테니스코트·골프장·외식까지 문어발 확장… 실적은 내리막
딸 최문경 운영 닥터로빈은 미국서 공사비 미지급하다 거액 부동산 매입·매도 들통
경동나비엔, 콘덴싱 보일러로 국내 넘어 해외까지… 영업이익 2배로 격차 벌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한우물만 판’ 경동나비엔과 ‘딴눈 판’ 귀뚜라미가 실적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됩니다. 보일러 관련 업종만 꾸준히 밀어붙인 경동나비엔은 쑥쑥 커가는 반면, 보일러로 시작한 귀뚜라미그룹은 다른 곳에 눈을 팔면서 보일러업계에서 뒤처지는 모양새입니다.

귀뚜라미그룹은 1962년 설립된 신생보일러공업사로 시작해 1989년 ‘귀뚜라미보일러’로 상호를 변경한 뒤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요. 경동나비엔과 보일러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귀뚜라미는 2000년대 들어 방송(대구·경북 민방 티비씨)에 손을 댑니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2001년 3월 3월 강원도 철원에 18홀 규모의 대중 골프장인 ‘한탄강 컨트리클럽’을 개장한데 이어 2019년 10월에는 김포국제공항 인근에 ‘인서울27 골프클럽’까지 개장하는 등 보일러업계에 ‘골프장 부자’로 통할 정도로 골프장에 공을 들이는 모습인데요.

인서울27 골프클럽은 2014년 업계 라이벌 경동나비엔도 수주전에 뛰어들었으나 결국 포기하면서 귀뚜라미 품에 안기게 됐습니다. 귀뚜라미는 골프장 외에도 2017년 9월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귀뚜라미 크린 테니스코트’까지 개장했습니다. 2006년에는 최진민 명예회장의 3녀인 최문경 이사 주도로 프랜차이즈 ‘닥터로빈’을 설립해 외식사업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귀뚜라미가 주력 사업 대신 골프장과 외식 등 다른 곳에 눈을 파는 사이 경쟁업체인 경동나비엔은 저 멀리 달아나며 그 격차를 크게 벌리고 있습니다.

귀뚜라미 CI
귀뚜라미 CI

‘딴 눈 판’ 귀뚜라미홀딩스는 개별기준 2013년 매출액 323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4년 2880억원, 2015년 2533억원, 2016년 2732억원, 2017년 2901억원으로 오르는가 싶더니 2018년에는 214억원, 2019년 511억원으로 대폭 쪼그라듭니다.

연결기준으로 따지면 2013년 2828억원, 2014년 5469억원, 2015년 4549억원, 2016년 5094억원, 2017년 5615억원, 2018년 5587억원, 2019년 5661억원으로 5000억원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반면 경동나비엔은 2013년 4142억원, 2014년 4290억원, 2015년 5120억원, 2016년 5833억원, 2017년 6847억원, 2018년 7267억원, 2019년 774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연결기준으로 두 회사간의 격차를 보면 2019년 귀뚜라미는 경동나비엔의 73.1% 수준에 불과합니다.

영업이익을 따지면 귀뚜라미는 지난해에 243억원으로 전년(307억원)에 비해 20.8% 줄어든 반면, 경동나비엔은 448억원으로 전년(408억원)보다 9.9% 증가했습니다. 금액으로만 따지면 경동나비엔이 귀뚜라미보다 무려 2배 가까이 많습니다.

경동나비엔 실적의 큰 증가는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한 것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내수매출은 2018년 3447억원에서 지난해에 3355억원으로 2.7% 줄어든 반면, 수출매출은 3820억원에서 4388억원으로 14.9%나 증가했습니다. 딴눈 판 귀뚜라미와 한우물만 판 경동나비엔의 결과치입니다.

올해 1분기 경동나비엔은 더욱 훨훨 날고 있습니다. 1분기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1% 늘어난 1832억원, 영업이익은 59.6% 폭증한 12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에는 해외는 물론 국내 매출액도 늘었습니다. 국내 매출액은 전년보다 0.4% 증가한 799억원, 해외는 21.0% 늘어난 1033억원을 올렸습니다.

귀뚜라미는 비상장사로서 사업보고서 공시 의무가 없어 1분기 매출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경동나비엔 CI
경동나비엔 CI

경동나비엔은 2분기에도 성장세가 지속된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습니다. 증권가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보다 11.24% 오른 178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영업이익도 46.67% 늘어난 110억원이 예상됩니다. 특히 2분기 국내 매출이 전년대비 7.6% 증가한 610억원으로 추정되는데요. 이는 콘덴싱의무화 법안 효력이 4월부터 시행돼 실적 개선에 기인할 것이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한편 최진민 명예회장의 3녀 최문경 이사가 운영하고 있는 외식 프랜차이즈 닥터로빈이 귀뚜라미그룹의 내부거래 관련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2018년에는 미국에서 거액의 부동산 매입·매도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동산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가 됐습니다.

[NEWS IN NEWS]

선데이저널(LA)이 2017년 9월 21일 최진민 회장 일가가 오픈한 닥터로빈 2개 매장의 에어콘 공사비 미지급 갑질로 인한 분규 발생으로 최 회장 일가가 거액의 미국 부동산 매입 사실이 공개되면서 부동산업 의혹이 시작됐습니다.

선데이저널 보도에 따르면 닥터로빈의 미국 LA 패서디나 매장 건물 소유주가 최진민 회장이었는데, 최진민 회장이 이 부동산을 닥터로빈에 무상 증여합니다. LA다운타운 대형 쇼핑몰 등 닥터로빈 명의는 2018년 3월 귀뚜라미USA로 소유권이 변경됩니다. 닥터로빈 LA다운타운 매장의 지분이 모회사인 귀뚜라미 소유가 아니라 최진민 회장과 딸 최문경씨 등 두 사람이 주주인 것으로 밝혀집니다.

특히 2018년 3월 6일 닥터로빈USA는 그해 오픈을 예정으로 개장 준비를 하던 오렌지카운티 플러턴매장의 부동산을 220만달러에 매도하고 3월 8일자로 등기를 마친 것으로 확인됩니다. 해당 건물은 2016년 8월 19일 닥터로빈USA가 163만달러에 매입했던 건물로, 1년 6개월 만에 57만달러 오른 가격에 매도한 것입니다. 권리증서에 매도자는 ‘예전에 닥터로빈USA로 알려졌던 귀뚜라미USA’라고 기재돼 있었는데, 최진민 회장의 아들 최영환씨가 귀뚜라미USA 대표이사 자격으로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여기에 닥터로빈의 미국 매장인 미국 LA 월셔 1호점, 패서디나 2호점을 운영하다가 현재 모두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두 매장은 오렌지카운테 매장을 매도하기 하루 전인 3월 5일 소유주가 최진민 회장의 아들인 최영환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귀뚜라미USA에 무상양도했다고 선데이저널은 전했습니다.

권리증서에는 닥터로빈USA와 귀뚜라미USA가 사실상 동일 법인이라고 밝혔다고 선데이저널은 전했습니다. 선데이저널은 닥터로빈이 LA다운타운 부동산을 매일 할 당시 자금 출처도 의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선데이저널은 “최진민 회장 측에 질의했으나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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