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사정’ 일감 보니… “짜고치는 보험” 이유 있네
상태바
‘손해사정’ 일감 보니… “짜고치는 보험” 이유 있네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4.06 15: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 모기업 일감으로 연명…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도
‘DB자동차보험손해사정’ ‘DB CSI손해사정’도 모기업 DB손해보험 의존도 100%
국회, ‘셀프 손해사정 우려’ 지적에도 보험사·금융당국 뒷짐… 미국은 셀프율 10%
보험금 산정 불만 민원, 삼성화재 5141건으로 최다… 삼성생명·DB손해보험 뒤이어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국내 대형 보험사들이 자사가 운영하는 손해사정업체들에게 일감을 심각하게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금융당국의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매년 나오고 있으나 보험사들은 나 몰라라 하는 모양새입니다.

손해사정 업무는 보험사들의 보험금 산정기준이 되기 때문에 대부분 보험사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대변하길 원하는 손해사정업체를 자회사로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때문에 보험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손해사정은 보험 계약자가 보험금을 받기 전에 질병이나 사고의 수순과 책임을 따져 보험금을 결정하는 업무로, 손해사정이 끝나야 신정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사고 해결에 있어서 한쪽의 입장으로 치우쳐서는 안 됩니다. 보험업법 제189조에서도 손해사정업무를 할 때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보험사들이 손해사정업체를 자회사로 설립해 운영하다 보니 보험사에 유리한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험사가 손해사정업체를 자회사로 두는 것이 위법은 아닙니다. 동법 시행령 99조에는 자회사 손해사정회사가 모회사인 보험사의 계약 건을 손해사정하는 것은 ‘예외’로 한다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정성을 저해해서는 안 되지만 자회사 손해사정은 허용한다’는 역설적인 법령인 것이죠. 소위 ‘셀프 손해사정’을 허용한다는 것인데요.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분석을 통해 주요 보험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손해사정업체들에게 얼마만큼의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지 실태를 파악했습니다.

생명보험 빅3(삼성생명보험, 한화생명보험, 교보생명보험)와 손해보험 빅4(삼성화재, 현대해상화재,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총 7개사가 운영하고 있는 12개 손해사정 자회사를 분석했습니다.

삼성생명은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 한화생명은 ‘한화손해사정’, 교보생명은 ‘KCA손해사정’을 자회사로 운영 중인데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은 100%, 한화손해사정은 99.9%, KCA손해사정은 92%의 일감을 모기업으로부터 받아 연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의 2018년도 매출액 1870억6825만원 전액이 모기업인 삼성생명보험으로부터 나왔습니다. 매출을 올린 부분을 보면 보험심사수입(859억7250만원), 콜센터운용수수료(625만8236만5000원), 웹서비스운용수수료(1억7184만원), 플라자위탁운영수수료(383억4154만5000원) 등입니다. 전년도인 2017년에도 보험심사수입(859억7250만원) 등 총 1869억6297만원 전액을 삼성생명으로부터 올렸습니다.

한화손해사정은 2018년 매출액 355억6767만원 중 99.9% 수준인 355억5219만원을 모기업인 한화생명으로부터 매출을 올렸으며, 2017년 역시 매출액 353억2576만원 중 99.9%인 352억7400만원이 모기업에서 나왔습니다.

교보생명의 손해사정 자회사인 KCA손해사정 역시 모기업으로부터 일감을 받은 비율이 최근 2년 평균 90%를 넘었는데요. 2018년 총 매출액 318억2243만원 중 92% 수준인 293억7454만원을, 2017년에도 302억6301만원 가운데 90%에 가까운 272억원(89.9%)을 모기업인 교보생명으로부터 수익을 올렸습니다.

화재보험사들의 손해사정 자회사들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도 대단하더군요.

삼성화재는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삼성화재서비스’, 현대해상은 ‘현대하이카손해사정’·‘현대하이라이프손해사정’, DB손해보험은 ‘DB자동차보험손해사정’·‘DB CSI손해사정’·‘DB CAS손해사정’, KB손해보험은 ‘KB손해사정’을 자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은 2018~2019년 매출액 각각 1684억6601만원, 1593억210만원 전액을 모기업인 삼성화재로부터 올렸으며, 삼성화재서비스는 각각 1252억9594만원, 1348억2171만원의 매출액을 올려 모기업에 대한 의존도는 각각 85.3%, 86.8%였습니다.

현대하이카손해사정은 최근 2년간(2018~2019년) 매출액 각각 1221억9085만, 1255억7618만원 중 모기업인 현대해상으로부터 각각 1177억4082만원(96.4%), 1205억408만원(96%)의 매출액을 올렸습니다. 현대하이라이프손해사정 역시 각각 매출액 724억4679만원, 719억459만원 중 모기업 현대해상으로부터 올린 매출액이 721억0466만원, 715억9825만원으로 모기업 의존도가 각각 99.5%, 99.6%에 달했습니다.

DB자동차보험손해사정은 2018~2019년 각각 매출액 850억1438만원과 847억5832만원 전액을 모기업인 DB손해보험에 의존했으며, DB CSI손해사정 역시 같은해 매출액 403억2217만원과 417억2335만원을 모두 모기업으로부터 올렸습니다. DB CAS손해사정은 같은기간 각각 매출액 522억1204만원, 524억4831만원 가운데 520억2642만원(99.7%), 522억5258만원(99.6%)을 모기업에 의존했습니다.

KB손해사정도 거의 100%를 모기업에 의존했는데요. 2018~2018년 각각 매출액 1129억5697만원, 1230억0499만원 중 1124억9199만원(99.6%), 1227억7750만원(99.8%)을 모기업인 KB손해보험으로부터 매출을 올렸습니다.

손해사정업체들의 매출이 모기업으로부터 대부분 나오다니 모기업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 보면 소비자들의 불만은 당연한 것이죠.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재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관련 민원 건수가 각 사별로 수천건에 이르렀는데요. 생명보험사별로는 삼성생명이 460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한화생명(2543건), 교보생명(1825건)이 뒤를 이었습니다. 손해보험사 중에는 삼성화재가 5141건으로 최다를 기록했고, DB손해보험(3748건), 현대해상(3669건) 순이었습니다.

제윤경 의원은 “자회사를 통한 보험금 산정이 모회사인 보험사 입장을 대변해서 정해질 우려가 크다”며 “자회사를 통한 손해사정이 보험소비자들의 손해와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시행령의 예외조항을 삭제해 손해사정의 불편부당과 보험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확보를 위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전재수 같은당 의원도 “현행보험법에서는 자신과 이해관계를 맺은 보험사고에 대해 손해사정을 금지하고 있는데 예외조항을 둬 자회사를 통한 손해사정이 가능하도록 해놓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도 자기 손해사정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지만, 금융위가 시행령을 통해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문재인정부는 대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를 적폐로 단정 지으며 청산 대상으로 꼽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형보험사들의 자회사에 손해사정 업무 일감몰아주기가 매해 국회로부터 지적당하고 있지만 콧방귀를 뀌는 듯한 모습입니다. 금융당국도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듯합니다.

한편 미국 보험사의 경우 10% 정도만을 고용손해사정사에 의해 처리하고 나머지 90%는 외부 손해사정사에게 일을 맡겨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