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배달의민족’의 배신과 ‘양두구육(羊頭狗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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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배달의민족’의 배신과 ‘양두구육(羊頭狗肉)’
  • 이광희 기자
  • 승인 2019.12.2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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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폐하, 궁중에서는 ‘남장’ 여인을 허용하면서 궁궐 밖에서 금하는 것은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양두구육·羊頭狗肉)”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임금 영공은 궁중 여인들에게 남성의 옷을 입혀 즐기는 못된 버릇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괴벽이 온 나라에 알려지자 제나라 여인들은 너도나도 남장을 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영공은 ‘남장 금지령’까지 내리지만 열병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이에 영공은 당대의 사상가 ‘안자’를 만나 금지령이 지켜지지 않는 까닭을 물어봅니다. 안자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을 가리키며 다음과 같이 충언합니다. “궁중에서 못하게 하면 밖에서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양두구육(羊頭狗肉)’. 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과 속이 다르거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음을 이르는 사자성어입니다. 최근 소상공인들이 주문결제앱 기업인 ‘배달의민족’의 양두구육 같은 배신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 광고.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배달의민족' 광고.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소상공인연합회는 오늘(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 2위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는 것에 반대한다”라며 “두 기업의 결합은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고 소비자 선택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어 “수수료와 광고료 상승이 이어진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경우 독점적 배달 앱 불매를 포함한 강력한 단체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덧붙이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엄격한 기업결합 심사를 촉구했습니다.

소비자들도 배달의민족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과는 결이 조금 다르지만 국내 1위 앱이 해외자본에 팔려나가는데 대한 불만이 폭발직전입니다. 특히 ‘우리가 어떤 민족?’이라며 토종 앱을 내세운 마케팅과는 전혀 다른 행태에 커다란 배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이러한 배신감을 댓글로 표출하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배다른 민족이었다” “어떤 민족이긴? 같은 민족한테 통수치는 민족이지” “소비자에겐 배달비 넣었다 뺏다, 자영업자에게 수수료 갑질, 외식물가 올린 주범” “배민 때문에 없던 배달비도 다 받더라” “배민 지분이 짱깨가 젤 많이 갖고 있었구만... 짱깨 먹여 살리고 있었던 거였어?”

배달앱 삭제라는 직접적인 불매운동과 함께 합리적 대안까지도 제시합니다. “배민앱 삭제합니다” “삭제하지 말고 앱 들어가서 음식 메뉴 고른 후에 검색해서 전화 걸어 주문하면 됨. 앱 안의 전화번호 누르기로 하지 말고” “중소상공인연합회서 자체 앱을 만들어라. 거기서 수수료도 절감시켜 주고 소비자 혜택도 주면 저런 사기앱보다 훨씬 많이 이용하고 뜯기는 수수료도 줄일 수 있다.”

배달의민족의 언행 불일치가 ‘양두구육’을 넘어 ‘구밀복검(口蜜腹劍·입에는 꿀을 바르고 뱃속에는 칼을 품고 있다는 말로, 겉으로는 절친한 척하지만 내심으로는 음해할 생각을 하는 것을 비유)’으로 다가오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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