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받으려 하는 일과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 같은 덕업일치에 성공한 사람은 드물다.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의 저자 일본의 조류학자 스즈키 도시타카가 딱 이런 분이다. 무려 18년의 긴 세월 이어진 일본 박새 연구를 통해 새들도 우리 인간처럼 언어가 있고 문법 규칙도 있으며 다른 종의 언어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낸 사람이다. 일견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단어 ‘동물’과 ‘언어학’을 합한 동물 언어학(animal linquistics) 분야를 창시한 학자다.
저자의 새 사랑은 세뱃돈으로 마련한 쌍안경으로 새를 관찰하기 시작한 고등학생 때부터다. 꾸준히 이어진 새에 대한 관심은 저자의 학부 시절 연구로 이어진다. 저자는 일본 가루이자와 숲의 사용료 저렴한 대학교 산장에 3개월 머물며 일본 박새의 울음소리 연구를 시작한다. 북방쇠박새와 박새는 숲에 찾아온 사람이 먹이로 뿌려주고 간 호박씨를 발견하면 특유의 울음소리로 종이 다른 여러 새 개체를 불러 모은다는 것을 발견한다. 아니, 혼자 먹을 수도 있는데 왜 다른 종의 개체도 함께 먹자고 부르는 것일까? 이기적 유전자의 관점으로 설명하기 쉽지 않은 행동이다. 함께 먹이를 먹는 혼종 무리의 형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한 저자는 멋진 답을 찾아낸다. 새들은 혼자서 먹이를 먹을 때에는 1분에 70~80회 정도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포식자인 매가 있는지 확인하지만, 혼종 무리를 이룬 새는 1분에 40~50회 정도로 경계 행동을 줄인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새들이 특유의 울음소리로 여러 종의 새들을 불러 모아 함께 먹이를 먹는 것은 포식자를 경계하는 행동을 분담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경계 행동의 빈도가 줄어드니 더 많은 먹이를 더 빨리 먹을 수 있게 된다. 함께 먹자고 부르는 것이 결국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는 깔끔한 설명이다.
학부생 때 3개월 숲에 머물며 새 관찰을 이어가던 저자는 난관에 부닥친다. 바로, 쌀은 넉넉한데 반찬이 떨어진 것. 반찬 없는 끼니를 매번 똑같이 먹기 힘들어 저자는 세 종류의 메뉴를 개발한다. 그냥 맨밥, 따뜻한 물에 만 밥, 찬 물에 만 밥. 저자의 궁핍한 메뉴를 불쌍히 여긴 숲의 생태 투어 가이드가 양배추 한 통을 선물하지만, 아직 한참을 더 버텨야 하는 저자는 귀중한 양배추를 먹지 않고 참는다. 드디어 새 관찰 연구를 마무리하고 숲을 떠나기 직전, 아끼고 아끼던 양배추 한 통으로 양배추 볶음과 양배추 채를 만들어 먹으며 저자는 숲에서의 3개월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맛있게 먹는 것도 잠깐, 한 통을 다 먹을 때쯤에는 양배추 먹는 것이 고역스러워졌고, 버스 타러 걸어가면서는 배탈이 나서 크게 고생했다. 저자의 백미 3종 세트 메뉴 얘기를 읽다가 한번 웃고, 양배추 한 통 다 먹고는 배탈이나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을 떠올리니 안쓰러우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저자의 유머러스한 문장과 새에 대한 멋진 과학 얘기가 함께 어우러진, 재밌고 멋진 책이다.
박새의 울음소리에 대한 오랜 관찰로 주변에 뱀이 있을 때 박새가 ‘츠르르르’하는 경고음을 낸다는 것을 저자는 알아낸다. 그리고 ‘츠르르르’소리를 들은 어린 박새 새끼는 가능한 한 빨리 둥지를 벗어나려 한다는 것도 알아냈다. 제대로 날아오를 수 있으려면 아직 며칠 더 시간이 필요한 박새 새끼라도 다가오는 뱀을 피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서툰 날갯짓으로 빨리 둥지를 벗어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츠르르르’ 경고음을 들은 박새 새끼의 행동에 관련된 저자의 멋진 경험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곧 출항할 배의 한 선원이 배 안에서 박새 둥지를 발견해 저자에게 연락했다. 이 선원이 묘사한 박새 새끼의 모습으로 미루어 며칠만 지나면 곧 새끼가 둥지를 떠날 것으로 짐작한 저자는 자신이 녹음한 ‘츠르르르’ 경고음 파일을 선원에게 전달해 스피커로 들려주게 했다. 곧 출항할 배 안 둥지를 떠나 안전하게 육지의 숲으로 어린 새끼들이 날아가도록 유도하려 했던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 자신이 얻은 연구 결과가 현실에서 박새 새끼를 구하는 데 이용된 이런 경험은 정말 짜릿했을 것이 분명하다. 솔직히 저자가 많이 부러웠다.
과거 거의 모든 학자는 동물의 울음소리는 단순한 감정의 표현일 뿐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었다. 심지어 진화론을 완성한 찰스 다윈조차도 말이다. ‘츠르르르’소리가 뱀을 본 박새의 공포 감정의 표현인지, 아니면 ‘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판별해 낸 저자의 실험 방법은 단순하면서도 아름답다. 만약 ‘츠르르르’가 ‘뱀’이라는 구체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울음소리라면 이 소리를 들은 박새는 평소에는 뱀으로 보지 않던 것을 뱀으로 볼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저자는 예상했다. 그리고 실제 관찰을 통해서도 ‘츠르르르’ 소리를 들은 박새는 뱀을 닮은 기다란 막대기를 유달리 유심히 관찰하며, 심지어 이 막대가 뱀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낸 다음에도 주변 수풀과 땅에 뱀이 있지는 않은지 꼼꼼히 살핀다는 것을 밝혀냈다. 결국 ‘츠르르르’는 단순한 공포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소리를 들은 박새는 그 작은 머리 안에서 ‘뱀’이라는 시각적 이미지를 형성한다. 새의 울음소리가 단순히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도 전달한다는 것을 보인 정말 멋진 연구다. 저자의 연구 아이디어가 정말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박새의 언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저자는 박새의 ‘삐-쯔삐’는 경계하라는 뜻, 그리고 ‘치지지지’는 모이라는 뜻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박새가 ‘삐-쯔삐, 치지지지’하고 울면 이 소리를 들은 여러 박새는 경계하면서 함께 모인다. ‘삐-쯔삐, 치지지지’는 두 단어로 이루어진 일종의 문장인 셈이다. 한편, 두 울음소리의 순서를 바꿔 ‘치지지지, 삐-쯔삐’를 들려주면 박새들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저자는 알아낸다. 결국 저자의 관찰은 박새의 언어에도 문법이 있으며 어순도 있다는 것을 명확히 알려준다. 저자는 또 다른 흥미로운 질문을 떠올린다. 기존에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문장도 박새가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저자의 생각은 역시나 또다시 기발하다. 저자는 일본어와 영어 단어가 함께 등장하는, 일본에서 ‘루어’라고 부르는 독특한 문장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우리말 ‘좋은 아침’과 영어 ‘굿 모닝’을 섞어서 ‘좋은 모닝’이라고 말해도 좀 어색하긴 해도 사람들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모이라는 뜻을 가진 박새어 ‘치지지지’가 북방쇠박새어로는 ‘지-지-’이며, 박새는 박새어뿐 아니라 북박쇠박새의 울음소리의 의미도 함께 이해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저자는 이제 두 언어의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낸다. 바로, ‘삐-쯔삐, 지-지-’라는 박새어와 북방쇠박새어의 혼합 문장이다. ‘모여라, 투게더!’인 셈이다. 문법에는 맞지만 새로운 문장인 ‘삐-쯔삐, 지-지-’를 들려주어도 박새들이 그 의미를 이해한다는 것을 저자는 밝혀낸다. 박새의 언어에 대한 저자의 결론을 요약해 보자. 박새의 언어는 단순한 감정이 아닌 의미를 전달하며, 박새어에는 단어를 조합하는 문법 규칙과 어순이 있고, 이미 알고 있는 두 단어를 문법에 맞게 조합해 만들어낸 새로운 문장도 박새는 이해한다. 우리 인간처럼 박새에게도 언어가 있다!
우리 인간은 음성뿐 아니라 몸짓으로도 서로 소통한다. 그렇다면 박새도 몸짓 언어, 보디랭귀지가 있을까? 당연히 있다. 저자가 책에서 소개한 몸짓 언어가 재밌다. 새끼를 위해 먹이를 물어온 암컷과 수컷 박새가 둥지 주변 나뭇가지에 앉아 있을 때 암컷은 날개를 빠르게 퍼덕인다. 암컷의 독특한 몸짓을 본 수컷은 자신이 물어온 먹이를 먼저 둥지의 새끼에게 먹인다. 암컷이 날개를 퍼덕이는 동작은 ‘네가 먼저 해!’의 의미인 셈이다. 저자는 이런 몸짓 언어가 발생한 이유도 멋지게 설명한다. 먹이를 받아먹은 새끼는 곧 똥을 싸고, 부모 새는 이 똥을 물고 나와서 먼 곳으로 날아가서 내다 버리는 행동을 한다. 만약 수컷이 아니라 암컷이 먼저 먹이를 주면 어떻게 될까? 암컷이 똥을 버리러 멀리 날아간 다음 수컷이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지 암컷이 확인하기가 어려워진다. 암컷은 수컷이 먹이를 주는 것을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하려고 수컷을 먼저 들여보내는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즉, 암컷이 ‘네가 먼저 해!’의 의미로 날개를 빠르게 퍼덕이는 것은 수컷이 육아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책에는 박새 울음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QR코드가 담긴 페이지가 있다. 책에서 소개된 여러 박새 울음소리를 직접 귀로 들어보기를 권한다. 하지만 박새 울음소리를 야외에서 스피커로 크게 틀지는 말아 달라는 저자의 당부는 꼭 지켜주시길. 박새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감탄한 몇 부분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학부생 시절 저자의 연구를 좋아하고 지지해 준 교수님이 있었다. 신천옹을 연구하는 조류학자인 이분께 왜 이렇게 열심히 신천옹을 지키려 노력하냐고 저자가 묻자, 교수님은 ‘불쌍하지 않나’라고 답했다. 신천옹을 연구하는 이유가 신천옹이 불쌍해서라고 답한 이 교수님의 마음을 생각하며 나도 큰 감동을 느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다른 동물들은 언어가 없다고 믿는 속 좁은 우리 인간을 안타까워하는 저자의 다음 문장은 무척 재밌다. “나는 개구리를 좋아해서 인류가 ‘개구리’라는 사실에는 특별히 문제점을 느끼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물 안’은 큰 문제다.” 책의 끝부분에는 스톡홀름의 국제학회에서 저자가 성공적인 발표를 마친 후 많은 사람이 저자와 대화를 나누려고 긴 줄을 섰다는 얘기가 등장한다. 저자의 말이다. “내 앞에 뱀처럼 긴 줄이 있었다. 박새였다면 본능적으로 ‘츠르르르르’하고 울었을 것.” 박새를 닮은 저자가 박새의 언어를 연구한 생생하고 기발한 과정이 감동적이고 재미있게 펼쳐진 좋은 책이다. 많은 이가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치지지지.”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눌 주제
1. 저자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세요. 저자의 생김새는 박새를 닮았나요? 박새의 재잘거리는 울음소리가 이 책의 글을 닮았나요?
2.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자신의 연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리고 연구 대상인 박새에 대해 얼마나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대상에 대한 연구자의 애정은 연구의 객관성과 충돌하는 것일까요?
3. 미래에 어떤 연구를 할지 고민하는 과학도는 어떤 기준으로 자신의 연구 분야를 선택해야 할까요?
4. 저자는 새에게도 언어가 있다고 말합니다. 새의 언어와 인간의 언어는 어떤 점에서 비슷하고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5. 저자의 유머러스한 글을 읽으며 여러 번 웃음을 터뜨렸어요. 여러분을 웃게 한 재밌는 부분을 소개해 주세요.
6. 저자는 중요한 질문을 떠올리고 그 질문의 답을 찾는 멋진 연구 방법을 생각해 냅니다. 여러분을 감탄하게 한 저자의 연구는 어떤 것인가요?
7. 반도체의 효율을 높이는 연구는 분명히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오랜 시간 숲속에서 박새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저자의 연구는 세상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8. 도대체 우리 삶에 어떤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아리송한 연구를 국민들의 세금으로 지원해야 할까요? 만약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