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상황 외면한 고액 보수는 그룹 이미지와 신뢰성에 부정적 영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 내 다수의 계열사에서 등기 임원 또는 비등기 임원으로 초인적(?) 겸직 활동을 통해 고액의 보수를 챙긴다는 비판에서 언제쯤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신 회장은 올해 상반기 롯데지주 및 계열사 6곳에서 기본급 91억7300만원과 상여금 26억1600만원을 합쳐 117억8900원의 보수를 받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2억5400만원보다 4.8%, 5억3500만원이 증가한 금액이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반기보고서를 종합해 보면 신 회장은 롯데지주에서 급여 20억, 상여 21억7000만원, 기타 근로소득 등 총 41억7100만원을 받았다. 또 롯데쇼핑에선 11억100만원, 롯데칠성음료에서 14억9900만원, 롯데케미칼에서는 20억원, 롯데웰푸드에선 11억1200만원을 받았다.
호텔롯데에서도 급여 11억700만원과 상여 2억700만원, 기타근로소득(100만원)을 비롯해 13억1400만원을, 롯데물산에서 급여 명목으로 5억9200만원을 수령했다.
신 회장은 현재 롯데지주와, 케미칼, 칠성음료, 웰푸드의 등기 임원을 맡고 있고 롯데쇼핑과 물산, 호텔롯데에선 미등기 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룹 내 7개사에서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보수를 받고 있어 과다 겸직 논란이 계속 불거지는 부분이다.
시장에선 신 회장이 겸직하는 모든 회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기업 지배구조와 투명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다수의 계열사 겸직으로 그룹 내에서 신 회장의 권력 집중이 커지는 만큼 계열사의 경영 효율성과 독립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그룹 총수인 신 회장의 겸직이 많을수록 각 계열사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주주들의 불이익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또 신 회장이 받는 고액 보수와 관련해서도 각 계열사가 경기 침체로 인한 실적 하락과 이로 인한 비용절감 노력을 감안하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롯데쇼핑의 경우 주요 사업 부문들의 비용 절감 노력으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개선되긴 했지만, 중국사업 철수 과정에서 발생한 영업외 손익 영향으로 당기순이익이 68억원 적자 전환했다.
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해 온 롯데케미칼도 고유가 등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출장비 예산 감축 등 비용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롯데지주는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에 선제적 대응을 위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다고 밝힌 상태이다.
하지만 신 회장이 상반기 수령한 보수는 이런 상황과 전혀 무관해 보인다. 롯데지주와 롯데쇼핑에서 소폭 줄었지만, 롯데케미칼과 칠성음료, 호텔롯데, 물산에서 모두 늘어 지난해보다 5억여원이 증가한 것이다.
기업 상황과 총수가 받는 보수 간의 불일치는 일반 주주들과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는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 회장이 그룹 내에서 수령하는 고액의 보수는 주주들의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경영진의 고액 보수는 직원과 주주의 호응을 얻을 수 없고 자칫 갈등 요인으로 부각될 수 있다. 그룹 전체의 이미지와 신뢰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회적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는 신 회장의 과다 겸직과 고액 보수 구조를 그룹 차원에서 재검토하고 각 계열사의 독립성과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개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