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욕적인 ‘SM 매각 사태’의 실마리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상태바
치욕적인 ‘SM 매각 사태’의 실마리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2.17 1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K-콘텐츠의 핵심인 K-팝 산업이 경영권 분쟁으로 요동치고 있다. 2023년 2월은 글로벌 K-팝 시장의 신구 세력을 상징하는 양대 거목, 하이브와 SM이 결합하는 역사적 시간으로 기억될 공산이 크다. ‘하이브’ 하면 미국 빌보드시장을 석권한 방시혁의 BTS가 떠오르고, ‘SM’은 창립자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 수많은 아이돌을 배출하며 사실상 한류를 만들어낸 엔터테인먼트 그룹이다.

자료1(출처=네이버 증권)
자료1(출처=네이버 증권)

지난 15일 기준 시가총액은 하이브가 약 8조2000억, SM이 2조9000억원에 이른다. 공정거래법상 ‘자산 2조원’은 상장회사의 순환출자 등 주요 규제가 적용되는 기준인데, 두 상장 기업은 음악이라는 장르로 이 기준을 넘어서는 대형 기업으로 성장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최근 한 달 하이브 주가가 13% 상승하는 사이, SM은 약 62% 뛰었다. 특히 SM 주가는 지난달 중순 7만원 수준에서 이번 달 15일 12만원을 훌쩍 넘겼다. SM에 대한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과 하이브의 전격적인 지분 인수 과정이 기술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자료2(출처=이베스트증권)
자료2(출처=이베스트증권)

하이브와 SM의 결합에 관한 가치 추정에 있어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이베스트증권은 하이브 주가를 현재 19만원 후반에서 목표 주가 37만원으로 파격 제시했다. 인수 주체인 하이브의 시총은 8조원에서 15조원 수준으로, 기업가치가 7조2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만큼 결합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평가한 것이다. 세부적인 내용은 기업 분석보고서를 참고하고, 이번 칼럼에서는 배경과 의미를 짚어보려 한다. 하나증권은 SM과 결합하는 하이브의 목표가를 이베스트증권보다 상당히 낮은 21만원을 제시했으나, 그래도 시가는 상당히 높다. 한마디로 ‘기대될 시너지는 너무도 뻔하고 크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자료3(출처=하나증권)
자료3(출처=하나증권)

주식 평가는 좋으나 SM에 벌어진 경영권 분쟁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지난해 3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이 SM 주주총회에 등장한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행동주의 펀드는 불합리한 경영을 개선하고 주주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채택한다. SM 창립자이자 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PD 등 과거 지배구조의 부조리를 얼라인은 감지했다. 얼라인은 대주주 이수만은 SM의 주가 자본차익과 배당 외에 개인회사 라이크 기획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프로듀싱비로 이익 6%를 챙겨온 것은 문제가 있으며, 이수만 총괄 PD 개인회사와의 용역 계약을 종료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얼라인 측 감사의 선임도 요구했다. 평생 K-팝의 신화로 살아온 이수만은 참기 힘든 모욕이었을 것이다.

이후 지난해 10월 SM 경영진이 라이크기획과 계약을 조기 종료하고, 올해 2월 3일 ‘이수만 없는 SM 3.0’을 공개하며 현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이성수를 비롯한 경영진이 이수만 총괄 PD에 대해 반격의 깃발을 들었다. 이어 이달 7일 카카오는 제삼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SM 지분 9.05%를 확보해 대주주 이수만에 이어 2대 주주로 등장했다.

그러나 이수만 대주주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후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하이브와의 물밑 접촉을 통해 자신의 지분 14.8%를 전격적으로 방시혁 의장에게 넘겼다. 또한 하이브는 이수만 지분 인수 주당 가격인 12만원에 25%의 지분 추가 확보를 목표로 공개매수를 개시했다. 앞으로 오랫동안 K-팝 시장의 경쟁 관계로 남아 있을 것으로 많은 전문가가 생각한 SM 이수만 총괄 PD와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그야말로 깜짝 행보를 보인 것이다. 카카오 지분 인수가가 9만원으로 추정되는데, 이수만은 인생을 바친 미래 성장 기업 SM 지분을 단돈 주당 3만원의 자본이익만 더 받고 팔아넘긴 점은 상당히 의아하다. 이러한 결정은 합리적인 이유보다는 노욕이 노출되고 무시당했다는 둥 감정적인 요인이 개입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자료4
자료4

표면적으로 드러난 경영권 분쟁 일지 못지않게 SM 회사 내부 움직임은 심상치 않은 것으로 여러 언론이 전한다. 기업 분석전문가는 하이브의 SM 인수에 관하여 경제적 관점에서 시너지 효과를 점치고 있으나, 경영진과 내부 직원의 생각은 명백하게 다르다. 지난 15일 하이브의 SM 지분 인수 이후 SM 익명 커뮤니티에는 전체 직원 559명의 38%가 참여, 이수만을 배척한 현 경영진과 카카오 지배구조를 찬성한 비중이 85%에 달했다. 특히 직원 상당수는 개인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SM을 경쟁사에 팔아넘긴 이수만 대주주에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라고 언론은 전했다.

급기야 지난 16일에는 이성수 SM엔터 대표가 이수만 총괄 PD의 불합리한 경영 횡포를 마켓인사이트에 폭로했다. 국내 프로듀싱을 했던 라이크기획의 용역 계약이 종료했으나 국외판 라이크기획인 홍콩 CPT Planning Limited를 통해 이 총괄 PD가 부당 영업행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하이브와의 지분 매각 계약에는 이 총괄 PD의 국내 프로듀싱은 3년간 금지하고 있으나, 해외를 예외로 한 것은 그에게 계속 사적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폭로했다.

또한 아티스트와 직원을 이수만 개인 홍보와 이익 추구를 위해 동원하고, 뮤직시티 사업에 카지노 사업을 포함하는 등 이율배반적인 행태도 서슴지 않았다고 밝혔다. SM의 비즈니스인 K-팝은 대표적인 지식 산업이며 감성 문화 산업으로 인적자본(human capital)이 비즈니스의 핵심 역량이다. 이처럼 내부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쩐주’가 바뀐다고 갈등을 겪고 있는 SM 핵심 역량이 고스란히 하이브로 이행해 충성을 다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수만 총괄 PD가 해온 부조리 경영이 결국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의 도전을 불러 이번 SM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지만, 전체 배후에는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산업 지배권을 놓고 충돌한 빅테크 기업의 역학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바로 네이버와 카카오, 그리고 게임 기업의 콘텐츠 글로벌화 경쟁이 이번 SM 경영권 분쟁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한국계 빅테크의 글로벌화에는 K-콘텐츠, 특히 K-팝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하이브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이미 공유하고 있다. 네이버 플랫폼 브이라이브를 하이브의 위버스에 넘기고 위버스를 운영하는 위버스 컴퍼니 지분 49%를 네이버는 인수했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가 지난 2월 무리수를 두며 SM 지분 확보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게임 기업 넷마블은 하이브 지분 18.2%를 가진 2대 주주이며 모바일 게임 ‘BTS월드’를 선보였다. 게임 기업 컴투스도 지난해 SM 지분 4.2%를 이미 확보했다. 이미 K-팝 산업은 K-콘텐츠의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SM과 같은 구태의연한 거버넌스를 탈피하고 빅테크화하는 산업 구조조정 과정이 필연이었는지 모른다.

한편 하이브가 이수만 대주주의 지분을 14.8% 취득한 이유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규제 때문이다.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억 원 이상인 기업은 사전에 기업결합 신고를 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법률에 규정하고 있다. 하이브가 다음 달 공개매수를 통해 추가 지분을 확보하면 기업결합 신고는 불가피한데, 이 판단을 위해 K-팝 시장의 성격, 시장 구획 등 시장의 정의가 공정위에 난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사전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K-팝 시장의 지배 기업 두 곳의 결합으로 독과점 판정이 있을 가능성이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SM 경영권 분쟁에서 이수만 총괄 PD는 4228억원의 부를 얻었다. 반면 평생 일구어낸 SM과 SM 가족을 잃었고 평판에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일감 몰아주기 등 자신의 노욕을 지적한 행동주의 펀드와 SM 식구의 배척이 노여웠던 가운데, 명예와 자부심 대신 차라리 돈을 선택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내부 직원들의 지적처럼 이수만 총괄 PD의 전횡이 치욕적인 SM 매각 사태의 실마리였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공자는 ‘이익을 보면 의로운 것을 생각해야 한다(見得思義)’라고 했지만 의로운 부자를 찾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지나는 것보다 어려워 보인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