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의 ‘호가’ 변경, 거래소·공매도 세력만 좋은 일?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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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의 ‘호가’ 변경, 거래소·공매도 세력만 좋은 일?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3.01.20 11: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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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주식거래부터 일부 구간 호가 단위 축소… “거래량 늘면 반등장 더뎌 공매도 우호 환경”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13년 만의 주식거래 호가 가격 단위 변경에 누리꾼들은 오히려 운동장이 더 기울어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13년 만의 주식거래 호가 가격 단위 변경에 누리꾼들은 오히려 운동장이 더 기울어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설날이 끝나면 거래 속도가 30% 빨라지고, 처리할 수 있는 호가 수량이 9억4000만건까지 늘어난다.”

차세대 시장시스템 ‘엑스추어(EXTURE) 3.0’이 본격 가동을 앞둔 가운데, 13년 만에 주식거래 호가 가격 단위를 세분화합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설 연휴가 끝나는 직후인 오는 25일부터 유가증권(코스피)·코스닥·코넥스·주식선물시장의 호가 가격 단위를 변경합니다. 이번 호가 단위 개정은 2010년 이후 처음입니다.

이에 따라 1000~2000원 가격대의 보통주는 기존 호가단위가 5원에서 1원으로, 1만~2만원 주식은 50원에서 10원으로, 10만~20만원 주식은 500원에서 100원으로 각각 줄어듭니다. 전날 종가 16만4000원인 현대차(005380)를 예로 들면 16만4500, 16만5000원 등 500원 단위로만 주문 가능했는데, 25일부터는 16만4600, 16만4700원 등 100원 단위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거래 속도가 30% 빨라지고, 처리할 수 있는 호가 수량이 9억4000만건까지 가능한 차세대 시장시스템 ‘엑스추어(EXTURE) 3.0’이 오는 25일 본격 가동한다. /자료=한국거래소
거래 속도가 30% 빨라지고, 처리할 수 있는 호가 수량이 9억4000만건까지 가능한 차세대 시장시스템 ‘엑스추어(EXTURE) 3.0’이 오는 25일 본격 가동한다. /자료=한국거래소

다만 2000~5000원 종목은 5원, 2만~5만원 종목은 50원, 20만~50만원 종목은 500원, 50만원 이상 종목은 1000원인 호가단위는 그대로 유지합니다. 아울러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의 호가 가격 단위도 통일합니다. 기존에는 시장별로 10만원 이상 고가주의 호가 가격 단위가 달랐습니다.

거래소는 이번 호가 단위 변경으로 거래비용이 감소하고, 시장의 가격 발견기능이 개선돼 시장 유동성 및 효율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거래량 확대로 거래소가 수수료 수입만 올리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합니다. 또 하락장의 반등 속도가 더뎌 공매도가 활동하기 좋은 여건이 될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지난 17일치 ‘거래비용 절감 vs 거래소만 좋은 일… 호가 단위 축소 공방’ 기사에 달린 댓글들. /출처=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지난 17일치 ‘거래비용 절감 vs 거래소만 좋은 일… 호가 단위 축소 공방’ 기사에 달린 댓글들. /출처=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개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한 운동장이 더욱 기울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러면서 진정한 시장 선진화를 위한 정책들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기관들이 매물 쌓아두면 개인들은 못 뚫게 만들어놨네. 불공정 거래가 더 심해지겠군요” “거래소가 거래소 좋은 일, 공매도 좋은 일 하겠지.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불리한 제도라 봅니다. 상승을 제약하게 될 테니까요” “어째 좀 이상한 냄새가 폴폴. 누가 호가 세분화시켜달라고 했지? 개인투자자들은 아니고. 혹시 공매도 세력들? 거래소는 수수료 증가로 꿩 먹고 알 먹고?” “호가단위변경 절대 안 됩니다!!!! 결국 투자하시는 분들 모두에게 악재가 되고 주식시장 최고 악재가 될 겁니다!!!”.

“공매도 개선, 금투세 폐지, 대주주 요건 상향, 물적분할 규제 등 주식 시장 선진화와 개미와 장기투자자를 위한 바람직한 정책 변화는 전혀 없고, 오로지 증권사, 기관 외인 X들 편에 서서 불법 공매도 방관도 모라자라서, 이젠 호가 창 촘촘히 줄여놓는 장난질로 거래량 늘려 꼼수로 세금이나 어떻게 더 뜯어낼까 잔머리나 굴리는 한심한 거래소, 금감원 마피아들” “외국인과 기관 공매도 세력들만 좋으라고 이렇게 룰을 바꾸는 것이지요???” “오로지 수수료 증가만을 위한 뻘짓.. 개인들을 위한 제도변경은 아니다”.

“이런 제도를 시행할 때는 한국 주식 시장의 주체들인 개인투자자들의 의견도 들어서 결정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들은 힘이 있다고 결정하고 통보하고 시행하고 개인투자자들은 그들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요? 한국 주식 시장은 더욱 더 퇴보하겠네요. 미국처럼 주식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고 한국 사람들을 부동산에만 올인하게 만드는 요인 같군요. 주식 장기 투자하면 쪽박이 되고 부동산에 장기 투자하면 몇 배나 오르고.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가 뭡니까? 이런 불공정한 룰을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못하게 저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식시장도 부진한 가운데 결제액 톱10 종목은 모두 미국 주식이다. 특히 4개 종목이 포진한 상장지수펀드(ETF)의 약진이 눈에 띈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식시장도 부진한 가운데 결제액 톱10 종목은 모두 미국 주식이다. 특히 4개 종목이 포진한 상장지수펀드(ETF)의 약진이 눈에 띈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한편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식시장도 부진하면서,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시장 이탈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766억9000만달러였습니다. 1년 새 23.8%(239억달러) 쪼그라든 것입니다. 외화주식 가운데 79.9%를 차지하는 미국 주식도 442억3000만달러로 34,7%(235억5000만달러) 급감했습니다.

외화주식 결제액 톱10 종목은 모두 미국 주식으로, 상장지수펀드(ETF) 4개를 빼면 ▲테슬라(358억5500만달러) ▲애플(85억4400만달러) ▲엔비디아(75억8600만달러) ▲알파벳 A(44억4000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36억3000만달러) ▲루시드 그룹(27억2000만달러) 순이었습니다. KRX의 차세대 시스템이 동학개미를 늘릴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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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퇴출 2023-01-21 09:07:37
거래소가 거래소 했음. 개인투자자를 휴지 보듯 하는 자들. 금투업계와 외국인의 뒷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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