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명이 가진 삼성전자 주가, ‘삼성생명법’에 떤다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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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만명이 가진 삼성전자 주가, ‘삼성생명법’에 떤다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12.05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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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통과 땐 ‘삼성전자 주식 18조원어치’ 털어내야… 삼성생명 주가도 동반 하락 추세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이른바 ‘삼성생명법’ 이슈가 떠오르자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생명 주가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른바 ‘삼성생명법’ 이슈가 떠오르자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생명 주가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젊은 층 남녀노소 다 사는 삼성. 매수하시려는 분들 삼성을 배제하세요. 다른 거도 다 언젠간 오릅니다. 삼성만 그러는 게 아니에요.”

삼성전자 주식을 가진 개인 투자자가 올해에만 100만명 가까이 늘었다는 소식에 달린 댓글입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주(보통주 기준)는 지난 9월 말 기준 602만명입니다. 지난해 말과 견줘 97만1000명 증가한 것입니다. 이처럼 삼성전자 주주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삼성생명법>이 주가 향방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5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가진 주식·채권 가치 평가 방식을 취득 당시 가격이 아니라 ‘현재 가격’(시가)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팔아야 합니다.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보험업법 제106조 1항 6호는 보험사의 대주주나 자회사가 발행한 주식·채권 합계액이 총자산의 3%를 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통주 8.51%와 우선주 0.01%를 보유 중입니다. ‘시가’로 따지면 3분기 말 기준 26조9900억원어치입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 자산의 3%(약 9조원)를 제외한 지분(17조9900억원어치)을 모두 매각해야 합니다.

삼성전자(위)뿐 아니라 삼성생명 주가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료=한국거래소
삼성전자(위)뿐 아니라 삼성생명 주가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료=한국거래소

삼성생명이 40년 전 취득 원가로 주당 1072원에 샀던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 9월 30일 종가 5만3100원으로 59배 뛰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삼성생명 자산의 3%까지 내려갈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 주가의 ‘오버행’(매물로 나올 수 있는 잠재적인 과잉물량)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자가 연말까지 반등 가능성보다는 하락 압력이 더 크다고 판단합니다. 연말까지 6만원선에서 저항선이 형성되고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수급에 따라 추가 하락이 갈릴 것이란 전망입니다. 특히 삼성증권은 목표주가를 9만원에서 8만원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내년 하반기 반등에 대한 리스크가 크다는 것입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재고 소진은 2024년으로 넘어갈 듯하다”라며 “D램 가격은 과거 2001년과 2007년 다운턴(하강 국면)과 같이 3~4개 분기 연속 전분기 대비 20% 수준 하락과 1년 전 대비 60% 이상의 하락이 예상된다”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을 올해(50조원)의 절반 수준인 26조5000억원으로 예상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자가 연말까지 반등 가능성보다는 하락 압력이 더 크다고 전망했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방문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자가 연말까지 반등 가능성보다는 하락 압력이 더 크다고 전망했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방문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생명법은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지나, 본회의를 통과해야 합니다. 앞서 19,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지난달 29일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논의하려 했으나 여당의 불참으로 취소됐습니다. 법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이날 이후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가는 동반 하락 추세입니다.

지난달 28일 종가 기준 6만100원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005930) 주가는 지난 1일 6만2600원까지 올랐다가, 전날(2일) 6만400원으로 떨어진 뒤 이날도 오후 3시 10분 현재 6만300원을 기록 중입니다. 삼성생명(032830)도 지난 30일 7만3400원까지 올랐다가, 12월 들어 7만2300원(1일), 6만9300원(2일)으로 떨어진 뒤 이날 오후 3시 10분 6만85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4일 아랍에미레이트(UAE)로 회장직에 오른 뒤 첫 해외 출장을 떠났다. 사진은 지난 8월 이 회장(왼쪽 2번째)이 참석한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4일 아랍에미레이트(UAE)로 회장직에 오른 뒤 첫 해외 출장을 떠났다. 사진은 지난 8월 이 회장(왼쪽 2번째)이 참석한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 /사진=삼성전자

한편 이날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이 이뤄질 전망인 가운데, 이재용 회장은 전날 아랍에미레이트(UAE)로 출국했습니다. 지난 10월 말 회장직에 오른 뒤 첫 해외 출장입니다. UAE는 지난해 12월 아부다비를 방문한 뒤 1년 만으로, ‘신사업’ 발굴이 목적으로 보입니다. 건설 외에 인공지능(AI)·5세대(5G)·메타버스 등이 거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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