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없는’ 세기의 이혼소송, SK그룹 지배구조 흔들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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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없는’ 세기의 이혼소송, SK그룹 지배구조 흔들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12.02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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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 관장 승소하면 최 회장 SK 지분 ‘반 토막’… 미국 출장길 최 회장, 6일 선고 불참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11월 15일치 ‘한국판 베이조스 나오나… 이혼분할 대상 된 9조 재산’ 기사에 달린 댓글들. /출처=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11월 15일치 ‘한국판 베이조스 나오나… 이혼분할 대상 된 9조 재산’ 기사에 달린 댓글들. /출처=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보통 재벌들은 물려받은 재산인데 이 사람은 결혼 뒤에 불린 재산이라서 원칙적으로라면 반은 떼줘야 하지 않나 싶은데 한국에선 그렇게까지 안 되겠지.”

지난달 15일,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의 재산분할 규모가 국내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소식에 한 누리꾼의 반응입니다. 최근 판례를 보면 주부도 재산 형성에 일정 역할을 했다면 ‘절반’까지 분할하는 추세입니다. 여기에 나흘 앞으로 다가온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2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과 관련한 선고가 오는 6일 서울가정법원에서 나옵니다. 이번 소송의 최대 쟁점은 1조원이 훨씬 넘는 재산분할 여부입니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42.29%(548만7327주)를 요구했습니다. 1일 종가(20만5500원)로 따지면, 1조1276억2720만원입니다.

지난 1일 도쿄포럼에서 최태원 SK회장이 개회인를 하고 있다. /사진=SK
지난 1일 도쿄포럼에서 최태원 SK회장이 개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SK

만약 법원이 노 관장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앞으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수 있는 규모입니다. 다만, 최 회장 쪽은 보유하고 있는 SK 주식은 상속재산(특유재산)으로 민법상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1991년 SK 주식 매입 자금은 최종현 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반면 노 관장 쪽은 오랜 혼인 기간 재산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기에 분할 대상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이 같은 팽팽한 대립에 법조계에서는 ‘SK가 사업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노 관장 쪽의 기여도가 얼마나 인정될 것’인지를 쟁점으로 꼽습니다. 이 부분에 최 회장의 장인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소환되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노 관장과 결혼한 이후 SK그룹은 한국이동통신(1994년, 현 SK텔레콤), 하이닉스반도체(2011년, 현 SK하이닉스)를 잇달아 인수하며 그룹을 빅2로 키웠습니다. 재계에서 이 같은 그룹 확장 이면에 노 전 대통령이 배경이 됐다는 뒷얘기가 흘러나오는 이유입니다. 어쨌든 법원이 여러 사실을 감안해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준다면 상황은 복잡해집니다.

노소영 관장의 SNS. 게시글은 딱 하나, 2019년 12월 4일에 멈춰 있다. /출처=노소영 페이스북
노소영 관장의 SNS. 게시글은 딱 하나, 2019년 12월 4일에 멈춰 있다. /출처=노소영 페이스북

최 회장으로서는 금전적인 손실을 떠나 그룹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 관장이 이혼소송에서 이기면 SK 보유 지분은 7.4%까지 껑충 뜁니다. 최 회장(10.1%)에 이어 SK의 2대 주주가 되는 것입니다. 다만 어느 쪽이든 이번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까지 간다면, 치열한 법적 다툼은 수년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최 회장은 이번 선고 기일에 법원에 나오지 않습니다. 오는 7일까지 미국 출장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혼 재판에서는 당사자가 직접 출석하지 않고 법률 대리인에 위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울러 선고가 있는 날 역시 당사자가 출석할 의무는 없습니다. 따라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이 법정에서 마주칠 일은 없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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