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분쟁에… SK하이닉스 새우등 터지나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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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분쟁에… SK하이닉스 새우등 터지나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12.0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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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최근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 틈바구니에서 곤란을 겪는 SK하이닉스(이하 하이닉스)에 관한 <일본경제신문>(이하 닛케이)의 분석 기사가 관심을 끈다. 닛케이는 중도우파·보수·신자유주의 성향이 있으며 친기업적 언론으로 평가받는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이 주도하는 칩4에 같이 포함된 경제·안보 동맹이지만,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는 분명히 경쟁자 관계이다. 지난 10월 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발표 관련 외신이 있었던 이후 미국의 반도체 중국 수출 제한 법안에 바이든이 서명하자, 닛케이는 SK하이닉스에 관한 부정적 기사를 연신 쏟아 내고 있다. SK하이닉스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자료 1(출처=TrendForce)
자료 1(출처=TrendForce)

SK하이닉스 3분기 감사보고서의 우발부채와 약정사항 항목에 따르면, 하이닉스는 2020년 인텔의 낸드 메모리 사업 부문을 인수하는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인텔 낸드 영업 부문 및 자산은 해외 자회사를 통해 두 번에 나뉘어 이전되며, 양수도 금액은 모두 88억8000만달러로 1차 종결 시점인 지난해 61억900만달러, 올해 5억달러를 지급했고, 잔금 22억7100만달러는 정부 기관 심의 등 선행조건 충족 후 2025년 3월까지 지급 예정이다. 이 계약으로 SK하이닉스는 중국 다롄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 생산공장을 인수했으며 미국에 SSD 사업을 운영할 회사 솔리다임을 세웠다. 그 결과 SK그룹은 낸드 부문 시장 점유율 세계 2위로 등극했다.

자료 2(출처=KIET)
자료 2(출처=KIET)

문제는 하이닉스가 중국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한 이후 미국과 중국의 첨단 기술 전쟁이 악화했다는 점이다. 반도체는 장난감부터 가전제품 그리고 전기차, AI, 컴퓨터, 군사 무기까지 현대문명을 유지 개발하는 모든 제품, 기기에 필수 부품이다. 반도체 경쟁력을 점유하는 것이 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인 만큼 미국은 중국 첨단산업 경쟁력 억제를 위해 반도체 관련 기술, 부품 수출 제한 조치를 내렸다.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이 지난 8월 발효했고,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0월 6일 미국 첨단 반도체 장비와 AI 및 슈퍼컴퓨터용 반도체 칩의 중국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자료 3(출처=닛케이(아시아) 온라인판)
자료 3(출처=닛케이(아시아) 온라인판)

한편 닛케이(아시아) 온라인판은 지난 10월 26일 ‘미국의 기술 제재 이후에 SK하이닉스가 중국 반도체 공장의 미래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하이닉스는 최근에 부과된 미국 수출 제재가 중국 생산활동을 지속하기 어렵게 하므로 최악의 경우 중국 반도체 공장 매각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은 반도체 관련 고급 기술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고 하이닉스의 DRAM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상하이 인근 우시 소재 공장은 물론 새로 인수한 다롄 낸드 플래시 생산 공장도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

같은 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도 같은 취지의 분석을 내놓았다. 또한 지난달 21일 닛케이(아시아)는 하이닉스 다롄 공장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추가했다. 9월 말에 하이닉스 부사장이 다롄을 방문했을 때 중국 다롄의 공산당 간부가 지연 없이 투자와 영업을 확장해 공산당에 협력해야만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는 것이다. 다롄은 추가적인 공장 설비 증설이 필요하지만, 미국의 반도체 기술 수출 제한 조치로 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료 4(출처=일본경제신문)
자료 4(출처=일본경제신문)

그런데 이들 기사에 이어진 지난달 28일의 하이닉스에 대한 닛케이 일본판 보도는 충격적이다. 제목은 ‘한국 SK가 잘못 뽑은 제비, 중국 반도체 공장의 증산에 암운’이었다. 일본어 제목의 ‘貧乏くじ’를 빈곤 복권이라고 직역할 수도 있으나, 사전은 손해 보는 제비 또는 불운이라는 뜻이라고 전한다. SK하이닉스가 미국-중국 기술 전쟁 틈바구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빠졌다는데, 미국 인텔 중국공장을 인수한 결정이 하이닉스에 더욱 곤란을 초래했다는 내용이다. 대부분 내용은 이전 닛케이(아시아)에 보도한 내용을 자극적인 제목으로 편집해서 일본 국내에 소개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국민이 이러한 기사에 호응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왜 이렇게까지 칩4 동맹의 중요 플레이어인 SK하이닉스를 일본은 노골적으로 깔아뭉개는 것일까?

자료5(출처=KIET)
자료5(출처=KIET)

2019년 일본이 예고 없이 단행한 한국 반도체 산업 관련 소재 수출 규제의 사례를 볼 때, 일본의 조치에서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일본 보수 정권의 역사 감정과 그냥 한국 경제가 앞서가는 것이 싫다는 혐오감이 가장 설득력이 있을지 모른다. 현재 메모리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은 한국이 일본을 단연 앞선다. 그러나 KIET 보고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의 경쟁우위를 비교하면 시스템반도체에서 일본은 한국을 압도적으로 앞서고, 시장 점유율이 열세인 메모리반도체에서도 근소한 차이의 열세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한다. 일본이 한국과의 반도체 부문 격차를 줄이는데 메모리 반도체 분야 2위 SK하이닉스의 중국공장 철수나 생산 장애와 같은 헛발질이 현실화하면 일본은 무척 즐거울 수도 있다.

올해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과 협업한 기업용 SSD 개발, 세계 최초 238단 4D 낸드 개발 등 기술적 성과를 냈으나, 시장분석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 침체, 메모리 가격 하락세 등으로 내년 적자 전환을 예상한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경제 안보 마찰이 ‘회색 코뿔소’ 리스크로 하이닉스 경영에 등장하는 가운데, 닛케이의 기사는 일본의 다양한 견제가 노골화한다는 신호로 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최태원 SK 회장이 SK스퀘어를 통해 지배하는 하이닉스에게는 2023년 큰 위기가 기다리고 있음이 틀림없는 것 같다. 하이닉스는 박정호 CEO 부회장이 SK그룹 사운을 걸고 2012년 인수한 회사이며, SK그룹의 미래 경영에 없어서는 안 될 기업이다. 하이닉스가 ‘첨단 기술의 중심,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회사’가 되기 위해 쉽지 않은 고비를 최태원 회장과 박정호 부회장이 잘 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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