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항공료·마일리지·주가’ 복병?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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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항공료·마일리지·주가’ 복병?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11.29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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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합병 시정안 수용 소식에 관련주 급등… 독점 따른 요금 인상 우려 등 반발도 커져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각국의 합병 승인이 늦어지면서 대한항공은 지난 9월 30일 KDB산업은행과 협의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취득을 통한 M&A 거래종결 기한을 올해 말로 미뤘다. 사진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각국의 합병 승인이 늦어지면서 대한항공은 지난 9월 30일 KDB산업은행과 협의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취득을 통한 M&A 거래종결 기한을 올해 말로 미뤘다. 사진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경쟁을 해야지. 이거 결국 독점이잖아. 이거 불허해야 된다. 항공권 가격 올려도 안 쓸 수가 없을 텐데” “티켓값 두 배 예상한다” “혹시나 했는데. 대한·아시아나 마일리지는 빨리 털어버리고, 외항사 타고 외항사 마일리지나 모아야겠다” “아시아나 주식은 어떻게 되는 거임?”.

어제(28일) 영국 관련 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사실상 승인했다는 소식에, 뉴스 댓글난이 뜨거워졌습니다. 정리하면 ▲노선 독점으로 항공요금이 비싸질 것이며 ▲내가 가진 마일리지를 제대로 쓸 수 있는지 불안하고 ▲보유한 아시아나 주식은 어떻게 되느냐는 걱정입니다. 합병 얘기가 나올 때부터 이어지고 있는 불안 3종 세트입니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대한항공이 제출한 아시아나합병 관련 시정안을 전날(현지시간) 수용했습니다. 앞서 CMA는 런던 노선 독점 우려가 있다며 유예 결정과 함께 시정 조치안을 요구했습니다. CMA는 시장 의견 등을 수렴한 뒤 최종결정할 예정인데, 승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아시아나IDT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관련주들이 크게 올랐다. /사진=한국거래소
아시아나IDT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관련주들이 크게 올랐다. /사진=한국거래소

일반 기업과 달리 항공사 합병은 다른 나라 반독점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주요 14개국 승인을 얻어야 이뤄집니다. 현재 9개국 승인을 받았고, 임의 신고국인 영국과 필수 신고국인 미국·유럽연합(EU)·일본·중국 등에서는 심사가 진행 중입니다. 여기서 한 나라도 불허하면 인수·합병(M&A) 자체가 무산될 수 있습니다.

영국이 최종 합병을 승인한다면 유사한 항공 시장인 EU 심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다만 미국에서는 심사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나옵니다. 지난 16일 미국 법무부가 추가로 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밖에 일본에서는 관련 당국과 사전협의 절차가 마무리 단계이며, 중국에서는 시정 조치안을 수정해 다시 심사받고 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주식시장은 바로 반응을 보였습니다. 영국 CMA의 합병 시정안 수용소식 직후인 이날(29일) 아시아나항공(020560), 아시아나IDT(267850), 대한항공(003490), 대한항공우(003495), 한진칼(180640), 한진칼우(18064K)는 모두 상승했습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공항 IT 전문 자회사인 아시아나IDT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랐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현대차와 기아 사례처럼 두 회사 모두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현대차그룹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현대차와 기아 사례처럼 두 회사 모두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현대차그룹

각국의 합병 승인이 늦어지면서 대한항공은 지난 9월 30일 KDB산업은행과 협의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취득을 통한 M&A 거래종결 기한을 올해 말로 미뤘습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1조5000억원을 들여 지분 63.9%를 확보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말 대한항공 자기자본(2조3358억원)의 64.2%에 해당하는 인수금액입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완전히 흡수 합병하면 기존 주식은 모두 폐기되고, 새로운 대한항공 주식으로 교환 비율에 따라 받게 됩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라면 기준일의 주가를 바탕으로 현금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 사례처럼 두 회사 모두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주가가 문제이지 보유한 주식이 사라질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한국∼북미 중복노선에서 항공권 가격을 26.3% 인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한국∼북미 중복노선에서 항공권 가격을 26.3% 인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두 항공사의 합병으로 항공요금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 분석 결과가 있습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한국∼북미 중복노선에서 항공권 가격을 26.3% 인상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중복노선이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둘 다 취항하고 있는 노선입니다. 유럽 중복노선도 11.5% 올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완전 독점화하는 노선에서 가격 인상 폭이 클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공정위는 노선별로 봤을 때 서울∼로스앤젤레스(LA)의 인상 폭이 31.9%로 가장 클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산 점유율이 100%에 가깝습니다. 또 서울~뉴욕과 서울∼시애틀 항공권 가격도 각각 27.5% 오를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아시아나항공 고객들이 우려하는 마일리지 축소도 보유 주식과 마찬가지입니다.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변경할 때 교환 비율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신용카드 적립률과 사용처 등 대한항공 마일리지 가치가 아시아나보다 크다고 봅니다. 따라서 1대 1 병합이 어려운 만큼 아시아나 고객의 불만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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