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코뿔소’에 눈 감은 한국경제, 위태로운 카나리아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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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코뿔소’에 눈 감은 한국경제, 위태로운 카나리아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09.22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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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OECD가 <2022 한국경제보고서>를 내놓았다고 기획재정부가 발표했다. OECD는 세계 경제 전망을 오는 26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분석 완료한 개별 국가별 전망을 먼저 통보했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효과적 방역 및 정책지원으로 코로나19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였고, 고용도 위기 이전으로 회복하며 소비 회복 등에 힘입어 올해 경제 전망을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전 정부의 방역 실패를 탓하던 윤석열정부로서는 다소 머쓱한 분석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OECD가 성장률을 상향해준 것은 감세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운신의 폭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자료에서 보는 것처럼 다른 주요 기관들의 한국경제 전망은 조금 달랐다. 한국은행은 8월 경제 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을 오히려 0.1% 포인트 낮췄고, 이보다 한 달 앞섰던 IMF의 경제 전망은 0.2%포인트까지 하향 조정하며 OECD와는 달리 분석했다. 다만 불과 3개월여 앞둔 2023년에 대한 한국경제 전망은 좋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7월 IMF는 세계 경제 성장 전망을 3개월 이전과 비교해 올해는 마이너스 0.4%포인트 조정했으나, 내년은 마이너스 0.7%포인트나 조정했는데, 한국의 내년 경제 전망은 0.1%포인트 더 악화한 마이너스 0.8%포인트까지 하향 조정했다. 경제 성장률 둔화는 코로나 회복 과정이었던 지난해 큰 폭 반등으로 인한 기저효과 영향도 있겠지만, 한국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칠 세계 경제의 리스크가 작용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주요 경제 기관이 미래 경제 위험을 다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상황을 ‘회색 코뿔소’라 부른다.

/자료=현대경제연구원
/자료=현대경제연구원

이러한 세계 경제 리스크는 현대경제연구원이 이번 달 초 <세계 경제 퍼펙트 스톰 오는가?>라는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세계 경제의 5대 리스크를 점검했는데 세계 경제 침체(Stagflation), 미-중 교역 전쟁(Trade war) 심화, 오일쇼크(Oil shock) 완화 기대, 러시아(Russia)-우쿠라이나 전쟁 교착, 미국 연준의 급진적 통화 정책이 그것이다. 다만 이러한 세계 경제의 위기는 올해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설명한다.

올해 현재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있는 위기는 세계 공통위험이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지난 5년간 다양한 위기가 그때마다 해결되지 못하고 중첩되어 상호 상승 작용을 일으켜 경제적 부작용을 초래한 것이 원인이다. 즉, 세계 경제에 공통으로 영향을 주는 사건들이 다연장 미사일처럼 하나의 화염이 꺼지기 전에 연쇄적으로 작렬했다. 첫 번째 폭발은 미국 내에서 정치적인 원인으로 2018년 트럼프가 시작한 미-중 무역 전쟁이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에서 경제에서 인권과 기술 패권으로 전선이 확장됐고, 40여 년 이어온 세계화(globalization) 체제가 무너지며 지역화(localization), 자국 이익 우선의 경제 이데올로기가 자리 잡았다. 자연히 불평등, 난민, 양극화, 기후 위기, 식량 위기와 같은 세계 공통 과제를 해결하는 공조, 협업은 약화됐다.

이런 가운데 두 번째 폭탄인 코로나 경제 위기가 닥쳤다. 불가피한 경제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세계 공급망 쇼크가 발생하며 코로나 회복에 따른 수요 복원, 이상 기후 등과 함께 세 번째 폭탄인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찾아왔다. 그러나 미국 연준을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은 일시적 현상이라며 지난해 내내 인플레이션을 방관했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폭탄이 터진 것은 전쟁이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벌인 전쟁이 세계를 갈라 경제 대전을 초래했고, 에너지와 농산물 공급 쇼크를 유발했다. 인플레이션은 ‘수요 견인형’(denanad-pull)에 ‘공급 비용 견인형’(cost-push) 인플레이션까지 가세하며 상승 속도를 급격하게 높였다. 결국 연준은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금리 인상을 지난 3월부터 시작했고, 이후 그 강도를 더하며 미국경제는 경기 침체를 걱정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유럽은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중단과 금리 인상으로, 그리고 중국은 코로나 봉쇄 지속으로 경기 침체 상태에 들어갔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과 미국 금리 인상이 최후 안전 자산, 달러의 강세를 가져오자 에너지 수입 의존도, 외채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위기가 시작했고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뇌관의 타이머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상의 세계의 위기는 가능한 한 짧게 줄여본 것이지만(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도 15쪽에 불과하다), 그 내용의 무게는 지구 중력만큼이나 무겁다. 세계 경제학자에게 한국경제는 세계 경제의 ‘탄광 속 카나리아’라고 부른다. 카나리아라고 하니 급속 성장한 한국을 미화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내용은 그렇지 않다. 카나리아는 일산화탄소, 메탄에 예민한데 지하 탄광에서 광부의 목숨을 구하는 감지기 노릇을 한다. 한결같이 수출만을 살길이라고 외치며 살아온 한국경제는 세계 경제의 위기가 발생하면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방증이다. 거친 회색 코뿔소 발아래 앉은 카나리아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언론에는 물가 문제만 부각하고 있는데 최근 한국경제의 물가, 경제 전망, 환율 상황은 하나하나가 녹록지 않은 난제다. 한국경제의 코앞 미래가 불투명한데 새로운 한국 정부의 소구점은 이전 정부의 비리와 흠집을 찾는 사정과 원전 살리기, 자유, 법치 구현에 몰입하고 있고, 경제 관료는 경제 난제 해결보다는 정치 욕구 추구의 가신 역할에 급급해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한국경제라는 카나리아가 이렇게 위태로워 보인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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