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지난 세계 경제는 ‘뒤죽박죽’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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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지난 세계 경제는 ‘뒤죽박죽’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09.13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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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그 어느 때보다 세계 경제 상황은 복잡하다. 일반인은 보통 세계 경제라고 하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먼 나라 얘기로 여기고 무관심하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에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의 열한 번째 작은 구성원일 뿐이며, 국내 경제 상황은 세계 경제 변화에 따라 흐름이 결정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지난 8월에도 세계 경제는 물론 국내도 고물가가 이어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와 한국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계속 이어갈 태세다. 금융경제학자는 ‘고인플레이션’을 운명적 숙적으로 간주한다. 한국 금융당국이 처음 기준금리 인상을 들먹였을 때는 한국 경제의 가계부채가 최악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미국 연준 이사회가 올해 3월부터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에 이어 공격적인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으로 2.5%에 도달하자, 정책 금리 역전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한국은행도 금리를 2.5%까지 끌어 올렸다.

금리 인상은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지만, 가계는 물론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거나 파산에 이르게 하므로 신중한 사전 검토가 필요한 수단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0.5%였던 금리를 베이비스텝으로 계속 올려왔고, 이창용 총재도 취임 후 가계의 이자 부담 위험에도 금리를 인상했다. 그러나 물가를 잡는다는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과는 달리 국내외 물가는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경제가 금융정책 수단의 영향권을 벗어났다고 추측할 수 있다. 여기에 한국만 아니라 선진국이나 신흥국 모두 이해하기 어려운 경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러한 모든 혼돈의 중심에는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서 절대 영향력을 차지하는 ‘미국 달러 경제’가 있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코로나19 회복 국면에서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이라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2020년 무지막지한 경제 회복 지원자금을 쏟아부으며 정부나 중앙은행 모두 전무후무한 빚더미에 앉고 말았다. 정부는 국채를 발행했고 중앙은행은 국채, 주택저당증권, 민간 채무를 떠안았다. 공격적인 통화정책은 2008년 금융위기에서 얻은 버냉키 학습효과의 산물인데, 그 결과 나타나는 경제 변화는 전통적인 금융경제 교과서에 증상과 치유법조차 기록되지 않는 상황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례 금융경제 포럼인 잭슨홀 미팅에 이어 지난주 미국 자유주의 싱크탱크 CATO연구소 초청 연설에서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큰 폭 금리 인상을 이어갈 거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며 물가 안정 조치를 유예했다. 이 때문에 지금 고금리 인상을 초래한 고인플레이션이 연준 정책 실패의 산물이라는 지적이 공공연하게 고개를 들고 있다. 이제 또 한 번 물가조절에 실수해서는 안 되는 제롬 파월로서는 강경한 통화 긴축을 완화하기 어려운 처지이다.

미국 금리 궤적. /출처=메리츠증권
미국 금리 궤적. /출처=메리츠증권

선물시장에서 미국 금리가 또 거인 행보를 할 확률은 지난 주말 기준 ‘74%’였다. 금융시장에 반영된 또 다른 예측(OIS 내재금리)에는 내년 3월 금리는 3.9%다. 지난 3월 미국 정책 금리는 0.25%였다. 한국 정책 금리도 미국 정책 금리를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한미 금리 역전이 일어날 때 원화 자금 및 금융시장에서 글로벌 자금이 이탈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환율 동향. /출처=하나증권
환율 동향. /출처=하나증권

미국 금리 상승은 절대적 비중의 세계 금융, 경제의 결제, 가치 저장 수단인 달러의 보유 수익률 상승과 기타 통화의 보유 비용(손실) 증가를 초래한다. 이러한 기대는 달러 가치의 상승을 가져왔다. 특히 미국 물가 상승 지속 예상(또는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 금리 인상 지속 예상 →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기대 사이클 형성은 달러 가치 상승을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달러 가치 상승에 취약한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도 통화가치 약세로 난리다. 특히 달러 가치 상승은 달러로 거래되는 에너지 가격 상승을 초래하며 에너지 수입국 경제를 악화시킨다.

또 현물은 물론 선물, 다양한 상품까지 세계 최대 금융시장이 존재하는 미국을 중심으로 달러 인덱스의 작은 변화가 돌발적인 기타 통화가치 변화로 증폭할 수 있다. 게다가 하반기 과거 안전자산으로 불리던 유로, 파운드, 엔화 모두 예상치 못한 약세를 겪고 있고, 세계 경제의 공장이었던 중국 경제도 엔진이 식으며 위안화마저 급격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 에너지 위기, 중국은 코로나와 미·중 패권전쟁, 일본은 장기 불황 저지를 위한 통화정책 탈동조화 등 각국의 사정이 더해져 세계 경제의 해법은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출처=CNBC, niallferguson.com
/출처=CNBC, niallferguson.com

지난 3일 CNBC 인터뷰서 경제·금융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현재 경제 상황이 1970년보다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1973년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에 욤 키푸르 중동 전쟁이 발발했고 세계 에너지 위기가 닥쳤다. 이때는 달러의 금 태환 정지 후 기축통화의 안정성이 시험대에 올라있던 상황이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살인적인 에너지발(發)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스태그플레이션이 찾아왔고 훗날 전설로 남은 연준 의장 폴 볼커는 무자비한 정책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퍼거슨은 금융 충격, 정치적 충돌, 민심 불안이 존재했던 1970년대보다 2020년대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평가한다. 2020년대는 저생산성, 높은 부채 비율, 고령화가 매크로 위험 배경이며, 특히 1970년대는 초강대국 간의 정치적 긴장 완화(detente)가 있었으나 지금은 미-중 강대국 사이 충돌이 위험 요인이어서 사태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은 CATO연구소 초청 연설에서 “경제학은 물리학이 아니다. 경제가 끓는 특정한 온도는 없으며 가끔 끓어 넘친다”라고 현 경제 상황을 표현했다. 퍼거슨도 역사적으로 글로벌 위기와 재앙은 예측 가능한 정규분포를 가진 종형 분포가 아니며 비선형이고 한 번에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람들은 어느 정도 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고 믿고 싶어 하는데 큰 착각이라는 것이다. 지금 세계 경제는 뒤죽박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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