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 엇박자에 출발선도 못 끊은 ‘새출발기금’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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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전환대출 엇박자에 출발선도 못 끊은 ‘새출발기금’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8.1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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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원들 “안심전환대출 MBS, 가계대출 확대 요인”… 새출발기금은 세부계획 발표 연기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주택담보대출이 또 4조3000억원 늘었다.”

2020년 2월 11일, 경자년 첫 달 <금융시장 동향>이 나오자 정부의 고민도 깊어갑니다.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탄 1조4000억원을 빼더라도 주택담보대출이 2조9000억원 늘었기 때문입니다. 투기적 대출수요를 잡는다며 내놓은 12·16 부동산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입니다. 한 금통위원의 진단입니다.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통화정책’이란 나라 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하도록 중앙은행이 행하는 금융조정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통화정책 당국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융정책 당국이 의욕적으로 밀어붙이는 안심전환대출 시행에 우려를 쏟아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통화정책 당국의 긴축 기조와 다르게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의 부작용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17일 한은의 <2022년도 제14차 금융통화위원회(정기)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열린 금통위 회의에 <공개시장운영규정 개정(안)>이 의안으로 올랐습니다. 여기에서 금통위원들은 안심전환대출의 원활한 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에 필요한 12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금통위는 또 현행 환매조건부매매 대상 증권으로 한정된 주금공의 MBS를 단순매매 대상 증권에 포함하는 방안도 의결했습니다. 안심전환대출 시행 과정에서 주금공의 MBS 발행이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이에 대해 일부 금통위원은 “통화정책 시그널에 불필요한 혼란을 줄 수 있다”라고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7월 금통위 의사록 일부. /자료=한국은행
7월 금통위 의사록 일부. /자료=한국은행

한은의 공개시장 운영 방식 가운데 하나인 ‘단순매매’는 유동성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제한적으로 활용합니다. 2020년 4월 코로나 위기 등 이례적 상황에서만 도입했습니다. 한 금통위원은 “안심전환대출 효과와 대출수요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당위성이 다소 부족하고 주금공 자체적인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다른 금통위원은 “은행이 보유한 대출채권을 MBS와 교환한 후 MBS를 매각하면 은행들이 가계대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어 추가적으로 가계대출 확대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대출채권보다 MBS 위험가중치가 낮아 은행의 위험자산이 축소돼 간접적으로 대출 여력이 확대될 수 있다”라고 걱정했습니다.

한은 담당 부서는 이 같은 우려에 “은행도 가계대출 재원을 확보하지 않도록 MBS 의무보유 규모와 기간을 강제할 수 있게 정부 당국, 주금공과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은행의 MBS 의무보유 비율이 확정됐냐는 금통위원의 질문에는 “현재 협의 중이며 향후 시중은행과 주금공이 실무 합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이에 금통위원은 “MBS 의무보유 비율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은행의 신규대출 여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정책당국이 추구해온 가계부채 누증 문제 완화라는 목표와 상충될 수 있다”라며 “따라서 최대한 의무보유 비율을 높이도록 노력해 추후 실제 단순매입 가능성을 줄이고 통화정책 기조에 혼선을 줄 가능성도 줄이는 것이 좋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맨 오른쪽)은 지난달 27일 금융권 협회장과 간담회에서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차주에 대한 금융 민생대책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맨 오른쪽)은 지난달 27일 금융권 협회장과 간담회에서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차주에 대한 금융 민생대책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금융위원회

한편 정책당국 간 안심전환대출 엇박자 속에 ‘새출발기금’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이번 주 예정이던 기금 운영 세부 계획 발표를 다음 주로 미루고, 금융권 대상 설명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새출발기금은 금융 부문 민생안정 대책의 하나로 마련된 3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채무조정 방안입니다.

채무조정 대상은 지난 6월 말 기준 금융권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지원을 받고 있거나 손실보상금 또는 재난지원금을 받은 자영업자·소상공인입니다. 연체 전이나 연체 90일 미만 차주는 최대 20년간 장기·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해주고, 대출금리를 연 3~5%대로 낮춰 줍니다. 90일 이상 장기 연체자는 원금의 60~90%를 감면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금융권에서 원금 감면율이 너무 높아 손실 부담이 크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과 반발이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특히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차주들과의 형평성을 지적하는 국민 정서가 가장 큰 부담입니다. 이러한 우려를 잠재우지 않고서는 기금 운용을 강행한다고 해도 논란과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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