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금융위원장은 ‘공매도 금지’ 카드 꺼낼 수 있을까 [사자경제]
상태바
새 금융위원장은 ‘공매도 금지’ 카드 꺼낼 수 있을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7.12 14: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주현 위원장, 취임 간담회서 “시장이 급변할 경우”… 외국인 공매도 비중 80% 넘기도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이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이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창기 국세청장,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승겸 합참의장, 그리고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뒤, 모두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된 고위 공직자입니다. 어제(11일) 또 한 번 “관운은 타고났다”라는 소리를 들은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의 취임식이 열렸습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어떤 정책을 펼지, 여신전문금융협회장 출신으로 이해충돌 없이 금융업권 간의 문제를 잘 조율할지 관심이 모입니다.

1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취임식에서 첫 과제로 ‘금융시장 안정’을 꼽았습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중고 속에서 활용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특히 취임식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필요하다면 공매도 (금지)뿐만 아니라 증안(증권시장안정)기금도 활용할 생각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정부는 2020년 3월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했다가, 지난해 5월부터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에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어 조만간 공매도 전면 재개 시점을 조율하던 가운데, 이번 김 위원장의 발언이 나온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시장이 급변할 경우 외국도 공매도 금지를 한다”라고 언급,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금지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렸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취임식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필요하다면 공매도 (금지)뿐만 아니라 증안(증권시장안정)기금도 활용할 생각이 있다”라고 밝혔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취임식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필요하다면 공매도 (금지)뿐만 아니라 증안(증권시장안정)기금도 활용할 생각이 있다”라고 밝혔다. /사진=금융위원회

김 위원장은 은행의 산업 자본 소유를 금지하는 금산 분리 원칙에는 “무조건 폐지하자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기술 환경·산업 구조가 너무 변한 지금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는 봐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을 빛낼 멋있는 기업이 빅테크와 금융 산업에서 나왔으면 한다. 서로 경쟁을 하다 보면 혁신하라고 할 필요도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오는 9월 말 끝나는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에 대해서는 다시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태를 놔두면 차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나중에 문제가 더 커질지 알 수 없다. 이번 기회에 부실을 정확히 점검하고 정부와 논의해 해결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다만 재연장이 불가피할 상황이 되면 “그때 가서 생각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에 앞서 취임사에서는 “금융위의 첫째 역할은 금융시장 안정”이라며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재정비하고 필요 시 새 정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 직후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만나,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최근 금융시장 복합 위기 속에 금융권의 위험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지난달 22(81.5%), 24일(84.6%)과 이번 달 5일(80.2%)에는 80%를 넘었다. /자료=한국거래소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지난달 22(81.5%), 24일(84.6%)과 이번 달 5일(80.2%)에는 80%를 넘었다. /자료=한국거래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공매도를 금지할 거라면 지금 당장 시행하라고 재촉하고 있습니다. 다만 상환 기간이나 담보 비율 등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공매도 조건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공매도 금지 시기를 놓고 음모론도 이어집니다.

“진작 검토해서 벌써 했어야지. 지금 당장 실시하라” “공매도 금지가 경제를 살릴 순 없어도 변곡점을 만들 수 있다. 빨리 시행하라” “맨날 검토만 하지 말고, 지수 1000p 떨어졌다~~지금이 위기상태다~~할 거면 얼른 해~~개미들 다 XX 후에 금지, 이 XX하지 말고!!” “공매 금지는 일시적인 거라 이번 기회에 상환 기간, 담보율 등 개미와 외국인들 사이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함”.

“OOO 주주입니다. 주주들은 매일 공매도 때문에 힘들어 합니다. 3달 전 10만원이 넘던 주가는 현재 67000원대입니다. 주주분들 중에서는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분도 계십니다. 불법 공매도 처벌 바랍니다. 공매도 금지 부탁합니다” “공매도 더 쳐서 바닥에서 잡은 다음 올려야 할 때 공매도 중지시킨다는 거네. 와 진짜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 금융위 검찰 조사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냐?”.

경기도 파주시 남북협력 고문이기도 한 짐 로저스 회장(가운데)이 지난 4월 12일 DMZ의 도라전망대를 방문해 북한 쪽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파주시
경기도 파주시 남북협력 고문이기도 한 짐 로저스 회장(가운데)이 지난 4월 12일 DMZ의 도라전망대를 방문해 북한 쪽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파주시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6월 10일~7월 11일)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평균 7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지난달 22(81.5%), 24일(84.6%)과 이번 달 5일(80.2%)은 80%를 넘었습니다. 이처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공매도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기반의 공매도는 종목들의 주가를 결정하는데 핵심이 되어야 할 펀더멘털이라는 잣대를 무력화해 기관 및 개인들의 알파 플레이가 통하지 않게 하고 있다”라며 “당국에서 공매도와 지수와의 상관성을 인지한다면 한시적 금지 정책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짐 로저스는 오늘(1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반박했습니다. “공매도는 전 세계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확실하지는 않지만, 공매도를 하면 주식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라며 공매도 예찬론을 펼쳤습니다.

로저스는 우리나라에 투자하지 않고 있는데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하고 포트폴리오를 많은 곳에 분산해 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는 다만 “DMZ(비무장지대)를 열 수 있다면 앞으로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우리나라 누리꾼들은 그에게 어떤 말을 할까요.

“한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환 기간 무제한이고, 공매도 시스템이 전산이 아닌 수기라고 말해주지. 그럼 로저스가 뭐 이딴 경제시스템이 다 있냐. 이건 사기라고 말하겠지. 공매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소위 금융권 사람들은 그건 절대 언급 안 하고 다른 쪽의 말로 헛소리를 함.”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