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옵션으로 ‘300조원 퇴직연금’ 수익률 높아질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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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 옵션으로 ‘300조원 퇴직연금’ 수익률 높아질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7.0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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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적립금 사전지정 운용제 12일부터 시행… 10월 첫 상품 나올 듯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행 소식에 누리꾼들은 생때같은 노후 자금이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그러면서 금융회사만 좋은 일 시켜주는 건 아닌지 해묵은 불신을 털어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행 소식에 누리꾼들은 생때같은 노후 자금이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그러면서 금융회사만 좋은 일 시켜주는 건 아닌지 해묵은 불신을 털어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저 돈으로 저 정도 수익? 나한테 천억(원)만 줘봐. 1조(원) 만들어줄게.”

지난 4월 17일, 금융감독원이 퇴직연금 수익률을 내놓자 한 누리꾼의 반응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295조6000억원으로, 1년 사이에 40조1000억원 늘었습니다. 반면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2.00%로 같은 기간 0.58%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최근 5년 및 10년 연간 환산 수익률은 각각 1.96%와 2.39%에 그쳤습니다.

‘퇴직연금’이란 근로자의 퇴직금을 금융회사에 맡기고, 기업 또는 근로자의 지시에 따라 운용하여 퇴직 때 일시금 또는 연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근로자가 재직 중에는 확정급여형(DB형), 확정기여형(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운데 자신에게 알맞은 유형을 고를 수 있고, 퇴직한 뒤에는 연금과 일시금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 취지. /자료=금융위원회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 취지. /자료=금융위원회

오는 12일부터 DC형 퇴직연금과 IRP에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도입됩니다. 5일 고용노동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디폴트옵션 도입을 위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 시행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습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근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시행규칙과 퇴직연금 감독규정을 고쳤습니다.

‘디폴트옵션’이란 근로자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미리 정해둔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는 제도입니다. 디폴트옵션 승인상품은 ▲예금·이율보증보험계약(GIC) 등 원리금보장 100% ▲타깃데이트펀드(TDF)·밸런스펀드(BF)·스테이블밸류펀드(SVF)·사회간접자본펀드(SOC) 등 펀드 100% ▲원리금보장과 펀드를 혼합한 포트폴리오 상품입니다.

근로자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미리 정해둔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는 디폴트옵션 제도가 오는 12일부터 시행된다. /자료=금융위원회
근로자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미리 정해둔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는 디폴트옵션 제도가 오는 12일부터 시행된다. /자료=금융위원회

퇴직연금사업자는 사용자와 근로자에게 제시할 디폴트옵션을 마련, 고용노동부 소속 심의위원회를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심의위원회는 ▲원리금보장상품의 금리, 만기, 예금자 보호 한도, 상시 가입 가능 여부 ▲펀드, 포트폴리오 상품의 수수료, 수익률, 손실 가능성, 자산 배분의 적절성을 따져 심사합니다.

근로자는 이렇게 반영된 디폴트옵션 정보를 퇴직연금사업자로부터 제공받아, 그중 하나의 상품을 디폴트옵션으로 선정합니다. 만약 기존 운용상품이 있다면, 만기 이후 운용지시 없이 4주가 지난 뒤 ‘향후 2주 이내 운용지시가 없을 경우 적립금이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됨’을 통지받습니다. 통지 이후에도 운용지시 없이 2주가 지나면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됩니다.

신규 가입한 뒤 운용지시가 없는 경우에는 4주 대기 없이 바로 통지를 받게 되며, 통지 후 2주 안에도 운용지시가 없으면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됩니다. 다만 디폴트옵션으로 적립금을 운용하고 있지 않은 근로자는, 언제든지 디폴트옵션을 선택(OPT-IN)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디폴트옵션 운용 중에도 언제든지 다른 상품으로 운용지시가 가능(OPT-OUT)합니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원리금 보장형이 1.35, 실적배당형이 6.42%를 기록했다. 모두 1년 전보다 각각 0.33, 4.25%p 쪼그라든 것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원리금 보장형이 1.35, 실적배당형이 6.42%를 기록했다. 모두 1년 전보다 각각 0.33, 4.25%p 쪼그라든 것이다. /자료=금융감독원

특히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감독규정 개정에 따라, 기존 위험자산 한도(70%)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적립금의 100%까지 운용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디폴트옵션 관련 사항은 DC형 퇴직연금과 IRP 모두 똑같이 적용됩니다. 정부는 10월 중 첫 번째 심의위원회를 거쳐 승인된 디폴트옵션 상품을 공시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디폴트옵션의 운용현황, 수익률 등을 분기별로 고용부와 금감원 누리집에 공시할 방침입니다. 또 3년에 1회 이상 정기적으로 평가해, 승인 지속 여부를 심의할 계획입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디폴트옵션을 빠르게 안착시켜 수익률 제고뿐 아니라 퇴직연금제도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좋은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DB형 171조5000억원(58%), DC형 77조6000억(26.2%), IRP 46조5000억원(15.7%)을 쌓았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DB형 171조5000억원(58%), DC형 77조6000억(26.2%), IRP 46조5000억원(15.7%)을 쌓았다. /자료=금융감독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생때같은 노후 자금이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섭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만 좋은 일 시켜주는 건 아닌지 해묵은 불신을 털어내고 있습니다.

“좋은 점만 있고 안 좋은 점은 없는 제도가 있나. 좋은 점은 써 놨는데 리스크는 뭔지 아무것도 안 적혀 있네” “쉽게 설명하면 연금 떼간 거 운영할 때 지금은 별말 없으면 그냥 예금으로 넣어두는 게 기본 설정(디폴트)임. 그래서 이자(라) 해봐야 1~2% 나옴. 근데 여기서 말하는 건 기본 설정을 투자로 하겠다는 거임. 그럼 우리가 별 신경 안 써도 예금이 아니라 투자로 들어감. 즉 장기투자가 되는 거임. 자금 규모가 워낙 커서 웬만하면 수익이 남 그래서 외국서는 다들 퇴직하면 부자 됨” “좋은 점은 경제(가) 성장할 때는 좋지만, 요즘 같은 때엔 슬퍼질 수 있음”.

“디폴트옵션이 무슨 만병통치약? 웃기는 소리. 일단 연금 가입 기간이 길어야 하고, 일정액 이상을 오랫동안 적립해야 하고, 운용을 잘해야 하는 게 우선이지. 울(우리)나라는 하도 연금제도를 뜯어고치고 해서 연금이 지속적으로 꾸준히 적립할 수 있는 제도가 정착되지 못한 나라이지. 또한 장기상품이 없어. 운용 시작, 길어야 2, 3년 지나면 운용하는 X도 없어지고, 아무도 관심 없는 상품으로 전락. 이 상품은 내팽겨진 거지. 그리고 또 다른 시류에 편승한 상품 등장”.

“보험 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까지 금융사가 다 빼감. 낼 땐 금 두돈 가치, 탈 땐 금 한돈 가치. 심지어 은 한돈까지 (수익률이 내려감). 낼 땐 땅 한평 가치, 탈 땐 한평 임대료. 그러고는 30년 9천만원 모아 5년 후 15년간 3억 탄다고 남는 장사라고 함. 30년간 9천만원어치 금이나 땅 샀으면 30년 되는 시점에 이미 3억” “운용사 알아서 해준다는 TDF펀드들 최근 1년 수익률 -(마이너스)15프로 대임. 수수료 연 1.5프로. 믿고 맡길 수 있을까” “아무리 봐도 퇴직금 날려 먹을 수 있다는 얘긴 한마디도 없네. 이 사기꾼들아! 그냥 근로자 퇴직금 털어 은행이랑 증권사 주머니 늘리자는 거잖아! 펀드에 넣는 거랑 뭐가 달라?”.

연금계좌 중도인출 때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면 16.5%의 기타소득세 대신 3.3∼5.5%의 연금소득세가 부과된다. /자료=금융감독원
연금계좌 중도인출 때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면 16.5%의 기타소득세 대신 3.3∼5.5%의 연금소득세가 부과된다. /자료=금융감독원

한편 NH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퇴직연금 중도 인출 인원은 6만9319명, 금액은 2조6000억원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은퇴를 눈앞에 둔 50대와 60대가 1만3496명, 금액은 8806억원이었습니다. 또 퇴직연금을 IRP로 이전하지 않고 일시금으로 받은 금액도 2조9000억원이었습니다. ‘퇴직연금’이 바닥에 떨어진 이름값을 올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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