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여력 급락’ 보험업계 CEO 만난 이복현, 다음 스텝은?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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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여력 급락’ 보험업계 CEO 만난 이복현, 다음 스텝은?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6.3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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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DGB·DB생명·한화손보·MG손보·흥국화재’ RBC비율 권고치 미달… “자본적정성 점검 강화”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30일 보험업계 CEO들을 만난 이복현 금감원장은 자본적정성에 대한 상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자료사진=금융감독원
30일 보험업계 CEO들을 만난 이복현 금감원장은 자본적정성에 대한 상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자료사진=금융감독원

금리상승 후폭풍이 보험업권을 덮쳤습니다. 보험사들의 지급여력(RBC, Risk Based Capital) 비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지급여력’이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생명보험회사는 책임준비금 이상, 손해보험은 종목별 위험도를 따져 RBC 비율을 정합니다. 보험업법상 100%를 넘겨야 하지만, 당국은 150% 이상을 권합니다.

보험회사의 RBC 비율은 209.4%로 석 달 전인 전분기 말(246.2%)보다 36.8%포인트 떨어졌다. /자료=금융감독원
보험회사의 RBC 비율은 209.4%로 석 달 전인 전분기 말(246.2%)보다 36.8%포인트 떨어졌다. /자료=금융감독원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말 보험회사의 RBC 비율은 209.4%로 석 달 전인 전분기 말(246.2%)보다 36.8%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생보사 RBC 비율이 208.8%로 45.6%포인트, 손보사 RBC 비율은 210.5%로 20.9%포인트 떨어졌습니다. RBC 비율이 이처럼 하락한 것은 금리상승에 따른 매도가능증권의 평가이익이 20조원 가량 감소한 데 따른 것입니다.

개별 회사로 보면, 대형사인 삼성생명이 석 달 새 58.5, 한화생명이 24.6, 교보생명이 61.6%포인트 하락했습니다. 특히 DGB그룹 계열의 DGB생명은 같은 기간 139.1%포인트 떨어진 84.5%를 나타내며 보험업법 규정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바 있는 MG손해보험은 19.0%포인트 떨어진 69.3%로 이번에도 업계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이밖에 디지털 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도 137.1%포인트 하락했고,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도 86.8%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종합하면, 금융당국 RBC비율 권고치 150%를 넘기지 못한 국내 보험사는 ▲NH농협생명(131.5%) ▲DGB생명(84.5%) ▲DB생명(131.5%) ▲한화손보(122.8%) ▲MG손보(69.3%) ▲흥국화재(146.7%) 등 6곳입니다.

올해 3월 말 기준, 금융당국 RBC 비율 권고치 150%를 넘기지 못한 국내 보험사가 6곳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올해 3월 말 기준, 금융당국 RBC 비율 권고치 150%를 넘기지 못한 국내 보험사가 6곳이다. /자료=금융감독원

보험사 RBC 비율은 지난해 3분기 이후 하락 추세입니다. 급격한 금리상승에 따른 보유채권 평가손실이 원인입니다. 다만, 금감원은 6월 결산부터 RBC 완충 방안이 적용됨에 따라 2분기에는 RBC 비율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난 9일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LAT)상 잉여액의 40%를 가용자본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발표한 데 따른 것입니다.

금감원은 “보험사의 RBC 비율이 큰 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규제 비율을 웃돌았고, 금리 급등에 따른 RBC 비율 완충 방안을 시행하면 상당 폭 개선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선제적 자본확충유도 등 건전성 감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9일 금융위원회가 금리상승으로 떨어진 보험사들의 자산가치를 ‘보정’하는 조치에 나섰다. /자료=금융위원회
지난 9일 금융위원회가 금리상승으로 떨어진 보험사들의 자산가치를 ‘보정’하는 조치에 나섰다. /자료=금융위원회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보험업계 최고경영자(CEO)와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는 생보사 및 손보사 각 10곳의 CEO들이 참석했습니다. 이 원장은 먼저 “가파른 시장금리 상승 등이 보험회사의 자본 적정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최근 경제·금융 상황을 고려할 때 그 어느 때보다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라고 입을 뗐습니다.

이어 재무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보험회사의 자본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의 RBC 제도 개선에도 자본 적정성 등급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전사적 자본관리를 강화하고, 자본확충 시에는 유상증자 등을 통한 기본자본 확충을 우선 고려해줄 것”을 요청한 것입니다.

RBC 비율이 법적으로 미달한 MG손해보험이 지난 4월 13일 열린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부실 금융기관으로 결정됐다. /사진=뉴스웰DB
RBC 비율이 법적으로 미달한 MG손해보험이 지난 4월 13일 열린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부실 금융기관으로 결정됐다. /사진=뉴스웰DB

그러면서 “금감원도 스트레스테스트(Stress test)를 실시하는 등 보험사의 자본 적정성에 대한 상시 점검을 강화하고 그 결과에 따른 조치도 원칙대로 수행하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원장은 이어 “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 이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보험산업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우려가 있으므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당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선량한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라며 “의료자문 풀(Pool)에 대한 공정성 확보 등 보험금 지급심사 과정에 대한 소비자 보호를 위한 현안도 계속 살펴봐 달라”고 소비자 보호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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