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사모한 ‘원자력 테마 ETF’ 대전(한국투자신탁 KINDEX vs NH농협 HANARO)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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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사모한 ‘원자력 테마 ETF’ 대전(한국투자신탁 KINDEX vs NH농협 HANARO)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06.3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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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일 눈에 띄는 ETF 2개 종목이 상장했다. 원전 부흥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은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 원자력 딥서치’와 NH-Amundi 자산운용의 ‘HANARO 원자력 iSelect’가 각각 상장한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매수 유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출처=한국거래소
/출처=한국거래소

신상품 준비 기간을 생각하면 대선 직후부터 준비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과연 원자력 테마 ETF 발매가 한국투자신탁과 NH농협의 경제적 판단인지 정치적 선택인지 궁금하다. 이 배경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투자 결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이에 본 칼럼에서는 금융회사 분석 시리즈에 이어, 금융상품 분석 시리즈의 첫 대상으로 원자력 테마 ETF를 선정했다. 과거 언론은 금융상품을 홍보하는데 치우쳤다. 금융상품 분석 시리즈의 목적은 과거 언론 관행을 벗어나 제2의 해외금리 연계형 DLF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과연 원자력 테마 ETF가 금융소비자가 장기적인 트렌드 투자에 적합한 상품인지, 그리고 유의할 사항은 없는지 살펴본다.

◆ ‘원자력 부활’의 배경

/자료=국정 과제
/자료=국정 과제

신정부는 문재인정부와의 차별점으로 원전 정책을 일찌감치 내세웠다. 지난달 3일 인수위는 탈원전 정책 폐기와 원자력 생태계 강화를 국정 과제 3호로 발표했다. 국정 과제 1, 2호가 부득이한 코로나19 관련 피해 국민 보상과 방역 정책이었음을 고려하면, 원전 정책은 사실상 윤석열정부의 1호 국정 과제나 다름없다.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이명박, 박근혜정부까지 수십 년간 정부의 비호 아래 경쟁 없이 철옹성을 쌓았던 원자력 산업은 원전 사고 및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원전마피아 폐단을 일으켰다. 아울러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원전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 증가가 재생에너지 붐과 함께 세계적인 탈원전 기류가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사후 처리 문제로 지난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국정 과제로 추진했다. 이로 인해 2016년 대비 매출은 5조5000억원에서 4조원 수준으로 줄었고, 수출은 1억3000만달러에서 3천400만달러 수준으로 급감하며 원전 생태계가 위기에 직면했다고 신정부는 지적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 5년 후 국제적 상황은 바뀌어 원자력이 전력원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거 기후 문제가 재생에너지 중요성을 높이며 탈원전을 촉진했었으나, 각국 정부의 기후 문제 해결 지연이 가져온 탄소중립 조치의 긴급성이 원자력의 재평가를 가져왔다. 즉 재생에너지에 투자 부진과 기술개발 지연, 코로나19 이후 에너지 가격 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생한 에너지 안보 문제는 국제적으로 원자력 에너지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또 탄소중립에 가장 적극적인 EU가 2월 녹색에너지 분류체계(Green Taxonomy)에 원전과 가스를 포함하기로 해 원전 대세론이 유럽에서도 살아났다. 그러나 6월 이 결정에 대한 내부적 반발로, 원전의 녹색 분류체계 포함 여부는 7월 EU 집행위원회로 미루어진 상황이다.

이러한 국제 경제적, 안보적 상황 논리를 배경으로 주요 국제기구에서도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분석이 줄을 이으며 원전 안정성 문제에도 일단은 원자력 부활의 대세론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OECD 원자력기구(NEA)는 <기후변화 목표 달성을 위한 원자력의 역할>(Meeting Climate Change Target: the Role of Nuclear Energy)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원전 발전량. /자료=OECD NEA
원전 발전량. /자료=OECD NEA

보고서 내용의 핵심은 2050년까지 기후변화 1.5℃ 억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전력 부문의 탈탄소화가 필요한데, NEA 추정 2050년 가동 원전 설비용량은 479GW에 불과하며 목표 달성 원전 설비인 1160GW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즉, 원전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는 단순히 윤석열 정부의 이전 정부에 대한 차별화와 원전마피아 재건 목적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탄소중립의 현실적 대안으로 세계적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가격.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가격. /자료=산업통상자원부

또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주요 요인인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이로 인한 고금리, 전쟁보다 참혹한 스태그플레이션 도래의 공포가 원전의 에너지원으로 부흥의 당위성을 강화했다.

원전 비용 비교. /자료=OECD NEA
원전 비용 비교. /자료=OECD NEA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원전은 비용과 CO2 배출 등 실현 가능성에서 놓칠 수 없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EU의 녹색산업 분류체계 논란에서 독일이 반대하는 것처럼 폐기물 처리, 원전 사고 리스크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 문제가 최대의 걸림돌이다. 즉 원전은 기회비용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 윤석열정부의 계획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3일 에너지 정책 방향 공개토론회에서 정리한 새 정부 원전 정책에 따르면, 원전의 적극적 활용, 원전 생태계 경쟁력 강화, 원전 수출 산업화, 차세대 원전 기술 확보 그리고 방폐물 관리 및 안전 확보 등이다.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이러한 정책 방향에 따라 정부는 임대차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다음 날인 22일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을 위한 첫 정책을 발표했다. 그 주요 내용은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 협력업체에 2022년 925억원 규모의 긴급 일감을 발주하고 2025년까지 1조원 이상 일감을 신규 발주하는 등의 원전산업 협력업체 지원 대책을, 중소기업벤처부는 원전 중소기업에 대한 1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 지원 방안이었다. 원전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는 단기적 호재임이 틀림없다.

◆ 원전 정책의 시장 평가

이베스트투자증권이 20대 대통령선거 직후 원전의 부활과 관련한 분석 보고서를 발 빠르게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윤석열정부는 1년 이하 초단기에는 원전 가동률을 상승하고, 5년 이하 단기에는 노후 원전 수명을 연장하며, 5년이 넘는 장기에는 10차 전력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2030년까지 원전 비중 상향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원전 건설은 사업 준비 5년, 건설 준비 2년, 시공 7년 3단계로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하므로 5년 대통령 임기에 확실한 것은 가동률 상승과 노후 원전 수명 연장밖에 없다. 5년 후 다음 정권이 원전 정책은 불확실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한편 원전 대표주식인 한전, 한전KPS, 두산에너빌러티, 한전기술 등의 기업 주식은 대선 이후 오히려 내림세를 보이며 원전 산업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대선 이전에 이미 국내외 원전의 중요성 부각으로 이들 주식은 고평가되었다고 평가했다. 3월 이후 주가 조정세 속에 신정부의 원전 정책이 원전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에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 HANARO 원자력 iSelect ETF

공모 펀드에 관한 정보는 투자설명서와 운용보고서 등에 대부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 정보는 금융회사 홈페이지는 물론 금융감독원의 ’파인‘ 등에서 금융소비자가 조금만 노력하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반면 ETF는 한국거래소에서 실시간 거래정보까지 공시하고 있으니 금융소비자는 펀드 가입 시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많은 불공정 판매가 금융회사 창구 상담 직원의 입에만 의존하고 가입하는 경우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iSelect ETF는 투자 위험등급이 2등급인 높은 위험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펀드 위험등급은 6개 등급으로 구분하는 것이 표준적인데 2등급은 두 번째 높은 등급으로 주식, Reits, 투기등급 채권, 파생상품 등의 고 위험 증권에 80% 이상 투자하거나 이와 유사한 위험을 갖는 펀드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아주 위험하니 금융소비자가 대단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펀드 가입 시 부담하는 비용은 총 0.45%다. 1000만원 투자할 때 1년에 5만5000원을 금융회사에서 떼간다는 것이다. 만약 금융소비자가 10년을 투자할 때는 누적으로 67만1000원을 금융회사가 징구한다. 투자수익률에서 비용으로 6.7%를 공제하는 것으로 최종 투자금을 회수할 때는 적지 않은 부담이므로 비용은 항상 유의해야 한다.

또 금융소비자가 간과하는 것으로 펀드 성과에 중요한 것이 운용전문인력(펀드매니저)인데, 주요 경력을 투자설명서에 명기하는 것이 의무 사항이다. iSelect ETF의 펀드매니저는 직위가 대리로 운용경력은 총 4년차로 기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공시한 NH-Amundi 자산운용의 평균 운용경력, 5년 11개월과 비교해 고숙련 인력으로 판단할 수 있다. 또한 해당 운용사의 최근 1년 국내 주식형 운용실적은 마이너스 13%(5월 25일 기준)로, 5월 말 기준 코스피 1년 수익률 마이너스 17%보다 나쁘지 않은 실력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펀드가 채택한 투자전략이다. 펀드는 NH투자증권이 자체 개발하고 산출하는 iSelect 원자력 지수를 기초지수로 하고 이를 추종하도록 운용한다. iSelect 원자력 지수는 코스피, 코스닥 종목 중 유동주식 비율, 재무 건전성 등 일정 기준으로 기초 투자 종목군(유니버스)을 선정하고, AI에 의한 키워드 선별을 통해 투자 대상을 20종목을 선정한다. 선별은 사업보고서, 애널리스트보고서, 빅데이터 센터 내 뉴스데이터에서 원자력, 원자로 등 원전 산업 관련 키워드로 검색하는 방법이고 투자비 중은 유동 시가총액을 가중하여 산출한다. 한마디로 원전 기업 중 기본적(펀더멘털) 분석보다는 시장 풍문으로 관심이 집중한 종목에 투자하겠다는 것으로 원전 산업의 정치적 특수성을 참작한 투자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국내 원전 테마 ETF는 장기 투자 종목이라기보다는 단기적 관점의 정치적 테마를 채택하고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설정 이틀째인 6월 29일 iSelect ETF는 다행히 5% 이상 상승했다.

iSelect 원자력 지수에 근거해 이 펀드가 투자 중인 상위 10개 종목은 위의 표와 같으며 매일 한국거래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중 두산에너빌리티(전 두산중공업), 한국전력, 현대건설, 대우건설 4개 종목의 투자 비중이 54%가 넘어 iselect ETF는 소수 종목에 편향된(tilted) 투자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 KINDEX 원자력 딥서치 ETF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 원자력 딥서치 ETF도 대부분 펀드의 기본 제원은 HANARO 원자력 iSelect ETF와 많은 항목이 다르지 않다. 역시 위험등급은 2등급이나 펀드 비용은 더 저렴하다. 0.3%로 1년 펀드 비용은 31,000원, 10년 누적 비용은 38만1000원이다. iSelect ETF에 비교하여 10년 펀드 비용은 딥서치 ETF가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펀드매니저의 운용경력은 7개월로 초보자 수준과 다름없다. 이 펀드는 지수 산출을 하는 외부 기업 데이터 전문회사, 딥서치에 용역을 주며 그 데이터에 펀드 운용의 의존도가 크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한국투자신탁 운용의 동종 펀드 운용실적은 1년, 마이너스 10%로 NH-Amundi 자산운용보다 다소 우위를 보인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과거 투자신탁 전업 시대 대표 투신사 전통을 가진 회사로 금융투자협회에 공시한 2022년 6월 1일 기준 자료에 따르면 순자산 총액 18.8조원이며 자산운용 업계 4위의 회사다. 반면 NH-Amundi 자산운용은 13.3조원의 순자산 총액을 보유하고 있다.

KINDEX 원자력 딥서치 ETF는 지수 추정 펀드를 만드는 대부분 자산운용사처럼 기초지수를 딥서치라는 외부 전문회사에 의뢰한다, AI를 활용한 키워드 검색과 선별 절차는 iSelect ETF와 유사하다. 다만 딥서치에서 활용하는 머신러닝의 알고리즘에 미세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차이점은 딥서치 ETF는 24개 종목으로 편입 종목 수가 조금 더 많고 종목 편입 한도를 10%로 제한한 것이 큰 차이점이다. 딥서치 ETF는 분산 투자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딥서치 ETF도 28일 상장했는데 29일까지 5% 이상 상승했다.

AI 검색 엔진의 차이로 두 가지 원자력 테마 ETF의 구성 종목은 차이가 난다.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전력, 현대건설, 대우건설, 한전KPS, 한전기술 원전 산업 대표 기업 6개 종목은 상위 10개 종목에 두 가지 ETF에 모두 편입됐으나 나머지 4개 종목은 달랐다. 딥서치 ETF는 삼성물산과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전력 세 종목만 10% 내외 편입했다. 그러나 투자 포트폴리오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2일 차까지의 누적 수익률은 비슷한 수준이어서, 아직 두 ETF의 성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원자력 테마는 원자력 자체의 산업 우수성보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트렌드 일부이며 에너지 가격 상승에 의한 스태그플레이션 위협과 국제적 에너지 안보에 힘입어 재평가받고 있다. 다만 최근까지 이러한 재평가의 반영으로 관련 기업 주가가 이미 고평가되었고 신정부의 정치적인 원전 정책 부활 목소리에도 조정을 받았다. 시장가격은 정치적 자극보다는 경제적 동기에 움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국내 원전 테마 ETF는 정치적 테마 펀드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특정 테마에 집중투자해 이익을 추구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아직은 글로벌 ETF 시장에서도 원자력 전용 ETF는 드물고, 포털에서 원자력 ETF를 검색하면 대부분 유틸리티나 에너지, 탄소중립 관련 테마 ETF를 추천한다. 원자력이 독자적 테마로 자리하기에는 미흡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원전 시장도 적고 수출시장 개척, 기술 개발도 아직 불확실한 상황에서 원전 전용 ETF가 만들어진 것은 이례적일 수 있으니 금융소비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원전 산업 테마가 충분히 성숙해져서 투자 격언대로 바닥이 아닌 무릎에서 투자를 결정한다는 생각으로 투자 적기를 기다려보는 것이 현명하다. 이런 차원에서 원전 테마 ETF의 투자 의견은 매수 유보다. 금융소비자 여러분의 현명한 투자 결정에 참고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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