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원희룡 공저, 임대차시장의 정치경제학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상태바
추경호·원희룡 공저, 임대차시장의 정치경제학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06.27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문재인정부의 기념비적 부동산 정책 실패의 기록은 윤석열정부의 정권 쟁취에 약 90% 이바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정부의 부동산 정책 사령탑이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정권의 표심을 빼앗은 것은 주택가격 폭등만이 아니다. 주택가격 폭등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미래 생활 터전 마련 가능성과 의욕을 꺾고 좌절을 선사했다.

특히 전세금은 그 크기와 존재가 바로 서민의 현실이다. 매매 가격 폭등에 자극받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상승한 전세금은 임차인의 분노를 생성했고, 2020년 8월 임대 가격 억제를 위한 착한 목적으로 도입한 임대차 3법은 문재인정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이 법은 임대인을 모두 ‘나쁜’ 임대인으로 취급하는 우를 범했고, 임대인-임차인 대결 구도 속에 임차인을 전세금 급등으로 2년 후 계약 갱신의 공포에 떨게 했다. 차기 대선 후보자에게 문재인정부가 특검, 검찰청장에 이어 세 번째 완벽한 선물로 대선 승리를 안긴 장면이다. 그만큼 전·월세 시장은 경제적 의미보다 정치적 의미가 크다.

6월 KB부동산시장 리뷰에 따르면 부동산 매매 가격은 전월 대비 기준 2020년 이후 급등했으나, 2021년 8월부터 하락세를 보였다가 올해 3월 소폭 상승으로 반전했다. 전세도 비슷한 추세다. 문재인정권 5년 내내 애먹였고 정권을 교체했던 부동산 가격은 정권 말기에 비로소 약발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때는 늦었다.

2021년 11월 이후 주택 전망지수, 주택 전세지수 모두 100 이하로 하락하며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은 시장으로 변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대로 가면 새로운 정부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불로소득을 얻을 것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KB는 전·월세의 정치적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는 듯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난 4월 ‘전세자금 대출 시장 정책 제언’ 이후 6월 KB부동산시장 리뷰에서 전·월세 시장 동향을 정밀 분석했다. 보고서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2020년 이후 자가 비중이 감소하고 반전세를 포함한 전세와 월세 비중이 증가했음을 지적했다.

전셋값의 급등 속에 월세를 산출하는 전월세 전환율은 하락했다. 이러한 주거 점유 형태의 변화는 주택을 통한 불평등 심화와 관련이 있다. 주택가격 폭등이 전세가격 폭등을 초래하자 전세보증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이 기간은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기간이었으므로 월세와 반전세 증가율은 상승했을 것이다. 주택가격 상승은 자산의 빈부 격차를 급격히 확장하고 빈부 격차는 월세 비용 상승으로 저소득층에게 화폐화(monetization)한다. 화폐화된 불평등은 경제로 확산할 것이다. 월세로 사는 대다수 국민의 주거비용이 증가하며 저소득자의 슈바베지수(Schwabe index=주거비용/가계소비지출)가 급등한다. 서민 주거비용은 경제에서 극히 소수의 부동산 부자들의 주머니에 지대 형태로 들어갈 확률이 높다. 이런 지출은 앞으로 소비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며 경제 성장을 제한할 수 있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추경호 부총리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휘하는 부동산 관계 장관회의는 6월 21일 ‘임대차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놓았다.

/자료=부동산 관계장관 회의
/자료=부동산 관계장관 회의

발표한 방안에 따르면 정부 당국도 부동산 매매, 전·월세 시장이 모두 하향 안정세에 들어갔음을 인정했으나 부동산 실패에 기댄 탄생 설화 때문에 신정권이 이 하향 안정세에 무임 승차하기는 어려웠다. 정부는 글로벌 경기 둔화, 고금리, 가계부채 해소(deleverging) 이슈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것으로 봤으나 임대차 2법(?)으로 인한 계약 갱신으로 단기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해 전·월세의 선제적 안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료=부동산 관계장관 회의
/자료=부동산 관계장관 회의

전 정부에서 임차인 보호를 위해 마련한 임대차 2법 체계에서 임대인 보호를 중점 해법으로 내놓았다. 신규 계약 갱신에 5%만 임대료를 인상하는 상생 임대인의 적용 범위를 대폭 확장하고 양도세 등 비과세 혜택을 강화해 전월세가격 급등을 억제하겠다는 대책이다. 그러나 다가올 계약 갱신 기한에 임대인이 4년간 못 올린 임대료 수입을 세금 혜택으로 포기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또한 정부가 계획안 임차인 지원 제도는 없는 것보다는 일부 도움이 되겠지만, 이런 혜택 정도로 제값을 받으려 대폭 인상한 임대료를 임차인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이런 와중에 어부지리를 본 것은 법인세, 양도세, 종부세까지 부동산 세제 중과를 완화 받은 임대사업자다. 이들이 혜택을 받고 기분이 좋아서 건설임대에 착공하더라도, 올해 하반기 계약 갱신 전·월세 안정에 당장 도움을 줄지는 의문이다.

임대차시장 정책은 임차인 보호 관점에서 임대인 보호 관점으로 옮겨 갔다는 느낌이다. 이런 가운데 신정부 부동산 정책 혜택은 다주택자, 임대사업자, 건설업자에게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선진경제에서도 외면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인 낙숫물 효과(trickle effect)가 다시 어른거린다. 이대로라면 부동산 부자, 사업자에게 좋은 일이 많을 것 같다. 그들도 지난 정부 부동산 정책의 피해자였으니 총체적으로 임대차시장의 이익은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장면이 신정부가 공언하는 신자유주의 신념인 공리적 경제학의 목표일 것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