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빅스텝 밟으려 해도 한 달, ‘경제전쟁’ 시작됐다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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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빅스텝 밟으려 해도 한 달, ‘경제전쟁’ 시작됐다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6.1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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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OMC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유력… 금융시장 혼조세 이어 국가경제 위기 우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 일부. 의사록에 따르면 이창용 한은 총재를 뺀 금통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자료=한국은행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 일부. 의사록에 따르면 이창용 한은 총재를 뺀 금통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자료=한국은행

“금년도 물가상승률 전망치 4.5%는 물가안정목표제 도입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실제 물가와의 괴리는 가장 큰 상황임. 과거 공급 충격기와 달리 2차 파급효과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음. 특히 기대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정액 급여 중심의 임금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어,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완화하는 것이 시급함.”

어제(14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의 일부입니다. 지난달 금통위 회의가 5월 26일 열렸으니, 이 같은 금통위원들의 상황 인식도 그동안 더 다급해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군다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가 곧 나오기 때문입니다.

15일 미국 언론과 월가의 투자은행 등에 따르면, 이번 FOMC에서는 당초 0.5%포인트 인상이 유력했지만 0.75%포인트라는 ‘자이언트 스텝’까지 점쳐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내일(16일) 새벽에 나올 FOMC 결과를 기다리는 한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추가 금리 인상은 이미 정했지만, 한 번도 가지 않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아야 하는가입니다.

CNBC는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가장 먼저 0.75%포인트 금리 인상설을 제기한 뒤 이것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라며 “7월에도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했습니다. 더 나아가 “연준의 한 간부가 이번 주 회의에서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CNBC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가장 먼저 0.75%포인트 금리 인상설을 제기한 뒤 이것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라며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을 전망했다. /출처=CNBC 누리집
CNBC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가장 먼저 0.75%포인트 금리 인상설을 제기한 뒤 이것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라며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을 전망했다. /출처=CNBC 누리집

CNN도 같은 날 “연준이 1994년 이후 한 번도 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할 수 있다”라며 FOMC의 자이언트 스텝 전망에 가세했습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시절인 1994년 11월 이후 28년 가까이 없었던 일이라는 것입니다. 물가 폭등 우려가 적어도 1년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인플레이션이 2013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미국의 현실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은의 스탠스도 어느 정도 정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달 13일 열리는 7월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밟을 거라는 전망입니다. JP모건의 박석길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7월 빅스텝에 이어 8·10·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JP모건은 지난달 전망에서는 올해 말 기준금리를 2.5%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내년 1분기 최종금리는 3.25%로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전망을 종합하면 미국 연준은 이번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밟고, 한은은 다음 달 금통위에서 빅스텝으로 또 달아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두 나라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한 달여 시차가 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혼조세가 불가피한 이유입니다. 이를 감안한 듯,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당·정·대협의회에서 “물가 안정과 경제활력 회복, 생산력 향상을 위한 경제 전쟁이 시작됐다”라며 “경제 운용 기조를 정부에서 민간과 시장으로 전환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누리꾼들은 선제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금융당국을 꾸짖으며, 커다란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6일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은행
누리꾼들은 선제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금융당국을 꾸짖으며, 커다란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6일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은행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선제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당국을 꾸짖으며, 커다란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지난 6월에 0.25 올린 게 큰 실수였는데 미국이 0.75 올리는데 우리나라가 0.5 올린다고?? 이런 식으로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올해 안에 반드시 외환위기급 위기 터진다” “자이언츠가 한번이 아녀. 7월에도 자이언츠 간대. 그리고 9월 빅스텝 가고. 그럼 한국은행은 9월까지 몇 퍼(센트포인트)를 가야 하냐. 1800조 넘는 가계부채랑 은행 대출로 연명하는 중소기업, 그리고 다중채무자들은 핵 쳐맞은 거여.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이게 9월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 내년에는 4퍼까지 미국이 올린대. 정말 바라는 건 4퍼 가서 인플(레이션)이 잡히면 다행인데 안 잡히면 어쩌냐. 과거 사례를 보면 힘들 것 같고. 대한민국에서 은행에서 대출받은 사람들은 정말 지겨운 고통에 시작되는 거여”.

“고도 성장기였던 2000년도 후반에는 금리 역전을 해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높아서 외인 탈출이 없었지. 지금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잠재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가는 상황이라 한국보다는 다른 개도국이 더 매력적인 상황이 되었지. 지금 상황에서 금리 역전? 하면 바로 외환위기 온다. 외환위기뿐만이 아니지? 금융위기도 같이 오고, 기업들과 금융들 줄도산하면서 순식간에 경제 파탄 날 걸? 물론, 부자들과 대기업들은 정부 보호 아래 더 성장하겠지만, 그 외에는” “한은은 제대로 대처해야 할 듯. 괜히 엉거주춤했다가 주사 맞을 거 수술합니다. 가계 빚이 많아도 털어낼 건 털어내야 해요”.

다음 달 가스요금 인상이 예정된 가운데, 전기요금마저 오르면 서민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다음 달 가스요금 인상이 예정된 가운데, 전기요금마저 오르면 서민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한편 기준금리 인상의 가늠자인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공공요금도 꿈틀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전력공사가 내일 정부에 제출하는 3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에 촉각이 쏠립니다.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를 감안하면 올려야 하지만, 서민 부담이 걱정입니다. 더군다나 다음 달부터 가스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번 경제전쟁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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