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위로 무려 26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지난 2월 9일,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집단 순위가 나오자 모두가 놀랍니다.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된 중흥그룹이 47위에서 20위권 이내까지 넘보게 된 것입니다. 이는 2월 1일 현재 소속 계열사들의 공정자산(지난해 3분기 결산기준)을 합계해 매긴 순위입니다. 반면 대우건설은 중흥건설에 인수되며 공정위 지정 대기업집단에서 빠지게 됐습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흥건설과 넷마블, 세아 등 3개 기업집단(계열)이 ‘주채무계열’에 새로 편입됐습니다. 주채무계열이란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라 빚이 많은 계열을 주채권은행으로 하여금 통합 관리하게 하는 제도를 뜻합니다. 금감원은 해마다 32개 계열기업군을 주채무계열로 지정하는데, 이들 3개 집단이 지난해 진 빚이 많이 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주채무계열 선정 기준은 전년 말 총차입금이 전전년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1% 이상이고, 전년 말 은행권 신용공여잔액이 전전년 말 전체 은행권 신용공여(포괄적 빚) 잔액의 0.075% 이상인 계열기업군입니다. 올해로 따지면 ‘지난해 말 총차입금이 1조9332억원 이상이면서, 은행권 신용공여액이 1조763억원 이상’입니다.
빚이 많은 이들 주채무계열 32곳은 계열사 간 지급보증을 통한 신규여신 취급이 불가능하게 되고 기존에 있던 지급보증도 해소해야 합니다. 또 채권은행으로부터 재무구조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평가 결과 미흡한 계열은 부채를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는 재무구조개선 약정 등을 맺어 구조조정을 추진합니다.
이번 주채무계열에 편입된 3곳 가운데 넷마블과 세아는 인수합병(M&A) 등 투자 확대에 따른 총차입금이 늘어난 영향입니다. 중흥건설은 앞서 언급한 대로 대우건설 인수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반면 중흥건설에 인수된 대우건설은 주채무계열에서 빠졌습니다. 해운업 실적 호조로 빌린 돈을 많이 갚은 HMM과 장금상선도 신용공여가 줄어 제외됐습니다.
총차입금 기준으로 빚이 많은 상위 5대 주채무계열은 현대자동차, SK, 삼성, 롯데, LG 순이었습니다. 1년 사이에 SK가 삼성보다 빚이 더 늘어난 것입니다. 전체 32개 주채무계열의 주채권은행은 모두 6개로, ▲우리은행(10개) ▲KDB산업은행(8개) ▲하나은행(6개) ▲신한은행(5개) ▲국민은행(2개) ▲SC제일은행(1개) 순입니다.
이들을 포함한 전체 은행권의 지난해 말 기준 신용공여액은 모두 277조1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1년 사이에 빌려준 돈이 21조2000억원(8.3%) 더 늘어난 것입니다. 여기에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시장성 차입까지 더한 총차입금은 546조3000억원이었습니다. 전년보다 25조2000억원(4.8%)이 증가했습니다.
금감원은 앞으로 주채권은행의 재무구조 평가 때 정성평가에서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은 ‘잠재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는 등 엄정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입니다. 경영진의 위법행위 및 사회적 물의 야기, 공정거래법 위반 및 분식회계, 우발채무 위험 등도 재무구조 평가 때 꼼꼼하게 챙겨본다는 이야기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재무구조 평가 결과가 부채비율 구간별 기준점수 미만인 계열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고, 기준점수의 110% 미만인 계열은 정보제공약정을 체결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은행의 잇단 횡령 사고로 금융감독 당국도 여론의 비난에서 자유스럽지 못합니다. 건강한 투자환경을 위해 제대로 된 평가와 감독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