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불려준다는데 왜 반대할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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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불려준다는데 왜 반대할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5.18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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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디폴트옵션을 도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디폴트옵션을 도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싫으면 해약하라는데 소득세가 너무 많아 못 함. 누가 설계했는지 국민은 안중에 없다.”

지난달 19일, 300조원에 육박하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2%에 불과하다는 고용노동부 통계가 나오자 누리꾼의 반응입니다.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퇴직금을 금융회사에 맡기고, 기업 또는 근로자의 지시에 따라 운용하여 퇴직 때 일시금 또는 연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근로자가 재직 중에는 확정급여형(DB형), 확정기여형(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운데 자신에게 알맞은 유형을 고를 수 있고, 퇴직한 뒤에는 연금과 일시금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저조하자 정부가 ‘디폴트옵션’을 도입합니다. 이는 DC와 IRP형 퇴직연금에서 가입자의 운용 지시가 없을 때, 회사와 근로자가 미리 정한 방식으로 운용하는 제도입니다.

1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DC 및 IRP형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7월 12일부터 시작됩니다. 금융위는 이번 디폴트옵션 시행에 발맞춰 대상 상품이 퇴직연금 적립금의 100%까지 편입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안을 변경 예고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디폴트옵션 상품의 투자 한도를 100%로 정하는 내용의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안을 예고했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디폴트옵션 상품의 투자 한도를 100%로 정하는 내용의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안을 예고했다. /자료=금융위원회

현행 규정에서는 펀드형 디폴트옵션의 경우 가입자가 희망하더라도 적립금의 최대 70%까지만 편입할 수 있고, 나머지 30%는 여전히 수익률이 낮은 예금과 적금으로만 운용해야 합니다. 이러한 예·적금 중심의 운용 구조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는 디폴트옵션 제도의 도입 취지와도 맞지 않습니다.

다만, 디폴트옵션 상품은 고용노동부 소속 심의위원회 심의 및 고용노동부 장관 승인을 통해 안정성 등이 평가된 것들 가운데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한 소수의 상품만 제시될 예정입니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퇴직연금 계좌 투자대상 가운데 증권금융회사 예탁금도 원리금보장상품에 편입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금융위는 디폴트옵션 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관련 업계 간담회를 여는 등 시장과 소통할 계획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3분기 안으로 유관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퇴직연금 관련 운용 규제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퇴직연금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한 운용 규제 개선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 취지. /자료=금융위원회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 취지. /자료=금융위원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혹시나 손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아울러 현행처럼 운용해도 문제없는데, 주식시장과 증권사 수익을 불리려는 제도 도입이라고 의심의 눈길을 보냅니다. 반면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반기면서 미국의 기업연금제도인 ‘401K’를 언급하기도 합니다.

401K는 DC형 퇴직연금제도로, 미국의 근로자 퇴직소득보장법 401조 K항에 규정돼 있어 붙여진 이름입니다. 1981년 레이건 행정부가 지급불능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근로자가 금융사에 운용 방법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이렇게 조성된 자산은 주식, 채권, 보험상품 등 20여 개 이상의 포트폴리오 옵션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적 재산인데 분명하게 동의받아야. 수익률 폭락 시 책임질 거면 몰라도” “퇴직금 다 말아먹겠네” “난 쥐꼬리만 한 이자라도 퇴직연금은 무조건 안정형” “퇴직연금으로 강제로 금융기관에 책임 없이 묶어 두더니. 펀드가 펀드지 무슨 안전 상품인 마냥 광고하네. 광범위한 선택권을 주면 될 것이지. 굳이 이럴 필요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사실 뭔 소린진 모르겠는데 국민연금도 X되게 하고 이제 묶인 퇴직금도 니들 멋대로 하겠다고 보이는 건 뭔 소린지 몰라서 그런 게 맞겠지”.

“현재처럼 최대 70%만 운용해도 수익률은 전혀 문제없어. 잘 모르고 대부분 사람이 저축성에 넣고는 관리를 안 하는 게 문제인 거지. 퇴직연금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두는 게 맞는데. 주식시장하고 증권사 수익 키우려고 무리수 두네” “원금보장 부르짖는 야들아, 미국 401K 알어? 그것도 모르면 그냥 조용히 있으세여들” “굿굿!! 안전상품 30% 규정 너무 피곤했음”.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DB형 171조5000억원(58%), DC형 77조6000억(26.2%), IRP 46조5000억원(15.7%)을 쌓았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DB형 171조5000억원(58%), DC형 77조6000억(26.2%), IRP 46조5000억원(15.7%)을 쌓았다. /자료=금융감독원

한편 고용부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까지 모두 295조6000억원이 모였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DB형이 171조5000억원을 적립해 과반인 58%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DC형이 77조6000억(26.2%), IRP가 46조5000억원(15.7%)을 적립했습니다. 이 가운데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IRP는 1년 새 적립금이 35.1% 늘어, 3년 연속 30%대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86.4%인 255조4000억원은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용됐고, 나머지 13.6%(40조2000억원)는 ‘실적배당형’으로 굴려졌습니다. 원리금 보장형은 다시 예‧적금(43.0%)과 보험(43.0%)으로 크게 나뉘어 운용됐습니다. 반면 실적배당형의 경우 ‘집합투자증권’(펀드)이 85.6%를 차지했습니다.

전체 퇴직연금의 연간수익률은 2.00%로 전년(2.58%)보다 오히려 0.58%p 하락했습니다. 최근 5년 및 10년간 연간으로 환산한 수익률은 각각 1.96, 2.39%였습니다. 금융권역별로는 실적배당형 비중이 높은 ▲금융투자(3.17%) 수익률이 가장 높았고, 이어 ▲생명보험(1.93%) ▲손해보험(1.69%) ▲은행(1.59%) ▲근로복지공단(1.31%) 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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