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 두말’ 원스토어, ‘자진상폐의 악몽’ 태림페이퍼 상장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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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 두말’ 원스토어, ‘자진상폐의 악몽’ 태림페이퍼 상장 철회했다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5.1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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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수요예측 ‘뻥튀기 공모가’ 닮은꼴… 철회 사유도 토씨 하나 안 틀려
올해 들어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등 IPO(기업공개) 대어들이 잇따라 상장을 철회한 가운데, 상장철회는 없다던 원스토어도 포기 대열에 합류했다. /이미지=픽사베이
올해 들어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등 IPO(기업공개) 대어들이 잇따라 상장을 철회한 가운데, 상장철회는 없다던 원스토어도 포기 대열에 합류했다. /이미지=픽사베이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하여…”

어제(11일) 주식시장이 마감된 뒤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오후 5시 10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보고서가 올라왔다. 보고서명 <철회신고서>, 공시대상회사 원스토어, 제출인 원스토어.

불과 이틀 전(9일), IPO(기업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의 호언장담이 찢어진 종잇장이 되었다. 이날 상장 철회는 없다던 이 대표의 약속이 공수표가 되어버린 것이다. SK스퀘어 계열사 가운데 1번 주자였던 SK쉴더스에 이어 또 ‘IPO 불발탄’이 나온 것이다. SK스퀘어의 자회사 상장 전략과 운영 또한 경쟁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1일 주식시장이 마감한 뒤 오후 5시 10분 제출된 원스토어 상장 철회 신고서. 상장 철회는 없다던 대표이사 이재환의 이름이 적혀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난 11일 주식시장이 마감한 뒤 오후 5시 10분 제출된 원스토어 상장 철회 신고서. 상장 철회는 없다던 대표이사 이재환의 이름이 적혀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원스토어는 상장 철회 입장문을 통해 “지난 수 개월간 상장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돼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라며 “이로 인해 상장을 철회하고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상장 추진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이재환 대표는 지난 9일 간담회에서 “상장을 철회할 계획이 당연히 없다”라며 “저희는 ‘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같은 계열사(SK쉴더스)가 상장 철회하게 된 점은 굉장히 유감스럽고 안타깝지만 저희 회사는 전혀 다른 업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훨씬 크기 때문에 어려운 시장 상황이지만 상장을 밀고 나갈 생각이다”라고 상장 철회 가능성을 거듭 일축했다. 하지만 이틀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공모가 고평가’ 논란으로 시작된 투자자와 시장의 비난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재환 대표(사진)가 상장 철회는 없다고 강조했던 원스토어가 지난 11일 상장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사진=원스토어
이재환 대표(사진)가 상장 철회는 없다고 강조했던 원스토어가 지난 11일 상장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사진=원스토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뻥튀기 공모가’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쓸데없는 증시 타령 하지 마라! 기업 성장이 확실하고, 공모가격이 적정하면 된다. 공모 철회는 공모가 뻥튀기로 개미 등쳐 먹고, 구주주 배 불리려다 미수에 그친 경제 사XX일 뿐이다” “제발 뻥튀기 공모가. 하지 좀 마라. 개미들이 니들 봉이냐?” “주식시장은 원래 개미가 봉이다. 따봉이지. 개미들 눈물로 주식시장이 유지된다” “주제 파악 좀 해라. 이전까지가 뻥튀기된 거지. 누가 보면 기업 가치 억지로 후려친 줄 알겠네”.

누리꾼들의 비난은 같은 날 상장을 철회한 태림페이퍼에도 옮겨가고 있다. 태림페이퍼는 특히 과거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을 샀다.

“태림페이퍼는 예전에 자진 상장폐지한다고 1주당 3500원에 매입하고 자진상폐하고 1주당 4300원씩 폭탄배당 뿌린 것도 모자라 이제는 1주에 22000원에 다시 상장하려 하네. 미X셨나요?” “태림페이퍼 이 XXXX들은 재상장할 거면서 자진상폐는 왜 한 거냐” “한국 대표 우량기업들도 빅세일 들어갔는데,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공모 참여할까?”.

태림페이퍼의 상장철회 신고서. 제출사유가 원스토어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태림페이퍼의 상장철회 신고서. 제출사유가 원스토어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5년 국내 대형 사모펀드 IMM PE는 약 4000억원에 코스닥 상장사였던 태림페이퍼를 인수한 뒤 이듬해 자진 상폐를 결정했다. 당시 주가는 1만원대 중반이었으나 주당 3600원에 매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투자자 반대로 ‘헐값 매수’에 실패하자 시장에서 자사주를 매입해 지분 95%를 채운 뒤 상폐했다. 이후 IMM PE는 주당 4300원을 배당받기도 했다.

원스토어와 같은 기간 수요예측을 진행한 태림페이퍼는, 전날 원스토어의 상장 철회 공시 54분 전 IPO 일정을 취소한다고 알렸다. 상장 철회신고서 제출 사유는 원스토어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았다.

‘회사는 보통주에 대한 공모를 진행하여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하였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하여 공동대표주관회사의 동의 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합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에게 주식을 배정하지 아니한 상태이며, 일반투자자에게도 청약을 실시하기 이전이므로 투자자 보호상 문제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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