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한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서민의 금융 아이템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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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약한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서민의 금융 아이템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05.0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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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발표한 CNBC 여론조사에 따르면 놀랍게도 미국인의 81%가 올해 경기 침체를 경험할 것으로 응답했다. 이 조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한참 진행 중인 3월 23일과 24일 미국인 약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공화당원의 91%와 금융 압박(financial stress)을 받는 사람들의 88%가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응답했다. 같은 달 26일, 글로벌은행 도이치뱅크도 미국의 경기 침체를 처음 예상했고, IMF와 세계은행도 지난달 말 세계 경제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이어 지난 주말 발표한 미국 1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1.4%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가 시작할 것이라는 배경에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있다. 미국 1분기 GDP와 함께 발표한 PCE 물가지수는 6.6% 상승하며, 1982년 이래 가장 빠른 속도의 물가 상승을 재확인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예의주시하는 핵심 PCE 물가지수도 5.2%를 기록하며, 연준의 물가 상승 목표 관리 수준 2%를 2.5배 이상 초과한 상태가 지난 2월에 이어 지속했다.

왜 남의 나라 경제와 중앙은행 행보에 호들갑인지 궁금한 독자가 있을 것이나, 미국 경제 지표와 연준의 대응이 중요한 것은 세계 경제, 금융의 미국 지배력이 절대적이고 국제적 기본 거래 통화가 달러이기 때문이다. 이번 달 3일과 4일에 열린 달러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 회의에서는 예상대로 강력한 통화 긴축이 나왔다. ‘고약한 인플레이션’이 온다는 움직임을 감지한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달 나스닥은 월간 기준 13% 하락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올해 들어서는 22% 하락하며 뉴욕 증시는 ‘베어마켓’에 깊숙하게 진입했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여러 가지 증상으로 볼 때 인플레이션은 올해 세계 경제를 옭아맨 굴레이며, 피할 수 없는 위험임이 틀림없다. 과격한 인플레이션은 경제는 물론 사회의 불평등을 키우며 경제적 약자인 일반대중에게 더욱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100세 시대로 인플레이션 위험 노출 기간이 길어진 젊은이에게 인플레이션은 더욱 파괴적이다. 과학적 투자 관점에서 투자 기간의 장기화는 작은 손익 변화에도 누적 복리 효과가 초래하는 변동 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제적 약자인 일반 대중과 특히 젊은이는 어떻게 해서든지 평생 자산 관리 관점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을 회피(헤지)하는 방법을 체득해야 한다. 이것은 변동성이 큰, 즉 실패 확률이 높은 기대 수익 추구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했다면 이제 2022년 현재 일반 대중에게 어떠한 인플레이션 회피 아이템이 적합할지 분석해 보자.

첫째, 인플레이션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최근 주목을 받은 것은 암호화폐였다. 대표적인 비트코인은 최초 설계 시 총 발행물량을 2100만개로 제한했기 때문에 정부 화폐처럼 무한 발행에 따른 가치 하락이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희소성이 증가한다. 비트코인은 2021년 말까지 약 1900만개가 발행되었기 때문에 한정 유통량으로 ‘디지털 금’(digital gold)이라는 별칭이 붙으며 인플레이션 회피 가능 자산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22년 들어 인플레이션이 악화하는 시기에 비트코인 가격이 오히려 15%가량 하락하며, CNN은 지난달 27일, 암호화폐가 오히려 변동성이 큰 나스닥 주식에 가깝다는 분석 기사를 게시했다. 무엇보다 일반대중이 자신의 자산을 평생 장기간 지키는 관점에서 활용하기에는 암호화폐의 변동성은 너무 심각하다. 자산 관리를 익스트림 스포츠처럼 즐기지 않는 분이라면 필자는 암호화폐를 추천하고 싶지 않다.

둘째, 비교적 안정적인 접근 방법으로 알려진 것이 ‘물가연동 채권’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만기 10년의 물가연동 국고채를 국가가 발행하고 있다. 이 채권은 국채의 원금이 인플레이션 변동에 따라 증감한다. 즉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행일과 지급일의 비율로 산출한 물가연동계수를 반영하며 원금이 변화하는데, 이에 따라 표면이율을 원금에 곱한 지급이자도 같이 변동한다. 한국거래소 장내 채권 종목으로 만기별 5개가 상장되어있다. 그러나 물가연동국채의 위험은 물가가 하락할 때(디플레이션)는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미국은 물론 한국의 소비자물가도 1980년 고점 이후 일부 기간을 제외하면 대세적인 하락을 지속해왔으며 물가연동채권은 특정한 인플레이션 발생 시점 외에는 인기가 없었다. 즉, 아이러니하게도 물가연동 채권의 위험은 인플레이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인플레이션을 회피하는 고전적 아이템, ‘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금은 희소성 외에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세월 전 세계 인류가 동경하는 소장 가치 있는 보석이라는 인식의 프리미엄도 있다. 1972년 미국이 금 1온스당 35달러라는 금본위제도를 포기하기 이전까지 금은 수천 년 동안 공인된 세계적 가치 척도이자 저장 수단이었다. 미국 닉슨 행정부의 누적 재정 적자에 따른 금 태환 정책 포기 이후 달러는 발행이 자유로워졌으나 상대적으로 금도 가격 제한이 없어졌다. 이 결과로 달러 가치는 하락했고 금 가격은 상승했는데, 금은 현재 1온스당 1900달러 내외를 넘나들고 있으며 1971년 이후 약 53배가 상승했다.

반면에 같은 기간 인플레이션으로 달러의 구매력은 86% 상실했다. 1970년 말 570억달러였던 유통량이 2022년에는 2조2700억달러까지 폭증한 것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달러 구매력 상실은 정치적 목적의 화폐 남발이었다. 어떤 경제학자는 이대로 가면 명목화폐 달러는 구매력, 즉 가치를 완전히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 또한 달러 발행 증가 속에 최고의 안전자산인 금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지정학적 위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미-중 충돌 격화로 세계적인 안전자산 금의 수요는 시간이 갈수록 증가할 것임이 틀림없다.

지난달 27일 로이터는 금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재미있는 사건을 보도했다. 달러 가치 하락은 정치적 목적의 화폐 발행 증가가 원인이라며 새로운 형태로 금본위제를 도입하는 시도가 있었는데, 미국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금 지폐 ‘골드백’(Gold backs)이 그것이다. 이름 그대로 금이 담보된 민간 지폐로 정밀한 기술로 금을 지폐에 진공 세공한 것이다. 금 1온스의 1000분의 1이 세공 기술로 담긴 지폐가 기본 1단위이고, 금 1온스의 20분의 1이 담긴 지폐가 50단위 골드백 지폐로 발행되는 방식이다.

/사진=골드백 누리집
/사진=골드백 누리집

골드백 홈페이지에는 지난달 말 기준 1골드백은 3.86달러로 고시하고 있다. 골드백이 아직 실험적이지만 정부 보증 없이 무기명으로 유통 가능한 것은 암호화폐의 탈정부적인 장점이 있고 지폐의 가치가 안정적인 것은 스테이블 코인의 장점도 갖춘 것이다. 아직은 미국 유타주의 중소기업에서 시작한 실험적 화폐이지만, 골드백은 인플레이션에 망가지는 명목화폐에 대비해야 한다는 미국 시민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중요한 사건으로 로이터는 소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금 지폐가 발행될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국내에서 일반 대중이 이용할 수 있는 금 투자 방법은 실물 직접투자, 금 통장, 금 펀드(금 ETF),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 투자 등 네 가지 방법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 가운데 거래편의, 세금, 수수료 등 비용, 유동성 확보의 기준에서 가장 유리한 것은 KRX 금시장 거래라는 생각이다. KRX 금시장에서는 그램 단위의 실시간 시장 가격으로 소액으로 금을 매입할 수 있다. 지난 4일 99.99K 순금 1g 기준 거래 가격은 7만7120원으로 고시하고 있다.

금을 거래소 장내 매입 시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며 장내 매도 시 양도소득세 또한 면제된다. 거래소에서 금 거래를 하는 방법은 현재 11개 거래소 금 시장 회원인 증권회사에서 위탁거래계좌를 만들면 금 매매 점포나 은행 지점에 가지 않고도 홈(또는 모바일)트레이딩 시스템으로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 편리하다. 특히 상시적 거래와 가격 안정성 유지를 위한 기관투자가 참여제도(LP)가 있어서 거래 안정성, 유동성 확보도 어느 금 투자 방법보다 우수한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일반대중이 소액으로 적은 양의 금을 장기간 분할 매수하여 저축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초장기간 안전한 저축 수단이 필요한 젊은 층에 적극 이용을 권하고 싶다. 또한 금융투자회사(종전 증권회사)의 종합거래통장을 이용하면 물가연동국채와 금을 모두 소액으로 매입할 수 있고 또 같은 통장에서 투자 범위를 넓혀 금 펀드나 금 ETF도 소액투자가 가능하다. 이번 기회에 인플레이션에 대적할 필수 아이템은 물론, 장기적인 생애 투자 계획으로 금융투자회사의 종합계좌를 마련해 보면 어떨지 심사숙고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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